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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기자는 고은맘] 고은파는 수퍼맨








“좋은 아빠가 될 것 같은 사람”.

결혼 전 후배가 남편에 대해 물었습니다. “좋은 사람”이라 했더니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기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나쁜 남자’한테 끌린다지요. 그것도 한 때. 물샐 틈 없이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놈들에게 치이다 보면 그저 ‘착한 남자’가 최고입니다. 자기가 아닌 다른 인간에게도 온전히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람.

남편은 그냥 딱 봐도 ‘착한 남자’ 입니다. 얼굴이 그렇게 생겼습니다. ‘어디서 본 적 있다’ ‘선생님 아니냐’ ‘연구원 같다’ 등, 이게 남편이 듣는 첫인상입니다. 게다가 ‘공대 나온 남자’ 입니다. 20대 시절에는 호환마마보다도 더 피하고 싶었던 답답한 남자의 표본, 같은(지금은 인생을 모르는 후배들에게 “공대생이 최고”라고 조언합니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입니다. 아들딸 쌍둥이를 임신한 친구, 임신 12주가 된 친구, 아들쌀 쌍둥이를 두 팔에 안고 나온 친구 등이 모였습니다. 쌍둥이 녀석들이 조용한 식당 안을 휘젓고 다니려는데, 그나마 제정신을 차리고 쌍둥이 녀석들을 돌 본 친구는 아들 둘을 둔 (성별이 남자인) 친구입니다. 아직 결혼 안 한 골드미스 친구가 아닌. 임신한 친구들이나 고은양 케어에 바쁜 저같은 ‘여자’인 사람이 아니라 남자 친구가 능숙하게 쌍둥이를 돌봤습니다. 아들 둘을 둔 내공이 그대로 묻어나왔습니다.

그 친구가 쌍둥이를 돌보는 사이 테이블은 성토의 장이 됐습니다. 밤에 다리가 저려 열두번은 더 깨는데도 남편이 다리 주물러줄 생각은 않고 쿨쿨 잠만 자다가 아침이면 “그러게 마사지기 사라고 그랬잖아”라고 한다며. 좀 서럽네요. 배 무게 때문에 똑바로 누워자기도 힘들 텐데 말이죠.

그날 저녁 조리원 밴드의 대화 주제도 남편 성토였습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남편이 15분 놀아주고 지쳐선 빈둥거리고 소파에 누워 있는 걸 보면 속이 뒤집힌다는, 그래서 지난주에만 두 번을 싸웠다는. 자기만 바둥거리고 남편은 빈둥대는 것 같아 애를 맡기면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이건 어떻게 저건 어떻게 해야 하냐며 귀찮게 한다는, 그래서 속 터져 그냥 아기를 다시 맡는다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남편이 고맙습니다. ‘팔불출’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데도 남편 얘기를 꺼내는 건 육아의 필요이자 충분 조건이 남편이기 때문입니다.

육아의 철칙은 남편이 육아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남편과 육아를 ‘함께한다’는 것입니다. 아빠와 노는 아이가 똑똑하고 사회성도 좋다는 기사를 냉장고에 똭!, 잘 보이는 자리에 붙여놨습니다. 남편에게 육아의 중요성에 대한 반응이 무조건 반사로 나올 정도로 강조합니다. 그런 주입식 교육의 힘인지, 아님 내추럴 본 착한 아빠인지 남편은 집에 있는 시간이면 저와 육아를 분담합니다.

(일일히 말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예를 들어 이렇습니다.

밤새 고은양을 돌보느라 방전될 무렵, 고은양은 새벽같이 일어납니다. 아침 5시 반 전후. 일찍 자건 늦게 자건 기상 시간은 변함이 없습니다. 혼자 일어나선 저를 향해 ‘오~오~’ 거리면서 놀아달라 사인을 보냅니다. 그러면 남편이 출동합니다. 방전한 저를 대신해, 밤새 충전한 남편이 고은양을 데리고 거실로 나가 두 시간 정도를 놀아줍니다. 아침 이유식도 주고, 책도 읽어주고. 그 사이 저는 꿀잠을 잡니다. 아침마다 아빠는 고은양과 ‘인텐시브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그래서인지 고은양은 벌써 ‘아바 아바’하면서 아빠를 알아보는 것 같습니다. 섭섭하기도 하지만 아빠랑 있으면 더 자주 웃고요.

고은양 목욕도 아빠 몫입니다. 정시 퇴근하면 저녁 7시 전후. 밥을 먹고 제가 뒷처리를 하는 사이 고은양 목욕을 시킵니다(임신 중에는 제가 설거지를 한 적이 없습니다 ㅋ). 만 7개월이 지나면서 고은양은 8kg이 훌쩍 넘고, 힘은 장사가 됐습니다. 욕조에서 뒤집기와 발장구 하기, 손으로 물치기 등 개인기를 선보입니다. 그런 고은양을 자제시키며 꼼꼼히 목욕을 시키죠(며칠 전 남편이 늦어 오랜만에 고은양 목욕시키다 손목 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ㅠ). 목욕 후 미모를 뽐내는 고은양과 놀다 재우는 것도 남편입니다. 그렇게 두 부녀가 안방으로 들어가면 저는 숨을 돌립니다. 제 시간입니다. 그런 조그만 시간 덕에 남들은 폐렴 수준으로 겪는다던 산후우울증도 감기 마냥 지나쳤습니다.

고은양 아빠는 ‘수퍼맨’입니다.
(곧 다가올 결혼기념일. 이번엔 사심(?)을 담아 육아일기를 썼습니다.)

ps1. 아, 딱 하나 남편이 안 하는 게 있습니다. 고은양 똥기저귀 치우기. 자기가 치우면 될 텐데 굳이 저를 부릅니다. 어제도 아침 꿀잠을 자는데 고은양 응가 했다며 저를 호출합니다. 그것만은 못하겠다는데…. 언젠가 제가 없을 때 고은양이 응가 폭탄을 안겨줘야 아빠가 진정한 ‘수퍼맨’이 되겠네요(남편은 “자기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하네요ㅠ).

ps2. 고은양 수면교육 시킨다고 아동학대 수준으로 고은양을 울게 내버려 두고 있습니다. 마음이 편치 않은데 독자분이 메일로 힘을 주셨습니다. 괜찮다고요^^. 수면교육의 힘인지 고은양이 ‘사람처럼’ 자기 시작했습니다.

고란 기자

[사진]

1) 아빠와 처음 가는 물놀이 준비 완료. 미니마우스 수영복 입은 고은양.
2) 아빠와 함께 탄 로봇 마차. 페달을 밟으면 로봇(?) 곰돌이가 전력 질주.
3) 엄마 자는 사이 아빠와 소파에서 모델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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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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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