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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를 인정하면 해법 보인다

지난 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ASEM 종교간 고위급 회의’에 참가한 러시아 정교회와 유대교, 이슬람교 등의 종교지도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종교와 종교 사이에 벽이 있다. 그 벽을 문으로 만들어야 한다.”

ASEM 종교간 고위급 회의
9·11 등 잇단 테러 겪으며
문화간 소통 필요성 깨달아
"대화는 신의 뜻" 공감대



 7월 3~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종교간 고위급 회의’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문명간 대화’라는 ASEM의 어젠다와 맥을 같이했다. 20여개 나라의 종교계 대표들이 문명의 차이, 종교의 차이를 넘어서는 해법을 찾고자 머리를 맞댔다.



 러시아 국제문화협력부의 미카일 대표는 “서로 다른 종교 간에 대화를 할 때 ‘당신의 말을 듣고 있다(I hear you)’는 게 중요하다. ‘사랑한다(I love you)’ ‘이해한다(I understand you)’가 아니라 ‘듣고 있다(I am hearing you)’는 거다. 나와 너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태도다”고 강조했다. 강요된 사랑이나 의무적인 이해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가슴을 열라는 메시지였다.



 ‘ASEM 종교간 고위급 회의’는 고통과 상처를 겪고서 만든 국제적 대안이다. 미·소 냉전체제가 무너질 때 21세기는 ‘평화의 세기’가 되리라 기대됐다. ‘9·11 사태’(2001년)는 이런 기대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지역간·종교간·문명간 분쟁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9·11 사태’와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 테러(2002년)’를 연이어 거치며 서로 다른 종교간 대화와 소통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2005년부터 매년 아시아와 유럽이 번갈아가며 이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 대표로 참가한 KCRP(한국종교인평화회의) 변진흥 사무총장은 ‘남북한 종교 교류’에 대해 발표했다. 변 사무총장은 “국가적 차원, 외교적 차원에서 국가 관계가 경색될 때도 있다. 그때 종교간 교류는 벽을 허물고 문을 만드는 중요한 창구가 된다”고 말했다. EU(유럽연합)의 베레나 테일러는 인터넷상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증오 발언(Hate speech)’을 지적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욕과 증오의 발언은 심각한 문제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굉장히 어려운 문제지만 대안을 찾아야 한다. ‘반(反) 증오 발언(No hate speech)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무차별적인 모욕·증오 발언이 이제 국제회의에서 거론될 만큼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된 셈이다.



 러시아 이슬람지도자협의회 루샨 하즈라 아비야소프 부대표는 이슬람 경전 ‘쿠란’의 49장 13절을 언급했다. ‘사람들이여, 너희를 남자와 여자, 민족과 부족으로 만들었나니, 서로 서로를 알도록 하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이슬람에서 종교간 대화는 쿠란의 명령이다.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과의 대화는 우리가 신의 뜻을 찾고 인간을 이해하는 아주 중요한 통로다”고 해석했다. 회의에 참석한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박현도(이슬람학) 교수는 “종교간 대화가 신의 뜻에 어긋나는 게 아니라 각 종교가 신의 뜻을 찾아가는 지름길이란 의미다. 이슬람 내부에도 종교간 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글·사진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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