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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한국 외교 '방 안 코끼리' 직시를

정원엽
정치국제부문 기자
중국으로 돌아가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흐뭇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국빈 대접을 받았고, 중국에 돌아가서도 시원한 일본 비판으로 면을 세웠다. 한국 입장에서도 그만하면 성공적인 회담을 이끌었다는 평이다. 우선 북핵 문제에 있어 지난해 ‘심각한 위협’에서 한발 더 나가 ‘확고한 반대’라는 표현을 이끌어냈고 6자회담 재개에서 ‘조건 마련’이란 문구도 합의했다. 드레스덴 선언에 대한 간접 지지를 확보했고 한·중 FTA 협상 연내타결 등 경제협력도 공고화했다.

 하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르다. 외교에 공짜점심은 없기 때문이다. 시 주석의 방한은 중국이 지난 5월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에서 내놓은 ‘아시아 신(新)질서’의 리트머스지였다. 계산에 밝은 중국은 이번 회담 때 미사일방어망(MD),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아시아안보협력체 등의 민감한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한국에 양보하는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계산서는 분명히 돌아온다고 봐야 한다. 당장 11월 중국에서 열릴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에서 중국은 한국의 ‘아시아 신질서’에의 편입을 노골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작은 성취’를 즐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이 시점에서 한국 외교의 과제는 ‘방 안의 코끼리(본지 7월 5일자 4면)’를 직시하는 것이다. 방 안의 코끼리란 너무 중대한 문제지만 너무 껄끄러워서 보려고 하지 않는 사안을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코끼리는 도처에 있다. 당장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한·중의 경고에 미국이 우려를 표할 수 있다. 일본은 독자적으로 북한과 납치자 문제를 진전시키며 북핵 6자 공조를 흔들고 있다. 한·미·일 3각 협력 구도에 균열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북한에 앞선 한국 방문이란 선물을 줬던 중국도 눈을 돌려 북한을 챙길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중 간 최고위급 교류가 조만간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으로 드러난 복잡한 합종연횡(合縱連橫)의 동북아의 정세를 면밀히 분석해야 할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눈앞의 성과만 보고 ‘방 안의 코끼리’를 무시하다간 조만간 돌아올 ‘카드대금 청구서’에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다. 외교는 단판 ‘전투’가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되는 ‘전쟁’이다. 지형을 읽고 변화하는 바람을 직시하지 않으면 개별 전투를 이겨도 전쟁에는 패한다. 다시 눈을 돌려 코끼리를 생각할 때다.

정원엽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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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