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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5번만 읽으면 시험 나올 중요 내용 다 보여요"



방 가운데 떡 하니 놓인 커다란 테이블 위에 각종 프린트물과 교과서, 문제집이 널려 있다. 방 한켠엔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태양의 브로마이드와 키티·미피 등 갖가지 캐릭터 인형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영락없는 소녀의 공간인 이 곳은 세화여고(서울 서초구 반포동) 2학년 전교 1등 전혜원양 방이다. 전양은 “맨날 어지른다”며 배시시 웃었다. 책상은 전양의 수더분한 면모가 그대로 묻어난다. 전양이 들려준 공부 방법도 그의 책상처럼 털털함 그대로였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수학은 도형이 어렵고요, 영어는 문장 구조를 잘 모르겠어요.”

 전양은 학교 측이 전 과목에서 독보적인 전교 1등이라며 추천한 학생. 하지만 정작 자신은 “교과서도 너무 어렵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교 1등은커녕 상위권이기만 해도 교과서는 치우고 수준 높은 문제집부터 찾아보기 마련인데, 전양은 자습 시간이면 교과서부터 펼친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교과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교과서를 읽으면 굳이 힘들여 외우지 않아도 맥락이 잡혀서 공부 시간이 짧아진다”는 게 전양 설명이다. 사회탐구 과목이 대표적이다. 시험 전 교과서를 최소 다섯 번씩 읽는다. “처음 한두 번은 소설책 읽듯이 죽죽 읽어요. 전체적인 줄거리가 잡히면 밑줄을 그으면서 읽고요. 그러고 나면 시험에 나올 법한 중요한 내용이 눈에 보여요. 나중엔 그것만 쓰면서 외우죠.”

 문제를 많이 푸는 게 관건일 것 같은 수학을 공부할 때도 교과서가 필수다. 교과서로 기본 개념을 확실히 잡아야 복잡한 문제도 실타래 풀듯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기출문제도 많이 풀지만 막히는 문제가 나올 때마다 교과서를 옆에 놓고 개념을 확인한다.

 오답 노트는 쓰지 않는다. “그렇게 꼼꼼한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그만의 수학 공부법은 답안지를 절대 보지 않는 것이다. “해답을 보면 보는 순간에는 이해가 되는 것 같지만 비슷한 문제가 나왔을 때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고 말했다. 혼자 힘으로 반복해 풀어도 답이 나오지 않으면 교과서와 『수학의 정석』을 펼쳐 개념부터 확인하고, 그래도 못 풀면 학교에서 교사의 도움을 구한다. 언뜻 보면 답안지를 보는 거나 교사에게 설명을 듣는 거나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전양의 생각은 다르다. “선생님은 풀이과정 전체를 설명하지 않고 실수한 부분에 대해 힌트만 준다”며 “그 조언을 바탕으로 다시 풀면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장 자신있는 과목은 국어와 국사다. 어려서부터 워낙 책을 좋아해 방대한 양의 독서를 했던 게 바탕이 됐다. 중학교 때는 하루 서너 권씩 읽는 날도 많았고, 고등학교에 올라온 뒤에도 중간·기말 시험기간이 아니면 한달에 여섯 권씩 읽는다. 독서 방법이 좀 특이하다. 마음에 드는 작가를 발견하면 도서관에 가서 그 작가 책을 몽땅 빌려와 독파하는 식이다. 『레미제라블』을 읽고 나서 빅토르 위고를, 『죄와 벌』이 마음에 들면 도스토예프스키를 파고드는 식이다. 전양은 “그냥 손에 잡에 잡히는 대로 읽어도 되지만, 저자를 따라 작품을 독파하다보면 저자 문체에 익숙해지니 다음 작품을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그 시대상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전양이 가장 공들여 공부하는 과목은 영어다. 세화여고가 강남에 있는 자율형 사립고다 보니 영어 유치원을 졸업하고 단기유학을 한 학생이 적지 않다. 영어 유치원에 다닌 적도, 외국에서 살아본 적도 없는 전양은 “영어는 아무리 공부해도 늘 부족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부족한 어휘력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며 “시간 날 때마다 단어를 외우고 있다”고 말했다.

 단어를 암기하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영어 단어장을 사서 날마다 몇 개씩 정해놓고 외우거나, 모르는 단어를 노트에 정리해 자신만의 단어장을 만들어 반복적으로 보는 방식이다. 전양은 다르다. 휴대폰을 활용한다. 전양 휴대폰은 일명 ‘효도폰’이라 불리는 2G 폴더형. 메모장 기능을 활용해 휴대폰 자판을 꾹꾹 눌러가며 단어를 외운다. 전양은 “단어는 외워야 하고 또 휴대폰을 갖고 놀고 싶기도 해서 그냥 한번 메모장에 영어 단어를 입력해 봤는데 의외로 금방 암기가 됐다”며 “그 뒤부터는 단어 외울 때마다 휴대폰으로 장난치듯 재미있게 공부한다”고 말했다.


 독서광인만큼 영어도 원서를 읽으며 실력을 쌓았다. 초등학교 때 읽던 영어 동화도 다시 꺼내 읽고, 영국 작가인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도 자주 읽는다. 전양은 “원서를 읽은 덕분에 독해 속도는 확실히 빠르다”고 얘기했다. “지금까지 특별히 독해집을 사서 풀어본 적은 없는데, 수능 모의고사를 보면 늘 시간이 남는다”며 “원서를 한 권 읽고 나면 기출문제를 풀 때 독해가 훨씬 부드럽게 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신문 사설을 꾸준히 읽는 것도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세화여고는 매일 오전 ‘신문 읽기’ 시간을 정해놓고, 전교생에게 신문 사설을 분석하도록 권한다. 전양은 “신문을 자주 읽다보면 시사 상식이 쌓이는 것은 물론 비문학 지문의 구조를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진다”며 “국어는 물론 영어 지문 파악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문을 읽는 습관이 생기면서 또래의 학습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교육 기사도 눈여겨 보게 됐다. 전양은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책상에 붙여놓고, 그 연예인에게 강의하는 방식으로 공부해 서울대에 들어갔다’는 기사를 보고 따라하기도 했다. 또 신문 기사에서 ‘영어 단어를 하나하나 외우는 것보다 문맥 속에서 외우는 게 낫다’는 정보를 발견하고는 영어 원문을 한페이지씩 복사한 다음 모르는 단어를 수정액으로 지우고 자신이 직접 채워넣는 식으로 적용하기도 했다. 전양은 “연예인 사진 앞에서 공부하는 건 너무 어색하고 민망해서 바로 그만 뒀고, 영어 원문을 복사해 빈칸 채우기 식으로 단어 외우는 건 꽤 효과가 커 꾸준히 하고 있다”며 “신문 속 다양한 정보 중 내게 맞는 걸 찾을 수 있다는 게 유용하다”고 말했다.

 전교 1등이라면 쉬는 시간에도 복습하고, 주말에도 쉬지 않고 공부만 할 것 같다. 하지만 전양은 공부할 땐 확실히, 놀 때도 확실히, 주의다. “나뿐 아니라, 성적이 잘 나오는 애들은 자신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할 일을 딱 끝내고, 나머지 시간엔 잘 쉰다”고 말했다. 계속 책상 앞에 앉아있는다고 성적이 오르는 건 아니란 얘기다. 실제로 전양은 쉬는 시간마다 매점에 가서 군것질 하고, 일요일이면 미국 드라마나 영국 드라마를 몰아본다. 빅뱅 콘서트가 있는 날이면 공연을 보고 종일 놀다 오기도 한다.

 어머니 김희춘(53)씨는 “자기가 알아서 시간 관리를 잘하기 때문에 쉬는 시간에 뭘 하는지까지 시시콜콜 잔소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워낙 혼자 잘 알아서 하기 때문에 심지어 시험기간이라도 김씨는 평소 보던 드라마를 계속 본다. 김씨는 “멘털(정신력)이 워낙 강해 딱히 도와줄 게 없다”며 “시험 때 드라마 소리 줄여서 보는 정도가 전부”라고 했다. 엄마가 이럴 정도니 전양과 10살 이상 차이나는 언니 오빠도 일체 공부와 관련해서 간섭하는 일이 없다.

 전양은 공부 계획도 느슨하다. 잠들기 전 오늘 한 일과 내일 할 일을 머릿속에 한번 떠올려 보는 게 끝이다. 플래너에 하루 목표와 계획을 시간대별로 촘촘히 적어 놓고 반드시 지킨다는 식의 철두철미함은 없다. 전양은 스스로를 “하기 싫으면 머리가 딱 멈춰버리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자신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그는 “공부할 때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면 안된다는 규율을 세워놓고 스트레스를 받느니 휴대폰을 활용해 영어 단어 외우는 편이 낫고, 책 읽기 좋아하는 특성을 살려서 문제풀이보다 교과서 읽기 위주로 공부를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엄마 즐겨찾기  중앙일보 열려라공부(www.joongang.co.kr/gangnam), 잠수네 커가는 아이들(www.jamsune.com), 파파안달부루스(cafe.daum.net/papa.com), 세화여고에서 진행하는 강연회(자소서 쓰기, 수시 경향, 방과후 수업 안내 등등)

책상 위 교재  국어: 오감도 비문학(좋은책신사고), 문학 개념어와 논리적 해석(쏠티북스) 수학: 수능 기적 수1(개념원리), 블랙라벨(블랙박스), 자이스토리(수경출판사), 수학의정석(성지출판사) 영어: 수능영어(디딤돌), 천일문(쎄듀) 법과정치: 셀파(천재교육) 사회문화: 누드교과서(이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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