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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무표정한 킬러, 독일

독일 일간지 ‘디 벨트’는 9일 브라질과의 4강전을 “벨루오리존치의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축구강국 브라질을 상대로 7골을 퍼붓는 기적을 쓰고도 독일 선수들은 요란하게 기뻐하지는 않았다. 마치 사이보그처럼 냉철하고 차갑게 결승전을 준비하고 있다. [AP=뉴시스]


“7-1, Ohne Worte(할 말 없다)!”

진화한 전차군단
7골 몰아넣고도 선수들 무덤덤
결승 확정 뒤 세리머니 안 해
경기마다 선수당 데이터 432만 개
해부하듯 상대팀 무섭게 도려내



 독일 일간지 ‘빌트’의 간결한 헤드라인이다.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완벽한 승리라는 의미다. 독일은 9일 브라질월드컵 4강에서 개최국 브라질을 7-1로 대파하고 12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빌트는 이례적으로 독일 대표팀 선수 전원에게 최고 평점인 1점을 부여했다. 독일 일간지 ‘타게스짜이퉁’의 “대형 교통사고처럼 충격적인 경기”란 표현처럼, ‘진화한 스마트 전차군단’ 독일 축구대표팀의 위용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경기였다.



 힘과 높이를 앞세워 선굵은 플레이를 펼친 독일 축구는 예로부터 ‘전차 군단’이라 불렸다.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스마트 전차군단’으로 진화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코치로 위르겐 클린스만(50) 감독을 보좌한 뒤 사령탑으로 승격한 요아힘 뢰브(54) 감독이 조용하면서도 내실있게 팀을 바꿨다.



9일(한국시간) 베를린의 한 광장에서 자국 대표팀을 응원하던 독일 축구팬들이 결승진출이 확정 된 뒤 환호하고 있다. [베를린 AP=뉴시스]
 뢰브 감독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미드필더 토마스 뮐러(25)와 토니 크로스(24·이상 바이에른 뮌헨), 메수트 외질(26·아스널)을 발탁했다.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에서 활약한 190cm에 육박한 미드필더 미하엘 발락(38), 디트마르 하만(41), 크리스티안 지게(42) 등과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전 대표에 비해 키는 작아졌지만 더 창의적인 선수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둔탁한 전차 군단을 스마트하게 만든 ‘브레인’이다.



 독일은 전차 군단의 틀을 지키면서도 스폰지처럼 다른 나라의 장점을 흡수했다. 특유의 게겐 프레싱(전방 압박), 스페인의 티키타카(탁구 치듯 짧고 빠른 패스 플레이), 네덜란드의 카운터 펀치 역습이 조화를 이룬 게 뢰브 감독의 축구다. 전술 변화도 유연하다. 알제리와 16강전에서 진땀승을 거둔 뒤 대대적인 포메이션 변화를 줬다.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를 프랑스와 8강전부터 선발 기용하고, 필립 람(31·뮌헨)을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원래 포지션인 오른쪽 풀백으로 내렸다. “세계 정상급 측면 수비수를 미드필드에서 썩힌다”는 독일 언론의 비난을 받아들인 것이다.



 스마트하게 빅 데이터 기술도 잘 활용했다. 지난달부터 ‘SAP 매치 인사이트 솔루션’을 도입했다. 선수들이 훈련 때 무릎과 어깨에 4개의 센서를 부착하면 운동량과 순간속도, 심박수, 슈팅동작, 방향 등 데이터가 감독의 태블릿 PC에 실시간으로 전송됐고, 90분 동안 선수당 432만여개의 데이터, 팀 전체 4968만여개의 데이터가 만들어졌다. 외부 장비 사용이 금지된 월드컵 경기 중에는 경기장 밖 카메라를 통해 데이터를 분석해 다음 경기에 활용했다.



 독일은 브라질과 4강전 전반 23분부터 약 6분 사이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으며 4골을 몰아 넣었다. 미드필더 크로스와 외질, 뮐러,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31·뮌헨), 사미 케디라(27·레알 마드리드)는 각자 맡은 영역의 전문가였다. 확실히 분업화가 이뤄져 본연의 임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행했다. 공격 전개 과정에서 선수들간 협력 플레이가 환상적이었고, 볼 다툼도 검투사처럼 적극적이었다.



 독일 일간지 ‘디 벨트’는 “독일이 해부용 칼처럼 패스 또 패스하며 브라질의 살을 도려냈다”고 묘사했다.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는 “월드컵 4강전이 연습경기가 됐다. 상대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팀인 브라질이었다”고 표현했다.



 독일의 뢰브 감독과 선수들은 마치 사이보그처럼 차갑고 냉철했다. 월드컵 준결승에서 릴레이골을 넣었는데도 요란하게 기뻐하지는 않았다. 뢰브 감독은 후반 13분 5-0으로 앞선 상황에서 클로제를 뺐다. 클로제는 이날 월드컵 개인 최다골(16골)을 기록해 계속해서 경신하도록 남겨둘 법도 한데 안드레 쉬를레(24·첼시)로 바꿨다. 쉬를레는 2골을 넣으며 브라질 축구대표팀을 절망에 빠뜨렸다. 종료 직전 오스카에게 한 골을 허용한 뒤에, 수비수들은 동점골을 내준 것처럼 아쉬워했다. 경기를 시작할 때나, 7-0으로 앞설 때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조금은 겸손할 필요가 있다. 아직 월드컵은 끝나지 않았다. 결승까지 집중력을 유지하고 싶다”(뢰브 감독)“, “균형감각이 필요하다(뮐러)”, “아직 자만해서는 안된다(마츠 후멜스)”. 전 세계가 경악한 승리를 거둔 뒤에도 독일대표팀은 차분했다. BBC 라디오 채널의 라파엘 하닉스테인은 “독일이 터트린 7골은 모두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게임은 이미 전반전 25분 만에 끝났다”며 “독일이 승리한 결정적인 계기는 프로페셔널한 정신이었다. 그들은 경기가 끝난 뒤 승리한 뒤에도 결승 진출로 만족하지 않아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디 벨트’는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상관없다! 독일이 우승후보”라고 표현했다.



박린·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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