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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자녀 편애해 걱정이라는 30대 주부

Q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 딸을 둔 30대 후반 주부입니다. 머리로는 두 아이를 똑같이 사랑해야 하는 걸 아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고민입니다. 유독 둘째에만 정이 갑니다. 큰애한테 무슨 문제가 있어서는 아닙니다. 오히려 얼굴도 예쁘고 남을 잘 배려해 학교 친구들은 물론 동네 어른들도 다 좋아합니다. 언니에 비해 동생은 양배추 인형처럼 못생겼고 투정도 많이 부립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밉지가 않네요. 모범생인 큰딸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두면서도 둘째에게는 딸바보가 되고 맙니다. 큰애는 섭섭한 눈치입니다. 고쳐야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편애가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지만 아픈 정도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UC 데이비스) 연구진이 아이 768명과 부모를 조사한 결과 아버지의 70%와 어머니의 65%가 편애하는 자식이 따로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모 셋 중 둘 이상이 편애를 인정했다는 얘기입니다. 편애하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부모까지 감안하면 통계적으론 편애하지 않는 부모가 소수인 셈입니다.

 이 연구에서 편애 대상은 맏이가 가장 많았습니다. 물론 막내도 적지 않았습니다. 건강한 자녀를 편애하는 부모가 있는가하면 약한 자녀를 편애하는 부모도 있었습니다. 편애의 이유도 각양각색이었습니다.

 부모들은 저마다 여러 이유로 설명하지만 실제 중요한 요소는 얼마나 나와 비슷한 점이 많은가, 하는 유사성입니다. 외모든 행동이든 닮은꼴 자녀한테 마음이 더 간다는 것입니다. 엄청 속을 썩이는데도 마음이 더 간다면 내 닮은꼴이 아닌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좀 놀았던 부모가 모범생 자녀를 좋아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노는 자녀한테 몰래 용돈을 더 챙겨줍니다. 무의식에서 작용하는 동질감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미워하는 건 순식간에 결정됩니다.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않다는 거겠죠. 이런 감정에 대해 여러 이유를 대지만 실은 좋고 싫음은 0.3초만에 본능적으로 정해버립니다. 그러고나서 이차적으로 그 감정에 대한 이유를 만드는 경우가 흔합니다. 자녀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본능적으로 마음이 더 가는 아이를 정해 버리는 셈이지요.

 편애는 본능적이고 일반적이지만 자녀 양육에는 좋지 않습니다. 더 사랑받는 아이는 지나치게 의존성이 생길 수 있고, 덜 사랑받는 아이는 사랑을 얻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하는 강박적 경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부모의 편애로 상처받은 마음이 해결되지 않아 클리닉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예컨대 40대 중반의 한 주부는 어린 시절 홀어머니가 오빠를 편애했던 상처가 아직까지 남아있다고 털어놓더군요. 어머니에게 사랑받기 위해, 더 정확히는 어머니에게 버림받지 않으려고 청소년 시절 죽도록 노력했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모범생 딸이 되려고 최선을 다한 삶이었습니다. 좋은 대학에 가고 훌륭한 가정을 이뤘지만 아직도 마음 속엔 오빠만 사랑하던 어머니에 대한 섭섭함과 좌절이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면서도 마음은 항상 불안하고 표현 못할 분노감에 힘들다고 합니다.

 사랑받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한 결과 사랑받을 만한 존재로 만들었지만 아직도 ‘나는 사랑 받을 가치가 없다’는 낮은 자존감을 갖고 있는 겁니다. 자존감이 떨어지면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날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에 만남은 늘 불안하고 사랑받기 위해 지나친 노력을 합니다. 이렇게 표현했음에도 상대가 잘 반응하지 않으면 쉽게 좌절하고 분노합니다. 그러니 대인관계는 점점 위축됩니다. 주변에서는 이런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남에게 싫다는 소리를 잘 못하기 때문입니다. 항상 남을 먼저 배려하기에 주변의 평가는 천사표입니다. 실제로 위의 40대 여성의 얼굴도 천사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부정적 감정을 얼굴에 담을 용기가 없었던 거죠. 상대가 나를 거절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천사 얼굴을 만든 것입니다.

 문제는 자신이 부모가 됐을 때도 힘들다는 겁니다. 한편으론 ‘나도 어머니처럼 편애해 내 애가 나처럼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또 다른 측면에선 부모와의 관계가 해결되지 않아 스스로 부모 역할을 할 마음을 갖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40대 여성 역시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라 두렵다’며 자녀에 대한 미안함을 계속 호소했습니다. 고민 끝에 자녀를 모두 조기 유학을 보냈답니다. 주변에서는 자녀의 성공을 위한 결정으로 알지만 실은 키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다행히도 이 여성의 자녀들은 엄마를 좋아하고 잘 성장했습니다. 엄마가 집착하지 않고 잔소리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아이들은 엄마를 친구처럼 좋다고 한답니다. 스스로는 엉망인 엄마라고 생각하는데도 말이죠. 편애로 생긴 심리적 결핍이 오히려 자녀 양육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경우입니다.

 오늘 사연으로 돌아와 볼까요. 편애 역시 본능이니 어찌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부모 사랑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자녀 입장에선 부모의 편애는 평생 가는 심적 고통을 만들 수 있습니다. 부모들이 편애를 숨기려고 똑같이 사랑하는 척하지만 아이들은 금방 눈치챕니다. 그래서 똑같이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하기보다 각각 특별하게 사랑한다는 느낌을 주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4학년 딸과 하는 놀이와 2학년 딸과 하는 놀이를 달리 하는 것입니다. 나만의 놀이로 놀아 줄 때 아이들은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는구나’라고 느낍니다. 아이들을 비교하는 말은 절대 금물입니다. 모든 사람에겐 장단점이 있습니다. 장점을 각기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세요. 이를 긍정탐구(appreciative inquiry)라 하는데요. 자신의 약점 때문에 부모에게 사랑 받지 못한다는 좌절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긍정적인 부분을 극대화해 부정적인 것을 극복하는 삶의 전략을 배워갈 수 있습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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