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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신문 보기-2001년 1월 20일 31면] '의리' 김보성 꽃미남 시절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폭주족을 연상케 하는 검은 가죽재킷과 선글라스, 과장된 액션으로 “으~리” 돌풍을 일으킨 김보성(48)도 시작은 ‘샤방샤방한’ 청춘 스타였다. 이미연과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가 김보성의 데뷔작이다. 순정만화 속 주인공처럼 생긴 김민종을 제치고 주연 자리를 꿰찬 김보성은 가난하지만 이미연을 향한 마음만은 순수한 청년 '봉구'를 연기했다.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풋풋한 사랑을 잘 소화해 낸 김보성은 이후 ‘그래, 가끔은 하늘을 보자’(1990), ‘열 아홉의 절망 끝에 부르는 하나의 사랑 노래’(1991) 같은 청춘 영화의 주연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하이틴 스타 김보성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맡은 작품들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했다. ‘팔도 사나이 91’(1991), ‘미지의 흰새’(1991), ‘총잡이’(1995)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대중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다행히 7년 만에 되찾은 주연작 ‘투캅스2(1996)’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김보성은 새로운 이미지로 변신하게 된다. 불의를 못 참고 주먹부터 앞서는 신참 이 형사 역을 맡으면서 하이틴 스타로서의 이미지를 벗고 액션 배우의 향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었던 것 같다. 곧이어 출연한 ‘투캅스3(1998)’에서 김보성은 다시 한 번 이 형사 역할에 도전하면서 섹시 여배우 권민중과 호흡을 맞췄지만 영화는 혹평을 받았다. ‘깡패 수업2’(1999)’도 무식한 이미지만 더해졌을 뿐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렇게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나 싶었던 김보성은 영화도 드라마도 아닌 예능을 통해 부활했다. 2000년 SBS 예능프로그램 ‘기분 좋은 밤’의 코너 ‘김보성 시인되다’가 큰 인기를 끌게 되면서다. ‘코믹 액션 배우’ 김보성이 시를 배우는 모습은 어딘가 어색하면서도 웃겼다. 압권은 마지막 회에서 김보성이 자작시 ‘사나이의 길’을 발표하는 장면이었다(얼마 전 그는 MBC ‘라디오스타’에서 다시 한 번 이 시를 읊었다). 이 시에서 그는 ‘의리를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리며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진실과 사랑뿐이란 생각으로 사는 사나이들’이라며 ‘의리’를 외쳤다.


백두산 기슭의 흰 눈 속을 외로이 거니는 범처럼
모든 물질만능주의 세계에 물들지 않고
자신의 업을 이기는 사나이들
-김보성, 사나이의 길 中



이때부터 그는 ‘코믹·단순·무식’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순수하고 우직한 사나이 캐릭터를 갖게 된다. 중앙일보 2001년 1월 20일자에 실린 감기약 ‘타코나’ 광고 속 김보성을 보면 선글라스도 끼지 않았고 수염도 없다. 샤방샤뱡한 꽃미남은 아니지만 부드럽고 선량한 얼굴이다. 믿음직하면서도 어딘가 귀여운 허당끼도 있어 보이는 게 ‘허당’ 이승기가 연상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올해까지 10년 넘게 ‘배우’로서의 존재감은 약했던 김보성을 부활시킨 것도 예능프로그램과 광고였다. 개그우먼 이국주가 tvN ‘코미디빅리그’에서 김보성 캐릭터를 패러디하면서 자연스레 사람들은 ‘원조 김보성’이 보고 싶어졌고, 이런 대중의 욕구를 알아챈 광고사 하나가 김보성과 ‘의리’를 엮은 촌스러우면서도 정감 가는 CF를 내놓았다. 5월 초 유튜브를 통해 선공개되면서 대한민국에 ‘의리’ 열풍을 일으킨 비락식혜 광고다. 박력있게 식혜 뚜껑을 따며 ‘신토부으리!’를 외치는 이 유일무이한 캐릭터는 수많은 사회 담론까지 이끌어냈다. '개인화된 현대사회에서 엉뚱하고도 순수한 캐릭터를 그리워하던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했다는 분석부터 동양 특유의 정서인 ‘의리’가 서구화된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에 대한 심도 깊은 문화 담론(중앙일보 6월 29일, ‘문소영의 문화 트렌드’ 참고)'까지 등장했다.



김보성은 최근 인터뷰에서 “광고가 물 밀듯이 들어오고 있지만 ‘의리’가 너무 상업적으로 이용될까봐 자제하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20년 동안 꾸준히 ‘의리’를 외쳐온 김보성. 그는 뛰어난 연기파도 아니고, 얼굴이 조각같이 잘생기거나 아이돌처럼 끼가 많은 것도 아니다. 확실히 그는 우등생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래서 그를 좋아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진=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스틸컷, 영화 '투캅스3' 스틸컷
남록지 인턴기자 rokji12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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