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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손잡고 반긴 시진핑, 한·중 '말없는 대화' 통할까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선물한 나전칠기 바둑통과 바둑알. 아래 사진은 지난 4일 서울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박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선물하는 모습. 진열된 선물 중 오른쪽이 바둑통과 바둑알, 가운데는 다기 세트, 왼쪽은 천삼. [중앙 포토]
바둑이 한·중 관계에 감초 역할을 할까. 지난 3일 오후 8시 15분 청와대 영빈관 만찬. 한·중 정상의 만남을 기념하고 양국간 우호를 돈돈히 하는 자리에 의외의 인물이 주목을 받았다. 전문기사 이창호(39) 9단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만찬장에 나온 이 9단을 보자 악수를 청했고 손을 크게 흔들면서 반가워했다. 이어 다음 날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오찬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나전칠기 바둑통과 신석(천연돌)으로 만든 바둑알을 선물했다.

 한·중 정상의 만남에 바둑이 등장하기는 이로써 세 번째다. 시 주석은 지난해 6월 27일 박 대통령의 방중 만찬 석상에서 창하오(常昊·38) 9단을 박 대통령에게 직접 소개하면서 “중국 바둑이 요즘 성적이 좋다”고 은근히 자랑한 바 있다.

 시 주석의 취미가 바둑이다. 1979년 칭화대를 졸업한 뒤 중국정치계의 원로 겅뱌오(耿彪·전 국무원 부총리·1909~2000)의 비서로 정치를 시작할 때 바둑을 배웠다. 겅뱌오 전 부총리가 그랬듯이, 시 주석 역시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바둑을 즐긴다고 한다. 시 주석은 “3년 동안 같이 음악을 듣고 바둑을 두면서 나라 다스리는 도리를 배웠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바둑이 왜 정상 간 대화의 소재와 선물이 될까. 해답은 바둑의 상징성에 있는 듯하다.

 바둑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수담(手談)이라 불렸다. ‘말 없는 대화’다. 언어 밖의 경지를 중시했던 동아시아 전통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또 신화와 옛 그림에는 바둑 두는 노인이 대개 지혜의 상징, 곧 현자(賢者)로 등장하곤 한다. 아울러 복잡한 두뇌싸움인 바둑의 천변만화(千變萬化) 속성 때문에 예로부터 정치에 비유되곤 했다.

 정치에서 상징 활용은 중요하다. ‘핑퐁 외교’라 불린 1970년대 미·중 관계 정상화 뒤에는 탁구의 상징성이 있었다. 탁구대 네트 위를 공이 오가는 이미지가 이데올로기 장벽을 뛰어넘으려는 당시의 시대정신을 대변했다. 바둑 선물은 상징을 주고받는 행위다. 이번에 이 9단을 초청하고, 바둑알을 선물하는 것은 한·중 양국의 우호관계를 확인하는 상징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한·중 ‘바둑 외교’에는 국회의원들도 나선다. 지난해 8월 12~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1회 한·중 의원바둑교류전이 열린 데 이어 올 8월 1~3일엔 여의도에서 제2회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국회 기우회 회장인 원유철 의원(새누리당 평택갑·52)은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회의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의 교류전에 대해 “외교의 핵심은 친밀성이다. 형식적 회담보다 장시간 바둑을 두다 보면 인간적 면모가 나타나고 서로 이해가 깊어진다. 핑퐁 외교처럼 바둑으로 외교를 원활히 하고 싶다”며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음력 7월 7석(양력 8월 2일)에 맞춰 올해 대회는 8월 1~3일에 열게 됐다”고 밝혔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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