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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책이 부동산 거품 진원지 … 중국 정부 금융위기는 막을 것



금융위기는 흔히 부동산 버블에서 시작된다. 버블 붕괴로 부채를 이기지 못한 기업과 가계가 파산하면서 위기는 폭발한다. 1990년대 초 일본이 그랬고, 2008년 미국이 그랬다.
중국 부채 문제의 심각성이 날로 더해가고 있는 지금, 중국 부동산 시장 동향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과연 중국 부동산시장은 거품 붕괴를 앞두고 있을까. 그래서 금융위기로 이어질까.

지난 5월 투자은행 노무라가 ‘중국 부동산 시장 보고서’를 내놨다. 지극히 도발적이었다. “대세 상승세를 탔던 부동산 시장이 이미 터닝포인트를 지나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었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올해 각종 부양책을 쓴다고 해도, 부동산 문제로 인해 성장률은 기껏해야 7.4%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에는 6.8%로 떨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올 성장 목표를 7.5%로 내건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듣는다면 속이 확 뒤집어질 수치다. 심지어 경착륙(hard landing·노무라는 경착륙 기준을 ‘4분기 연속 5%이하 성장’으로 정의했다)에 빠질 가능성이 3분의 1에 달한다고 봤다.

경고는 끊이지 않는다. UBS의 경제자문역인 조지 매그너스는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에서 ‘이번에는 정말로 버블이 터질 수 있다(This time China’s property bubble really could burst)’라는 제목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짚었다. 중국의 유명 경제학자인 앤디 씨에는 “올해 중국 부동산 가격이 50% 정도 폭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들의 주장만 모으면 내일 부동산 시장이 붕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위기를 걱정해야 할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올 1~4월 부동산 거래량은 약 1조5300억 위안(약 252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 줄었다. 1~3월엔 이 수치가 7.7%였다. 4월 들어 거래 감소폭이 더 커졌다는 얘기다. 시장이 위축되고 있으니 착공이 늘어날 리 없다. 올 들어 4개월 동안 신규 주택 착공은 전년보다 무려 24.5%나 내려 앉았다. 우리나라도 그렇듯, 거래감소 이유는 가격 하락에 있다. 집값이 떨어지는데 굳이 지금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지난 5월 중국 70개 도시 신규 주택 가격은 전월 보다 0.15% 떨어졌다(국가통계국). 값이 전월보다 떨어지기는 지난 2012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사지 않으니 재고만 쌓여간다. 중국 중위안(中原)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현재 베이징시 주택 재고 물량은 8만844채로 18개월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 5만5000채에서 4개월 만에 2만5000채가 늘었다. 35개 주요 도시의 지난 5월말 미분양 주택 면적은 2만5570㎡로 전년 동기 대비 20.1% 늘었다. 사상 최대다. 개발업체들은 미분양 주택 떨이에 나섰다. 분양사무실 앞에는 ‘30% 세일’, ‘두 채 사면 벤츠 자동차가 한 대’ 등 판촉 광고가 즐비하다. 여기에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반(反)부패 드라이브로 고급 주택 투기 수요가 위축되면서 시장은 더 썰렁해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나?
중국 부동산시장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말이 ‘정책시(政策市)’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집 값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정부는 값이 너무 올랐다 싶으면 은행 대출 창구를 닫아 값을 안정시키고, 너무 떨어졌다 싶으면 창구를 열어 제친다. 그렇게 시장은 출렁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정책’이라기보다는 시장 수급 요인으로 인해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무리한 투자가 공급 과잉을 낳았고, 가격 하향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정부가 돈만 풀면 다시 오르던 과거 모습과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지방정부와 기업의 부채 문제가 엉키면서 심각성이 더 커지고 있다.

무리한 투자가 부른 화(禍)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과잉 투자의 시작이었다. 당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경제 파국을 막기 위해 4조 위안(약 666조 원)의 경기부양 자금을 쏟아냈다. 은행 창구를 활짝 열어 돈을 방출했다. 그 돈이 몰린 곳이 바로 부동산 분야였다. 국유기업들은 돈 파티를 즐겼다.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었던 기업들은 빌린 돈으로 토지를 산 뒤 민영 개발업체에게 되팔기도 했다. 이래저래 집 값은 오를밖에 없었다. 2009년 붐이 시작됐다.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 또 다시 투기 광풍이 불었다.

‘앗 뜨거.’ 금융당국은 이들 대도시의 부동산 자금 방출을 막았다. 대도시 은행 창구가 막히니 자금은 내륙의 2·3선 도시로 몰렸다. 대륙 전역에 주택과 빌딩이 올라가기 시작한 이유다. 시티그룹 통계에 따르면 지금도 12개 성(省)에서 각각 평균 15개의 신도시가 건설 중이다. 133개 시(市)급 도시에서 모두 200여 개의 거대한 쇼핑주거 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대부분 마구잡이 공사다. 인구 120만의 작은 도시에 7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신도시를 개발하는 식이다. 원저우(溫州)·하이코우(海口)·오르도스 등 중소 도시가 대부분 그랬다. 균열이 표면화 된 것은 2012년 하반기부터다. 입주민을 찾지 못한 주택이 늘어나고, 전국 곳곳에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도시’가 속출하면서 버블은 파열음 내기 시작했다. 시장 균열은 지금 베이징·상하이 등 1선 도시마저 위협하고 있다.

도산 도미노 발생하나?
지방정부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방정부는 그 동안 재정수입의 약 40%를 토지 매각에 의존했다. 집 값이 떨어지면서 그것도 어렵게 된다. 가뜩이나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정부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혹한의 시기를 보내야 할 판이다. 업계에서는 파산 기업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의 부동산개발 업체인 싱룬(?潤)은 그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지난 2010년 닝보 주변의 3급 도시인 펑화(奉化)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땅을 샀다. ㎡당 7853위안, 모두 6억6000만 위안을 투자했다. 2011년 말 ‘타오위안(桃源)’라는 이름의 아파트 단지를 짓기 시작했다. ‘무릉도원’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초호화 주택이었다. 13억4000만 위안의 투자 자금 대부분은 은행에서 빌려왔다.

그런데 2012년 6월 분양을 시작했을 때는 분위기가 바뀌어 있었다. 치솟던 집값은 하락세로 돌아섰고, 주변 땅값도 급락했다. 타오위안 아파트 주변 토지는 싱룬이 2010년 살 때보다 절반이상 떨어졌다. 주변보다 두 배나 비싼 땅에 집을 지었으니 팔릴 리 없다. 결국 싱룬의 분양사무실은 파리만 날리게 됐고, 약 35억 위안에 달하는 부채를 견디지 못해 부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싱룬뿐만 아니다.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중소 개발업체들이 도산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리커창 총리는 본보기 차원에서 몇몇 부실 기업의 도산을 막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증시에서는 살생부 리스트가 나돌기도 한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줄어들고, 값은 더 떨어지고, 개발사들은 부채 압박에 시달리고…. 거대한 투기장이었던 중국 부동산 시장이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늪으로 변해가고 있다.

금융위기까지 번지나?
중국 부동산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그림자 금융’이다. 지난달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드러낸 랴오닝(遼寧)성 안산(鞍山)시의 라오둥지에(勞動街) 주택사업은 그 위기를 잘 보여준다. 이 프르젝트가 시작된 것은 2010년이다. 국유 건설기업인 중국야금(冶金)그룹이 사업을 맡았다. 조건은 ‘건물 완공 후 대금 지급’ 방식. 일단 야금그룹이 돈을 들여 집을 지은 뒤 정부에 넘겨주면, 정부가 대금을 일괄 지급하는 식이다. 그러나 집이 완공된 2012년, 문제가 생겼다. 정부가 대금을 지불하지 못한 것이다. 중국야금은 건설비 13억 위안을 물렸다. 하루라도 빨리 돈을 회수해야 했던 야금그룹은 신탁회사인 CITIC신탁을 찾았고, CITIC신탁은 이 프로젝트를 근거로 연 9~10%에 달하는 투자상품을 만들었다. 금융 당국의 감독을 피해 움직이는 ‘그림자 금융’ 자금이 부동산 개발 과정에 개입한 것이다.

문제는 부동산 버블이 터질 경우 이 같은 자금이 금융권에 얼마나 큰 충격을 줄 것이냐에 있다. 이는 곧 ‘부동산 경기 위축이 금융위기로 비화될 것이냐’라는 것과 다르지 않기에 비상한 관심을 끈다. 전문가들은 ‘노(no), 그럴 리 없다’고 답한다.

그림자 금융이 아킬레스건
우선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뜻이 강하다. 당국은 이미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한 대출을 늘리도록 내륙 2,3선 도시의 상업은행에 지시했다. 리커창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신형 도시화 작업은 내륙 도시의 주거환경 정비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예전에도 그랬듯, 정부가 수요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 재정이 튼튼하기에 뽑아 쓸 카드는 많다.

둘째 부동산 관련 채권의 안정성이다. 크레딧스위스에 따르면 홍콩증시에 상장된 17개 대륙 은행의 대출에서 부동산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6%에 달한다. 모기지론(주택담보 대출) 17%, 부동산개발사 6%, 건설사 3% 등이다. 경제학자인 위용딩(余永定)은 “중국의 부동산 대출잔액은 전체 위안화 대출 잔액의 20%대에 불과하다”며 “이는 선진국보다 훨씬 낮은 비율로,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림자 금융’도 크게 걱정할 건 못 된다. 이치훈 연구위원은 “그림자 금융은 금융공학이 만들어낸 파생상품이라기 보다는 단순 투자 상품의 성격이 강하다”며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같은 일이 중국에서 일어나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셋째 모기지론의 속성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모기지론을 받아 집을 살 때 집값의 30~50%를 자기 돈으로 넣어야 한다. 모기지론은 시장가의 약 90%에서 결정된다. 부동산시장 애널리스트 류린용은 “현재 주택 가격이 약 44%까지 떨어져도 은행은 버틸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넷째 금융기관의 자금 현황이다. 중국 주요 상업은행의 부실채권(NPL)비율은 1%이하다.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준이다.

게다가 중국은 약 4조 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야기되는 금융 충격으로부터 시장을 방어할 만한 충분한 ‘총알’을 비축하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기로 비화될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중국 부동산 시장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관련 산업이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20%안팎이다. 시장 위축은 성장률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중국 부동산 시장 동향에 지속적으로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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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