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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아픔 위로합니다" 안산 무료공연

사진 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명창 안숙선, 해금 연주자 강은일


13일 오후 경기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세월호 사고 합동분향소가 보이는 극장에 청중 700명이 들어찼다. 300여 명은 티켓을 신청해 입장한 안산 시민들이다. 300명은 자원봉사자, 심리상담사들이다. 나머지 100장의 티켓은 사고 유가족들에게 갔다.

정경화·안숙선·강은일씨
문화예술의전당 무대 올라
유가족 등 700여 명 참석
"긴 기다림, 같이 돕고싶어"



 연주자들은 검은 옷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6)씨는 앙코르 곡으로 ‘내 영혼 바람되어’를 연주했다. 시인 메리 엘리자베스 프라이가 쓴 시에 김효근이 곡을 붙인 음악이다.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란 가사로 시작된다. 어머니의 무덤을 보지 못하는 소녀를 위로하기 위한 시로, 죽은 이가 이승에 전하는 말이다. 정씨가 바흐·브람스를 연주하는 동안 천진난만하게 몸을 비틀던 어린 청중도 앙코르에서 숙연해졌다.



 안숙선(65) 명창은 판소리 춘향가로 공연을 시작했다. “하루 가고 이틀 가고 열흘 가고 한 달 가고/날 가고 달 가고 해가 지낼수록/님의 생각이 뼈 속에 맺힌다.” 안 명창은 무대 위에서 소리를 했을 뿐 말을 아꼈다. 무대 뒤에서 만난 그는 “유가족과 안산 시민들이 참 오래 기다리지 않았느냐. 그 기다림을 돕고, 떠난 이들을 깊이 새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고통이 잊히진 않겠지만 잊으려 너무 애쓰지 말라는 말을 하려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예정 돼 있었던 다른 공연을 취소하고 안산으로 왔고, 합동분향소에 들렀다가 무대에 올랐다.



 해금 연주자 강은일(47)씨는 “어떤 위로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저 함께 울어줄 수 있을 뿐이다”는 말과 함께 연주를 시작했다. 흑인 영가 중의 자장가인 ‘서머타임’을 연주하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이날 추모 공연은 지난달 열렸던 작은 무대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11일 정경화씨는 안산문화예술의전당 1500석짜리 극장에 150명 만을 초청하고 이들을 무대 위에 올라와 앉도록 해 바로 앞에서 연주를 들려줬다. 이 중 10여 명이 생존자·희생자 가족이었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직원 중 세월호 사고 생존자 어머니가 있었고, 그가 이들을 초청했던 것이다. 나머지는 자원봉사자였다. 슈베르트·크라이슬러 등을 연주했던 정씨는 “말로는 어떤 위로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저 연주를 해야 했다”며 “모두가 음악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이 있었고 그게 바로 치유의 과정이었던 것 같다”다고 기억했다. 연주가 끝나고는 청중과 깊은 포옹을 했다.



 이 무대의 소식을 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순회사업추진단이 규모를 키워서 다시 만든 것이 13일 무대였다. 안산문화재단 조형준 공연기획부장은 “유가족들이 드러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공연 티켓을 전달받은 유가족 중 정확히 몇 명이 참석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모두 객석에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연주자들도 그 믿음으로 무대에 서서 청중과 눈을 맞췄다. 이들은 모두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



안산=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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