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동료 시의원, 6.4선거 공천헌금 3000만원 요구받아"

광역의회 의원들은 지방자치단체 조례 제·개정권과 예산 심의·의결권, 그리고 지자체에 대한 감사권을 갖는다. 대상이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일 뿐 권한은 국회의원과 거의 같다.



전·현 시의원들이 밝힌 비리 사슬
헌금 내면 본전 찾으려 하지 않겠나
우리끼린 누가 청탁 받았나 다 알아
말 안 듣는 공무원에겐 공개 망신 줘
국장을 잡으면 직원 따라오게 마련

중앙일보가 만난 전·현직 광역의원들은 “일부 광역의원은 구청 공무원에게 특정 사업안을 시청에 올리도록 압력을 가한 뒤 시청에 안건이 올라오면 그것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에 참여해 특정 업자가 혜택을 받도록 돕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지방의회의 비리가 현역 국회의원이 틀어쥐고 있는 지방선거 공천에서 시작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공천 과정에서 갑(甲)인 국회의원에게 헌금을 낸 광역의원은 당선 후 공무원·업자를 상대로 역시 갑 행세를 하며 비리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곽재웅 전 서울시의원은 “공천을 받으려면 국회의원들에게 잘 보여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공천헌금이 오가는 사례가 많다”며 “당선 후에도 다음 공천을 위해 국회의원의 각종 민원을 해결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을 위해 버스를 대절하고 사무실을 임대해 선거운동을 돕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던 곽 전 의원은 6·4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나와 낙선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18.94%)를 받았다. 그는 “떨어졌지만 깨끗하게 선거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전직 시의원 A씨는 “6·4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동료 시의원이 실세 국회의원의 부인으로부터 공천헌금 3000만원을 요구받았다는 얘기를 당사자로부터 들었다”며 “이 의원은 돈을 주지 않았다가 공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이 이런데 특정 정당에 공천을 받으면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는 영·호남은 어떻겠는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일 노종석 전남도의원은 6월 지방선거에서 당비 대납 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은 노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전남도지사 후보 경선을 앞두고 이낙연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당원들 당비를 대신 낸 혐의가 사실로 인정된다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2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구당 주요 당직자가 시·구의원들을 모아 지역당에 매달 500만원 정도를 납부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1인당 200만원 정도를 내야 했는데 당시 형편으론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공천헌금을 받고 지방의원이 되면 각종 로비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곽 전 의원은 “서울시의원 연봉 6250만원 중 의정활동비로 3000만~4000만원을 사용하면 생활이 빠듯한 경우가 많다”며 “의정 활동을 하다 보면 자기 재산도 써야 하는데, 공천헌금을 내고 공천받았다면 당연히 본전을 찾으려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재산이 9억원이었는데 정치하며 반 토막이 났다. 오히려 재산이 늘어난 의원들을 보면 신기할 정도”라고도 했다.



 또 다른 전직 서울시의원 B씨는 “우리들끼리는 누가 청탁을 받았는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회의 전후로 의원들끼리 간담회를 하는데, 이건 속기록에 남지 않기 때문에 가감 없이 말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떤 의원은 4년 내내 특정 업체와 관련된 규제를 풀기 위해 뛰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직 광역의원 C씨는 “일부 시의원은 구청에 통보해 해당 사업을 시로 올리게 한 뒤 의회에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시청 부서를 압박한다”며 “이 과정에서 시의원이 직접 구청 등에 업자 선정을 부탁하거나, 입찰 정보를 미리 알려줘 특정 업자가 낙찰을 받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광역의원들도 급(級)이 있다. 업자와 로비스트는 광역의원의 상임위 발언 등을 통해 성향을 파악한 후 로비 대상 물색에 들어간다. 지난해 신반포 아파트단지의 재건축과 관련해 철거업체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김명수 전 서울시의회 의장이 구속됐다. 업체들 사이에선 김 전 의장을 먼저 잡는 게 임자라는 소문까지 돌았다고 한다. 곽 전 의원은 “나처럼 당내에서 비주류로 지목된 사람들은 선거구에 하나도 없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끌어오기 위해 단식까지 해야 할 정도로 의원들 사이에 힘의 편차가 크다”며 “김 전 의장처럼 성골에 속하는 의원들은 로비를 자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광역의원은 공무원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소위 ‘길들이기’를 한다. 전직 시의원 B씨는 “몇몇 의원들은 말을 안 듣는 공무원이 있으면 시정질문을 통해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거나 10년치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는 등 무리한 요구로 괴롭힌다. 국장을 잡으면 직원은 따라오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인사 청탁도 광역의원들의 주요 비리 통로다. 곽 전 의원은 “인사철이 되면 인사권자를 찾아가 ‘이 친구를 내가 봐 왔는데 일을 참 잘한다’며 승진을 넌지시 부탁한다. 승진이 되면 사업 정보도 미리 주는 등 상부상조의 관계가 된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