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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 가느니 강남서 경기도 위장전입 하는 세상



일반고의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대폭 떨어졌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 신입생 가운데 일반고 출신은 46.7%로, 지난해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연세대(49.9%), 성균관대(49.5%) 등 14개 주요 대학의 일반고 진학률도 모두 줄었다. 대학 진학률 뿐 아니라 수업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일반고는 사실상 3류 학교로 전락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학생과 학부모, 고교 교사들은 일반고 위기에 대해 “교육환경과 시스템 등 여러 병폐가 곪을대로 곪다 한꺼번에 터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학력 저하 외에도 달라진 대입 시스템에 대한 적응 실패, 그리고 교사의 불통 마인드 등 삼중고(三重苦)에 빠진 일반고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박형수·정현진·전민희·심영주 기자

“우수 학생, 기회만 있으면 전학”

일반고가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한 고통은 구성원의 학력 저하다. 일반고 교사들은 “현 고교 입시 흐름상 당연한 결과”라고 불만스러워한다. 선발권을 가진 과학영재학교·과학고·외국어고·국제고 등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는 물론 마이스터고·특성화고까지 먼저 입시를 치른 뒤에야 일반고에 학생이 배정된다. 결국 입시 탈락자가 일반고에 간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일반고의 A교장은 “중학교 내신 상위 50%에도 못 드는 학생이 대거 유입되니 수업 분위기가 엉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목고에 아깝게 떨어진 우수 학생이 가뭄에 콩나듯 들어오긴 하지만 공부할 분위기가 아니라며 기회만 있으면 전학을 가버리니 악순환이 심화된다”고 덧붙였다. 아들을 강남구에 한 공립고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 김모(59)씨도 동의한다. “아들이 (자사고인) 세화고에 지원했다 추첨에서 떨어져 결국 인근 일반고에 배정받았다”며 “고교 배정일 날 집안이 완전 초상집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저조한 대학 진학률 때문이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어수선한 수업 분위기였다. “한 반 30여명 중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은 두세명뿐”이라며 “주변에 웬만하면 일반고 보내지 말라고 얘기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위장전입까지 해가면서 일반고 배정을 피하기도 한다. 올해 경기도의 한 지역단위 자사고에 입학한 B군은 강남 한복판의 한 중학교 졸업생이다. 문제는 진학하려던 특목고에서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인근 일반고에 강제 배정될 게 뻔하자 B군 어머니는 이후 입시 일정이 잡힌 경기 지역 자사고에 보내겠다고 마음 먹고 B군 주소를 그 학교 주변으로 옮겼다. 그는 “동네에서 특히 남학생이 그 학교에 가면 ‘대학은 다 갔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학교 이미지가 안좋다”며 “대학에 보내려면 무슨 수라도 썼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특목·자사고보다 학생부 질 낮아”

일반고 위기를 둘러싼 원인으로 학교 측이 대개 ‘학생 수준 저하’를 꼽는다. 하지만 학부모와 학생 얘기는 다르다. 이들은 ‘학교의 무성의함’을 꼬집는다. 대학 입시가 수시 위주로 개편됐다. 수시 전형의 주요 평가항목은 학교생활기록부다.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생부에 경쟁력있고 충실한 내용이 실려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총괄팀장은 “특목고·자사고 학생과 일반고 학생 사이에 학생부의 질적 차이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디테일에서 격차가 심하다”며 “일반고는 교내활동 종류만 줄줄 나열하는 데 그치는 반면 특목고·자사고는 활동 전후 학생의 심적 변화와 고민·성장, 활동 후 노력까지 꼼꼼하게 기록한다”고 했다.

예컨데 일반고는 ‘학생회장을 했다’‘경제 동아리 활동을 했다’는 식으로 사실을 단순 나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특목고·자사고는 입시에 정통한 교사들이 ‘이 학생의 꿈은 사회적 기업의 CEO다. 학생회장을 할 때도 그런 자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몸이 불편한 친구를 전담하듯 돌봐주는 등 학급을 위해 성실하게 봉사했다. 경제 동아리에서 활동할 때는 이주 여성을 위한 기업을 만들겠다며 자신이 만들 기업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발표해 인상적이었다’는 식으로 스토리텔링을 써준다는 것이다.

자녀를 대원외고에 보낸 학부모 이모(47)씨는 “아이가 내신 바닥을 깔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특목고를 보낸 건 학교의 대학 진학 노하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목고는 입시를 오래 담당한 전문가급 교사가 많아 대입 체제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일반고와 차원이 다르다”며 “대원외고는 원래 정시에 강한 학교였는데, 대학에서 수시 전형을 확대한다고 발표하자마자 동아리·교내대회·수행평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쓸거리를 제공해줬다”며 만족해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반고 학생들이 불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뚜렷한 진로진학 지도를 해주지 않으니 3년간 표류만 하다 낙오자가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서울의 사립대 입학사정관은 “대학은 학생부를 통해 지원자의 고교 생활 전체를 확인한다”며 “학교가 방향성을 갖고 학생을 끌어주지 않으면 학생 혼자 아무리 노력해도 제대로 된 학생부를 완성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종합해 보면 일반고는 구성원과 시스템 모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모든 일반고의 상황이 같은 건 아니다. 공립에 비해 사립이 비교적 사정이 낫다.

특목고·자사고 못지 않은 교내 프로그램을 갖춘데다 대학 진학률도 높아 일반고면서 ‘명문고’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기고(서울 강남구)·대진고(서울 노원구)·상문고(서울 서초구) 등이 대표적이다. 같은 일반고라 입학하는 학생들의 학업 수준에는 큰 차이가 없을 텐데, 입시 결과가 벌어진 이유는 뭘까.

“교사들, 일반고 잠깐 거치는 곳으로”

대진고 이성권 교사(서울 진학지도협의회장)는 “교장을 포함한 교사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 교사는 “일반고 위기로 지적되는 부분이 거의 동아리 활동 등 비교과 부분”이라며 “비교과 영역을 확대하려면 교사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방과후 수업이나 동아리 지도, 교내 경시대회 등을 운영하려면 교과 지도 이후에 초과 근무를 하는 등 교사의 희생이 필수적인데, 교사 집단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 사립 일반고 교장은 공립 일반고의 태생적 한계를 이렇게 짚었다. “공립고 교사는 4~5년 간격으로 순환 근무를 하는데 진로진학지도처럼 긴 호흡이 필요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조희연 교육감의 ‘고교 균형배정제’에 대해 우려하는 학부모가 많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최진영(47·서울 동대문구)씨는 “공립 일반고가 학생과 학부모의 기피 대상이 된 건 꼭 우수 학생이 적어서만은 아니다”며 “전문성을 축적해온 학교와 달리 시스템이 부실한 학교가 많은데, 이런 곳에 우수학생을 보내면 학교가 사는 게 아니라 애들만 희생양이 되는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교사들, 잠깐 거치는 곳 생각에 열정 덜해”

대진고 이성권 교사(서울 진학지도협의회장)는 “교장을 포함한 교사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 교사는 “일반고 위기로 지적되는 부분이 거의 동아리 활동 등 비교과 부분”이라며 “비교과 영역을 확대하려면 교사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방과후 수업이나 동아리 지도, 교내 경시대회 등을 운영하려면 교과 지도 이후에 초과 근무를 하는 등 교사의 희생이 필수적인데, 교사 집단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 사립 일반고 교장은 공립 일반고의 태생적 한계를 이렇게 짚었다. “공립고 교사는 4~5년 간격으로 순환 근무를 하는데 진로진학지도처럼 긴 호흡이 필요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공립 일반고에서는 수업 시간에 집중하기는커녕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엎드려 자는 학생을 깨우는 교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교사 스스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는 얘기다. 서울의 공립 일반고인 C학교 최모 교사는 “잠깐 거치는 곳으로 생각하니 열정이 없다”며 “학생도 그걸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업 내내 교사는 ‘내가 너희한테 뭘 기대하겠느냐’며 대충 설명하고, 학생은 ‘교사가 우릴 무시하니 아무 얘기도 듣고 싶지 않다’는 태도로 뻗대는 것”이라 덧붙였다. 정규 수업이 이럴 정도니 동아리나 방과후 활동을 교사가 적극적으로 이끄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러니 조희연 교육감의 ‘고교 균형배정제’에 대해 우려하는 학부모가 많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최진영(47·서울 동대문구)씨는 “공립 일반고가 학생과 학부모의 기피 대상이 된 건 꼭 우수 학생이 적어서만은 아니다”며 “전문성을 축적해온 학교와 달리 시스템이 부실한 학교가 많은데, 이런 곳에 우수학생을 보내면 학교가 사는 게 아니라 애들만 희생양이 되는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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