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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노역' 판결 비난에 … 대법, 향판 10년 만에 폐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역법관(향판·鄕判)제도가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4월부터 활동해온 ‘지역법관제도 개선연구반’이 최근 지역법관제도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보고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반은 “지역법관제도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지역유지와의 유착 의혹을 받게 됐으며 사법 시스템 전반의 신뢰 위기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지역법관제는 같은 고등법원 권역 내에서 10년간 근무할 수 있게끔 보장해주는 제도를 의미한다. 2004년 도입된 이 제도에 따라 현재 한 지역에만 근무하는 법관이 308명에 이른다.

공식 집계되는 지역법관은 아니지만 인사 때마다 같은 지역 근무를 희망해 계속 눌러앉는 비공식 향판도 많다. 수도권 근무 희망자가 훨씬 많은 상황에서 지역 근무를 희망하면 대부분 받아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1년 선재성 당시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가 관내 법정관리 신청기업의 관리인에 지인을 추천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비가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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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1000억원대 교비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홍하 서남대 이사장에게 보석을 허가했던 순천지원 판사도 광주고법 관할에서 14년째 근무해왔다. 특히 올 3월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게 벌금을 내지 않으면 일당 5억원으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한 ‘황제노역’ 판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향판 논란이 달아올랐다. 2010년 이 판결을 한 장병우 전 광주지법원장이 1985년 이후 이 지역에서만 근무해왔기 때문이다.

 장 원장 사퇴 후에도 비판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당시에는 지역법관 재신청을 불허하는 ‘자연 감소 방식’이 거론됐지만 결국 조기 폐지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역법관제를 폐지하고 특정지역 근무 기간에 상한을 두는 쪽으로 큰 방향이 정해졌다”며 “기한을 얼마로 할지 현재 근무 중인 지역법관은 어떻게 할지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연말까지 최종 결정해 내년 2월 인사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방향은 정해졌지만 시행에는 애로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10년 가까이 한 지역에서 근무해온 고참 향판들에게 의무적으로 비연고지로 옮길 것을 요구할 경우 대거 옷을 벗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원 관계자는 “전체 법관(2750여 명)의 10% 넘는 향판이 한꺼번에 움직일 경우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연말까지 정밀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구체적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으로는 법조 일원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10년차 이상 법조 경력자를 임용할 경우 지금처럼 의무적으로 순환근무를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경력법관을 형사재판에서 배제하거나 소액재판만 맡기는 방식으로 한 지역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번 개선안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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