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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섬기려다 생긴 '마음의 상처' 치유책 절실하다





[중앙일보·녹색소비자연대 공동기획] '건강한 사회 만들기 캠페인' 좌담회

고객을 ‘섬기는’ 시대다. 고객의 불평에 직원은 고개를 숙이고 사과한다. 심지어 무릎을 꿇기도 한다. 친절경영의 이면에는 감정노동자의 고달픈 삶이 있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현상이다. 최근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법·제도적으로 감정노동자가 덜 상처받는 환경을 만들고,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받자는 것이다. 바로 건강한 소비문화다. 이를 위해 지난 9일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대표(소비자, 이하 조), 연세보건대학원 직업환경의학과 김인아 교수(전문가, 이하 김),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 정길호 회장(기업, 이하 정),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이성종 정책기획실장(감정노동자, 이하 이)이 각계를 대표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논의했다.



글=류장훈 기자 , 사진=김수정 기자 



조=최근 감정노동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왜 이 문제가 중요해지고, 감정노동자의 건강상태가 심각해졌을까.



 김=육체노동에서 지식노동으로 바뀌고, 서비스 영역이 확장되면서 감정을 상품화해 팔게 됐다. 그 와중에 성장을 지향하는 기업은 치열하게 서비스 경쟁을 했다. 결국 노동자의 상품화가 격화되면서 외국에 비해 감정노동 강도가 심해졌다. 또 노동의 계층화가 심해진 것도 감정노동이 광범위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정=기업 입장에서는 감정노동이 소비자 권익의 급격한 신장에 대한 반대급부라고 본다. 온라인이 활성화하면서 사실확인이 안 된 내용이 기업 피해를 가중시켰다. 기업은 방어수단이 많지 않아 소비자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옳든 그르든 사건이 확대되기 전에 빨리 무마하는 것이 현명하다. 고스란히 피해는 감정노동자에게 돌아간다.



 조=문제 행동을 하는 소비자를 정확히 볼 줄 알아야 한다. 대다수 소비자는 기업이나 상품의 정보, 고품질의 제품으로 응대해 주길 원한다. 90도로 고개 숙이길 원하는 게 아니다. 근데 기업은 이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고객 접점에 있는 감정노동자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한다.



 김=기업은 정확한 정보를 주거나 기술수준을 높이는 것보다 친절이 쉬운 거다. 소비자는 정확한 정보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나에게 대해 주는 친절이 나를 존중한다고 느낀다. 그 사이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이=과도한 친절을 요구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3월 모 백화점 협력업체 판매직 여성은 고객으로부터 ‘왜 30%밖에 세일을 안 하느냐’는 항의를 받았다. ‘자신은 결정권이 없다’고 대답했지만 왜 방법을 찾아보지 않느냐며 일방적으로 욕설을 퍼붓고 사과를 요구했다. 백화점 관리자는 이 직원에게 사과하라고 지시했다. 회사가 자신을 보호해 주지 않는 데에 대한 상처가 더 크다.



 김=감정노동자는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다. 정신건강은 숨겨진다.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도 있지만, 전 단계인 사람이 많다. 이들을 적절히 관리해 가장 좋은 수준의 건강상태를 만들어야 서비스의 질도 높아지고 고객이 만족한다. 전 단계의 노동자는 극단적인 갈등의 상황이 더해지면 우울증이나 자살에 이를 수 있다.



 이=외국은 실제 감정노동자의 정신건강 증진 사례들이 있다. 유럽 일부 국가는 기업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노동강도를 개선하면서 육체적·심리적으로 덜 힘들도록 하는 데 투자했다. 또 한 백화점은 감정노동이 생기지 않도록 기업과 노조가 업무 매뉴얼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게 확산됐으면 좋겠다.



 김=감정노동이 정신건강 측면에서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감정노동자는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근골격계 질환, 뇌·심혈관계 질환, 탁한 실내공기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가령 제조업은 사업장에 간호사도 있고 의료전문가가 있지만 서비스업에는 이런 부분이 취약하다. 이들의 심신건강을 종합적으로 봐주는 것이 필요하다.



 조=감정노동을 하는 직업군과 고위험군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김=우리나라 기업은 아직 건강하고 안전한 근무자를 원한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는 아픈 것을 숨긴다.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과 조직이 있어야 하고, 이들의 개인정보를 인사·노무팀에서 쉽게 빼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조=이제는 기업·소비자·감정노동자가 갖고 있는 견해 차를 줄이는 시도를 해야 한다.



 김=기업과 소비자, 노동 제공자가 서로 배려하는 구조를 갖는 것은 우리나라에 없던 뭔가를 만드는 것이다.



 이=2012년부터 2년 동안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여러 법안이 발의됐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직무 스트레스를 업무상 질병 기준에 넣었다. 또 사업주가 감정노동 완화를 위한 업무지침을 작성하고 교육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고객에게 감정노동을 유발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글을 게시하는 법안도 있다. 특히 고객에 의한 성희롱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가 가해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사법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문제는 아니다.



 정=문화적 족쇄가 풀려야 한다. 상상해 보라. 고객을 고발한 기업으로 낙인찍힌다면 선뜻 나설 기업이 있겠는가.



 조=고객의 부당한 요구는 결국 다른 소비자에게 피해가 된다. 기업과 소비자단체가 감정노동의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고, 제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 감정노동자 모두 윈윈하며 성숙한 소비문화를 조성하는 발판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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