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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고민하는 OECD·IMF, 한국 경제는?

나현철
경제부문 차장
리카싱(李嘉誠·86). 33조원에 가까운 재산을 갖고 있는 아시아 최고 부자다. 비즈니스 세계에선 재신(財神)·상신(商神)으로 불리고, 재산의 3분의 1을 사회에 환원해 만민의 존경을 얻었다. 2012년 두 아들의 사업을 교통정리해 재벌가에 흔한 승계다툼도 방지했다. 이 정도면 걱정 하나 없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가 보다.

 지난달 그가 “부와 기회의 불평등 심화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가 고향 광둥성에 설립한 산터우대 졸업식 축사에서다. 그는 “양극화에 대한 분노와 높은 복지 비용이 뒤섞이면서 중국 경제성장을 둔하게 하고 사회 불만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문제를 내버려둘 경우 (저성장이 장기화하는) 뉴 노멀(New Normal)로 정착될 수 있으니 중국 정부가 역동적이고 유연한 부의 재분배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물은 역시 거물이다. 송사리는 연못 크기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고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질이 나빠지고 물이 마르면 몸집이 클수록 위태로워진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도 연못이 안녕해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안다. 기업이 물고기라면 연못은 국가경제와 가계(소비자)일 것이다. ‘부자 증세’ 같은 얘기를 거침없이 하는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도 이런 유의 ‘똑똑한 고래’다.

 요즘엔 여기에 새로운 고래들이 가세했다. 경제분야의 내로라하는 국제기구들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최근 ‘소득 분배와 빈곤’ 보고서에서 지난 30년간 선진국에서 소득 불균형이 더 심해졌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조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자에게 유리한 면세 제도 등을 철폐하고 부동산·금융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아시아 각국의 분배 악화가 지속되면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과 효율을 강조하던 곳들의 변신이다. 압권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보고서들이다. 대놓고 “여전히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불균형을 외면하면 결국 성장 수준을 낮추고 성장의 지속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환위기 때 긴축과 구조조정을 압박하던 ‘저승사자’의 말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런 지적에서 한국은 자유로울까. 자신 있게 ‘노’라고 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가계와 기업,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괴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계와 기업 내에서의 양극화도 함께 심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 정책에선 이런 고민의 흔적이 충분히 묻어나지 않아 왔다. 증세는 금기어가 돼 있고 경제민주화는 대선용 슬로건으로 퇴색됐다. 다행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요즘 발언에선 불균형과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엿보인다. 그가 이끌어갈 2기 경제팀에선 그 생각과 정책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되길 바란다. 균형과 복원력을 잃은 경제는 자칫 세월호를 닮아갈 수 있다.

나현철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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