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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광역의회가 지방자치 파수꾼이 되려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안효성
사회부문 기자
“기자님이 더 잘 알면서 뭘 자꾸 물으세요. 그만 합시다.”



 광역의회 의원들은 한사코 입을 열지 않으려 했다. 스무 명 넘게 전화를 건 끝에 전·현직 의원 4명에게서 지방의회의 실상을 들을 수 있었다. 처음 전화를 받고 “고민해 보겠다”고 했던 곽재웅(55) 전 서울시의원은 다음날 아침 “밤새 고민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들이 고발한 현실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국회의원과 광역의원 모두 민의(民意)의 대표자였지만 둘 사이의 관계는 엄연한 ‘갑-을’ 관계였다. 한 전직 서울시의원은 “국회의원에게 술을 따를 때는 무릎을 꿇고, 국회의원의 소집령이 떨어지면 의정활동을 팽개치고 달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광역의원들이 수모를 감내하는 이유는 한 전직 광역의원의 말 속에 들어 있었다. “저도 선출직을 계속 해야 해서….” 공천헌금을 내든지, 국회의원을 위해 몸바쳐 뛰어 다니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 무대에서 내려올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자신의 이름을 내놓고 내부 비리와 부정을 밝힐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광역의원 대다수가 자신이 소속된 상임위원회와 관련된 지자체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지자체 위원회에서 자신이 결정한 안건을 지방의회에서 다시 심사하는 것이다. 입법과 행정을 한 손에 쥐어주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그렇다면 광역의회 비리를 걷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지방의회 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관련 기사에 “차라리 기초·광역 의회를 없애자”는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하지만 비리가 무서워 지자체의 행정과 정책을 감시·견제하는 지방의회를 없앨 수는 없다. 그렇다고 광역의원 개개인의 도덕성과 선의에만 맡겨 놓기에는 비리의 구조가 너무 견고하고 복잡하다.



 취재에 응한 전·현직 광역의원들에게 해법을 물었다. “지방의원이 비리를 저지르면 해당 지역 국회의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소속 정당에서 다음번 국회의원 공천을 할 때 페널티(불이익)를 주는 거죠.” “무엇보다 주민들부터 지방자치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정당에 따라 후보를 선택하는 ‘줄투표’를 하지 말고 어떤 사람이 진정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인지 따지고, 선거 공보물도 꼼꼼히 읽고….”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다하려면 광역·기초의원은 물론 주민과 국회의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광역의원 겸 지자체 위원’ 같은 제도적 문제점도 고쳐야 한다. 그런 노력 없이는 ‘돈 많고 말 잘 듣는’ 후보가 공천되고, 그가 다시 자금 회수에 나서는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안효성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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