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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해리 포터』 국내 소개한 '못의 사제'

한국시인협회장인 김종철(사진) 시인이 5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67세.

 지난해 췌장암과 간암이 발병했으나 치료에 성공해 건강을 되찾은 고인은 지난 3월 한국시인협회장을 맡으며 ‘시의 달’ 제정, ‘남북시인대회’ ‘DMZ 프로젝트’ 등 여러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되며 건강이 다시 악화했다.

 1947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중·고교 시절 부산과 경남 일대의 각종 백일장을 휩쓸며 문재(文才)를 날렸다. 한 인터뷰에서 “학비를 받으며 고등학교에 다니는 등 어린 시절에는 ‘생계형 시인’이었다”고 기억할 정도. 서라벌예대 재학 중이던 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와 7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시인의 길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

 첫 시집 『서울의 유서』(1975) 이후 92년 출간한 시집 『못에 관한 명상』부터 『등신불 시편』(2001) 『못의 귀향』(2009) 『못의 사회학』(2013) 등에서 못 연작을 선보이며 ‘못의 사제’로 불리기 시작했다. 천주교의 원죄의식을 바탕으로 ‘못’이라는 제재를 통해 참회와 성찰에 집중한 그의 못 연작은 세상의 곳곳에서 묵묵히 제 몫을 다하는 못(소시민)에 대한 탐구이기도 했다. ‘못의 사제’인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역사에 못박힌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시, ‘못의 유서’를 시집으로 엮겠다던 약속은 지킬 수 없게 됐다.

 고인은 출판인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초대형 베스트셀러인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번역·출간한 출판사 문학수첩을 경영하며 계간 문예지 ‘문학수첩’과 ‘시인수첩’을 발간해 한국문단의 발전에 기여했다. 형인 김종해(73) 시인과 함께 형제가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하는 기록도 세웠다.

 유족은 부인 강봉자(문학수첩 대표이사)씨와 딸 은경(문학수첩 대표이사)·시내(문학수첩 이사)씨, 사위 김종표(안양 속편한내과 원장)·박상준(인천지법 판사)씨. 장례는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17호실. 발인은 8일 오전 8시. 장지는 서울 합정동 절두산 순교성지다. 02-3410-6917.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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