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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 먼저 시행 땐 공장 옆에 공기청정기 트는 격"

“지난해 철강업계 고로(高爐) 증설로 생산이 800만t 늘었다. 그런데 정부의 이산화탄소 배출권 계산엔 반영이 안됐다. 간곡히 부탁한다. 재검토하기를 바란다.”(한국철강협회 정기철 상무)

 “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불신을 갖고 있다. 배출권 전망치 산출 과정을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한국반도체산업협회 이종희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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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대해 경제계가 전에없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업종이 전혀 다른 제조업체들이 한목소리로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일도 흔치 않은 일이다.

 경제계는 15일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시행할 탄소배출권 제도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면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2층 사파이어룸엔 잔뜩 긴장한 표정의 한국자동차협회, 한국철강협회, 한국반도체협회 등 19개 산업단체 관계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당초 이 모임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유예’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위해 꾸려졌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의 담당 국장들이 “간담회를 하자”고 제안하면서 행사는 정부와 경제계간 간담회로 급선회했다. 대화에 대한 경제계의 기대치는 높았지만 간담회는 1시간만에 끝이 났다. 정부측 관계자들이 “법이 통과돼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었다.

 박 전무가 언급한 ‘전임 대통령의 국제사회 약속’은 2008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대통령은 60년 국가 비전의 일환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했다. 이듬해 9월 국무회의에서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전망치 대비 30%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후 법(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환경부가 세부 지침을 만들었다. 그리고 올 6월 환경부는 산업별로 이산화탄소 감축량을 나눴다.

 감축안이 구체화되자 경제계는 크게 반발했다. “이산화탄소는 세계가 협력해야 할 기후변화의 문제”라는 것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중국(28.6%) 미국(15.1%) 일본(3.8%)과 같은 나라도 도입하지 않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탄소 배출 비중이 1.8%에 불과한 우리가 앞서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시행하는 것은 오염물질을 뿜어내는 공장 옆에 공기청정기를 트는 격”으로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또 “2020년 배출량을 계산한 근거가 되는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기업별로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할당량을 주고, 부족분이 발생하면 ‘배출권’을 시장을 통해 사들일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출허용량을 넘어서면 기업은 과징금(t당 최대 10만원)을 물도록 했다. 환경부의 1차 계획(2015~2017년)에 따르면 에너지 소비가 많은 발전(13조802억원) 철강(4조291억원) 디스플레이(2조6149억원) 등을 중심으로 산업계는 최대 27조원대의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들은 환경부의 배출량 계산법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고 있다. 2009년과 2013년 두차례에 걸쳐 2020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추산했는데 그 수치가 공교롭게도 7억7600만t으로 같다는 점 때문이었다. 세계적인 정보서비스 기업인 톰슨로이터의 보고서도 기업들의 의심을 뒷받침했다. 톰슨로이터는 지난해 9월 ‘한국 탄소배출 전망’ 보고서에서 2020년 한국의 전망치를 10억3000만t으로 추산했다. 환경부 추산치보다 32%나 많은 수치였다. 톰슨로이터는 “한국의 환경부가 발표한 시나리오는 2010년 한국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한 수치와 동일하다”면서 “산업부의 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계획 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환경부 관계자는 “제도 시행은 예정대로 하되 탄소감축 부담 완화 등 기업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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