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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대 주차장 아침 7시면 꽉 차" 관광객 붐비는 하네다





김현기의 제대로 읽는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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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오전 7시30분 도쿄 하네다 공항.



 오랜만에 일본 국내 출장을 가기 위해 공항에 들어선 순간 ‘아차’ 했다. 국내선 주차장 진입로부터 승용차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P1~P4의 주차장 표시판 모두 빨간 글씨로 ‘만차(滿車)’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래도 서둘러 1시간30분 전에 왔으니 문제 없겠지…”라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국내선은 보통 20분 전에만 도착하면 된다). 주차장 관리 직원이 ‘주차하는 데 앞으로 2시간가량 걸립니다’란 팻말을 들고 주차장 입구 바리케이드 앞을 오가는 걸 본 순간 진땀이 났다. 차창을 열고 어찌된 일인가 물으니 한심하다는 듯 말한다. “모르세요? 요즘 주말이면 난리예요. 1만 대 수용 가능한 국내선 주차장이 아침 7시면 꽉 차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러진 않았는데…” 치열한 주차 신경전을 펼친 끝에 결국 이륙 5분 전 사정을 설명하고 간신히 탑승에 성공했다. 주차에만 거의 1시간30분 걸린 셈이다. 전국 각지로 떠나는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하네다 공항은 일본의 ‘미니 버블’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정은 도쿄의 밤거리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일 밤 12시 사무실과 각종 점포들이 운집한 에비스(?比壽)역 앞. 1년여 전만 해도 역 앞에 200m가량 일렬로 대기하던 빈 택시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30분 걸려 잡은 택시의 운전사 히가 슈이치(比嘉秀一·68)에게 사정을 물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하룻밤에 손님을 3~4번 태우는 게 한계였어요. 근데 말도 마세요. 지난주에는 무려 19번이나 태웠다니까요. 최근 10년 사이 최고 기록이에요, 기록! 법인카드 사용하는 손님도 부쩍 늘었고요.”



도쿄 긴자 유흥가 호황 … 빈 택시 없어



 음식점과 술집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도쿄 긴자(銀座)의 초밥집 ‘규베(久兵衛)’. 저녁 식사 한 끼에 1인당 최저 2만 엔(약 20만원)을 웃도는 최고급 가게다. 요즘 이곳에는 하루 평균 300명이 넘는 고객이 몰려 예약조차 힘들 정도다. 이마다 요스케(今田洋輔·69) 사장은 “올 들어 매출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월 매출이 1억 엔(약 10억원)을 넘어섰다”고 자랑했다.



 1년여 전만 해도 ‘임대 모집’이란 간판이 곳곳에 걸려 있던 긴자 뒷골목 빌딩 점포에도 고급 술집 클럽들이 빽빽이 들어섰다. 경기 좋을 때 한몫 챙기려는 이들로 상황은 완전 역전됐다.‘버블’적 상황을 상징하는 건 역설적으로 클럽에서 ‘가장 싼’ 술이다. 긴자·아카사카(赤坂) 클럽에선 언제부터인가 2만 엔 받던 시바스 리걸 12년짜리가 일제히 사라졌다. 대신 요금이 2배가 넘는 18년짜리로 대체됐다. 그래도 클럽들은 자리 잡기 힘들 정도로 흥청망청거린다.



 “이 정도로 경기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진주 전문점 미키모토)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 경기는 마치 1980년대 중·후반의 버블을 연상케 한다. 돈이 일본으로 몰리고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는 건 외국인의 움직임에 민감한 호텔업계와 부동산을 통해 알 수 있다.



 롯폰기의 그랜드하얏트, 긴자의 페닌슐라, 아카사카의 뉴오타니 호텔 등 도쿄의 고급 호텔 대부분은 현재 가동률이 90%를 넘는다. 불과 1년여 전 할인가를 또다시 할인해 고객을 유치하던 상황과는 180도 변했다. 뉴오타니 호텔 관계자는 “전체 숙박객의 20%가량 되던 외국인의 비중이 40%로 커졌다”고 귀띔했다. 외국인 비즈니스맨들이 늘었다는 건 일본에서의 일이 그만큼 늘었다는 걸 의미한다.



 주가 상승과 엔저로 기업 실적이 호전되면서 사무실 공실률도 급락 중이다. 지요타(千代田)·시부야(澁谷)구 등 도쿄 도심 5개구의 평균 공실률은 지난해 7월부터 올 5월까지 11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와 연동해 도쿄·오사카(大阪) 등 대도시 땅값도 덩달아 뛰어오르고 있다. 외국인 부동산투자를 중개하는 가와치 아타루(河?中·53) 대표는 “지금은 부동산 물건을 20번 입찰해도 하나 건질까 말까 할 정도”라고 말했다.



오사카에 있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빌딩 ‘아베노 하루카스’. 300m 높이의 빌딩 안에는 호텔·백화점 박물관·전망대가 있어 늘 인파로 붐빈다. [사진 지지통신]


호텔 가동률 90%, 사무실 공실률 급락



 각종 지표의 변화만 봐도 뜨겁게 달아오른 일본 경기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도산 건수는 1만855건으로 버블 말기인 91년 이후 가장 낮았다. 실업률도 16년 만에 가장 낮은 3.5%(5월)다. 지난 5월의 유효구인배율(구인자수/구직자수) 또한 1.09배로 92년 이래 최고로 낮았다. 한마디로 일할 사람 100명이 있으면 일자리는 109개 있는, 일자리가 넘쳐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8일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RBC) 웰스매니지먼트 등이 작성한 ‘세계 부 리포트(World Wealth Report) 2014’에 따르면 금융자산 100만 달러 이상을 소유한 일본인은 전년 대비 43만 명이나 늘어난 233만 명이었다. 증가율 23.3%는 압도적 세계 1위다.



 아무리 아베노믹스로 주가가 급등해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년 디플레’ 운운하며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진 듯했던 일본 경제가 ‘버블’로 돌아선 게 과연 맞는 이야기일까.



 돗쿄(獨協)대 모리나가 다쿠로(森永卓郞) 교수(경제학)는 “80년대 버블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단정했다. 그는 “결정적 차이는 가구당 소비지출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버블을 즐기는 건 엔저로 덕을 본 기업들, 그리고 보유주식의 주가 상승으로 돈을 번 부유층뿐이라는 이야기다. 그러고 보면 2억~3억 엔 하는 도심 부동산은 즉각 매진되지만 3000만~5000만 엔가량의 샐러리맨 대상 부동산 물건은 잘 안 팔리고 있는 것도 납득이 된다.



“기업·부유층만 버블 즐겨” 평가절하도



 이코노미스트인 다시로 히데토시(田代秀敏)도 “유효구인배율 1.09의 내역을 자세히 보면 토목 근로자가 5.0인 반면 사무직 정사원은 0.6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아베 정권이 공공사업을 늘리는 바람에 비정규 노동자만 증가하고 있을 뿐이지 이것만 갖고 정말 경기가 좋아졌다고 볼 순 없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주장은 첨예하게 맞선다. 그러나 현 일본의 호황이 아직 사상누각의 ‘양극화 버블’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는 아베가 현 상황에서 실현할 수 있었던 유일한 차선의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찌됐건 거품은커녕 말라 비틀어져가는 한국 경제와는 대조적이다.



김현기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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