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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아이들의 행복한 내일을 위해 교육현장에 '기다림' 씨앗 뿌려야

외국에서는 우리나라를 ‘빨리 빨리’라는 말로 표현하며 급한 민족으로 말한다지만 실상 우리 선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된장과 고추장을 담그기 위해 콩을 심어 수확하고, 그것으로 메주를 만들어 대청마루 기둥에 매다는 것을 통해 자연 속에서 발효, 숙성의 과정을 지나게 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는 기다림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요즘에도 어떤 집에 가보면 오래된 된장·간장을 자랑스럽게 내놓습니다.



 그런데 산업화와 고속성장을 단기간에 지나면서 우리 사회는 어느새 세계가 놀라는 빠른 사회 속도를 갖게 됐습니다.



 기다리는 문화는 점점 사라져갑니다. 이제는 3분이면 익는 라면에 익숙합니다. 또 시간적 단축뿐 아니라 결과만 보장된다면 과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속도를 위해 꼭 필요한 시간과 과정을 간과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특별히 이런 속도를 중시하는 사회의 모습이 우리 자녀들의 교육현장에까지 나타나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요즘 오후 시간대 아파트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을 찾기 힘듭니다. 모두 학원에 가야 하기 때문에 놀 시간이 없는 겁니다.



 부모는 이웃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내 아이가 혹시 뒤떨어지지는 않을지 늘 노심초사합니다. 여러 종류의 사교육을 받으면서 배운 것이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으면 곧 실망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바라보며 저는 교육현장만큼은 ‘기다림의 미(美)’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소원을 가져봅니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기다림이 미덕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40년 남짓의 교단 생활을 돌이켜보면 기다림을 통해 얻게 된 소중한 열매가 셀 수 없이 많았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기다려줌으로써 돌아온 방황했던 학생들부터 성장을 보여준 성실한 학생에 이르기까지. 기다리지 않았다면 경험할 수 없었을 즐거움입니다.



 6·4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교육감들이 새로운 교육정책을 제시하며 일제히 취임했습니다. 이러한 교육정책들이 정말 효과 좋은 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다림’입니다.



 교육은 특별한 이벤트, 단발성 행사나 캠페인이 아니므로 지금은 당장 가시적 효과가 없는 시책이라도 장래 우리 아이들의 행복에 필요한 교육이라면 교육 현장에 관계된 모든 이가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 교육은 아이들에게 전통 장맛처럼 깊은 맛을 내는 인생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일등으로 가는 교육을 넘어 정직과 성실, 책임과 도리 같은 기본을 만드는 교육은 성적 향상뿐 아니라 행복한 삶의 가치를 아이들에게 전할 것입니다. 나라 사랑하는 마음, 효도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모두 기다림을 통해 씨앗에서 열매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그땐 잘 몰랐지만 마음에 품었던 것들이 이제야 깨달아지는 것을 머리가 희어가는 지금도 경험합니다. 답답하고 어렵다고 묘목이 바로 나무가 되게 할 수는 없습니다.



 
류창기
전 천안교육지원청 교육장
심어놓고 물을 주며 잘 가꾸는 기다림을 통해 나무는 쑥쑥 자랍니다. 우리 아이들이 점점 더 성장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돌봐주고 기다려주는 교육환경을 기대합니다.



 오늘 기다림으로 뿌린 씨앗은 반드시 행복한 삶이라는 열매로 나타날 것입니다. 교육은 기다림입니다.



류창기 전 천안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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