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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로린 마젤 84세로 별세

2008년 2월 북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지휘자 로린 마젤.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연주는 미국과 중국의 핑퐁 외교(Ping-pong diplomacy)에 빗대 ‘싱송(Sing Song) 외교’라 불렸다.


북한 국립교향악단과 연습하고 있는 로린 마젤. 평양 공연의 후속 행사로 열린 이 연습 시간에 그는 북한 연주자들을 꼼꼼히 지도했다. [김호정 기자]
미국인 지휘자 로린 마젤이 13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캐슬턴에서 폐렴 합병증으로 타계했다. 84세. 마젤은 2008년 뉴욕 필하모닉(뉴욕필)과 함께 평양에서 연주해 한국에 잘 알려졌다. 9세에 지휘자로 데뷔한 후 타계 직전까지 활동하며 약 7000회 무대에 섰고 음반 300장 이상을 발매했다. 미국·유럽의 오케스트라 10여 곳을 상임 지휘자로서 이끌었다.

2008년 평양서 뉴욕필 '싱송 외교' 지휘한 마에스트로
북한 국립교향악단 레슨 때
"음악이 그렇게 딱딱하면 안 돼"
아홉 살에 지휘자 데뷔한 신동
거의 모든 교향곡 외워서 지휘



2008년 2월 26일 오후 평양의 동평양대극장. 북한과 미국이 핵 문제로 대립하던 시기에 뉴욕필이 바그너의 ‘로엔그린’ 전주곡을 연주했다. 이어진 곡은 드보르자크의 ‘신세계로부터’,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이었다. 이날 뉴욕필은 평양에서 공연한 첫 미국 오케스트라로 기록됐다.



 주목할 만한 것은 연주 곡목의 속뜻이다. 오페라 ‘로엔그린’은 결혼이 줄거리다.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남녀가 결합하는 이야기다. 미국과 북한의 생경한 만남을 비유할 만하다.



 이어진 ‘신세계로부터’는 체코인 드보르자크가 본 미국의 모습이고, ‘파리의 미국인’은 미국인이 본 외국의 풍경이다. 이 또한 미국과 북한의 상징으로 해석될 만한 여지를 남겼다. 이처럼 뉴욕필은 평양에 전하고자 하는 바를 음악으로 표현했다.



 상임 지휘자였던 로린 마젤이 선곡을 했다. 마젤은 문화 교류라는 대북 메시지를 선곡으로 완성해 전달한 셈이다. 이처럼 그는 치밀한 계획과 확고한 주관으로 대표되는 지휘자였다.



 평양에서 마젤은 빈틈 없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이튿날 북한 국립교향악단을 연습시킬 때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바그너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서곡을 지휘하며 “음악이 그렇게 딱딱하면 안 된다.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만 하려 말고 부드러운 흐름을 생각하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사회주의 국가 특유의 약점을 직설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친선 연습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작은 부분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이처럼 마젤은 강한 지휘자로 통했다. 당시 뉴욕필에는 안전을 이유로 북한행에 반대하는 단원도 다수 있었다. 마젤은 설명회와 강연을 잇따라 열었고 연주를 강행했다. 또 1982년 빈에서 오스트리아 정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문화부가 마젤의 성악가 캐스팅을 문제 삼자 그는 임기를 2년 남기고 사직했다. 이어 정부의 예술단체 개입에 반대하는 글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이런 성격처럼 연주 스타일 또한 철두철미하고 차갑다.



 마젤의 또 다른 키워드는 총명함이다. 9세에 스위스 인터라켄의 음악 캠프에 참가했다가 처음으로 지휘대에 섰는데 이때 슈베르트의 두 악장짜리 미완성 교향곡 악보를 암기해 연주했다. 마젤은 최근까지도 거의 모든 교향곡을 외워서 지휘했다. 피츠버그대학에서 수학·철학을 전공했으며 영어 외에도 불어·독어·포르투갈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 등 총 6개국어를 다룰 줄 알았다.



 상임 지휘자로 재임한 오케스트라는 화려하다. 35세에 베를린 라디오 교향악단에서 시작해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빈 국립 오페라, 피츠버그 심포니, 바이에른 라디오 교향악단, 파리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닉을 거쳤다. 2011년 맡은 뮌헨 필하모닉과의 지난해 서울 무대가 마지막 내한 공연이 됐다. 최근에는 신예 연주자들을 위해 2009년 만든 ‘캐슬턴 음악축제’에 공을 들였다. 지난달 28일 예정됐던 개막 지휘는 건강 문제로 취소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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