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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탕물 스스로 샤워 연잎의 신비, 때 안 묻는 옷감에 적용

청색기술 실용화한 사례
청색기술의 실용화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스스로 정화하는 연잎의 구조는 때 묻지 않는 옷감 개발에, 천장에도 붙는 게코(도마뱀붙이)의 발바닥 모양은 로봇 개발에 이용됐다. 도꼬마리 씨앗의 갈고리 원리는 벨크로 개발로 이어졌다(왼쪽부터). [사진=중앙포토]


[강찬수의 자연, 그 비밀]
자연서 영감 '청색기술' 활용 늘어
도꼬마리 씨앗서 찍찍이 힌트 얻고
도마뱀붙이 발바닥은 로봇에 응용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의 연꽃공원 세미원(洗美苑). 지난 6일 드넓은 연꽃 단지에는 진홍색과 흰색의 연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짙은 녹색 연잎 위에 맺혀 있던 물방울이 간혹 강바람에 또르르 굴러 떨어졌다. 관람객들은 아름다운 연꽃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뿌리와 잎을 흙탕물에 담그고 있지만 깨끗한 꽃을 피운다고 해서 불교에서는 연꽃을 극락세계에 비유한다. 속세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청정함을 상징한다.



 직접 흙탕물과 접하는 연잎이 깨끗함을 유지하는 비결은 특이한 잎의 구조에 있다.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연잎에는 10~20마이크로미터(㎛, 1000분의 1㎜) 높이의 미세한 돌기들이 촘촘히 솟아 있다. 이 돌기를 더 확대해 보면 100 나노미터(㎚, 100만 분의 1㎜) 크기의 초미세 돌기들로 이뤄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계층적 구조(이중 거칠기) 덕분에 물방울이 연잎과 접촉하는 면적은 아주 적다. 연잎이 물에 젖지 않는 이유다. 물은 분자들 사이에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세고, 표면적을 줄이려는 표면장력도 다른 물질보다 강해서 접촉 면적이 작으면 공 모양을 유지한다.



 연잎에 떨어진 물방울이 공처럼 뭉치는 과정에서 오히려 연잎에 묻어 있던 티끌까지 흡수한다. 연잎이 이처럼 스스로 오염을 제거하는 것을 ‘연잎 효과(lotus effect)’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이 연잎 효과를 나노기술로 재현해 음식을 먹다 국물을 떨어뜨려도 때 묻지 않는 옷감, 스스로 청소하는 유리창을 개발했다.



 이처럼 자연의 원리를 실생활에 적용하는 게 이른바 ‘청색기술(blue technology)’이다. 환경친화적인 녹색기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자연을 흉내 내고 배우고, 자연과 융합하는 기술이다. 청색기술의 고전적인 사례가 ‘찍찍이’라고 불리는 벨크로(Velcro)다. 단추나 지퍼 대신 한쪽은 까칠까칠하게, 다른 한쪽은 부드럽게 만들어 두 부분이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도록 한다. 스위스의 기술자인 조르주 드 메스트랄은 1941년 현미경을 들여다보다 도꼬마리 씨앗처럼 식물의 갈고리가 옷에 달라붙는 원리를 발견했고, 여기서 힌트를 얻어 벨크로를 발명했다.



 청색기술 사례는 이뿐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모르포(Morpho)나비의 화려한 청색은 색소 때문이 아니라 날개를 구성하는 단백질의 나노 구조 덕분이다.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의 나노 구조를 지닌 날개에 빛이 부딪치면 특정 파장의 빛만 반사된다. 이 원리는 위조지폐 방지나 색조화장품 개발에 활용된다.



 벽이든 천장이든 마음대로 붙어 다니는 게코(도마뱀붙이)는 발바닥에 굵기가 서로 다른 섬모가 계층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발바닥과 천장 사이에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생겨 들러붙는다. 분자 간의 인력인 ‘반데르발스 힘’이 작용하는 덕분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정전기가 발생한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이 원리는 로봇 개발에 응용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팀은 곤충 겹눈을 본뜬 카메라를 개발했다. 지름 0.8㎜의 작은 렌즈 180개에 이미지 센서를 붙인 뒤 반구형(半球型)으로 배열, 각각의 이미지를 하나로 연결했다.160도의 광각 촬영에도 영상의 왜곡 현상이 없었다.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자연모사연구실 김완두 박사는 “자연은 효율적이고 오염물질을 내지 않고 선순환하기 때문에 과학기술과 접목시키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다”며 “자연에서 영감을 얻고 자연을 모사(模寫)하는 청색기술은 앞으로도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할 분야”라고 말했다. 자연을 파괴하려 들지만 아직도 인간은 ‘대자연(Mother Nature)’에서 배워야 할 게 많다는 얘기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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