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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아내 위한 핑크 비아그라

강동우·백혜경 의학전문가
필자의 진료실엔 상대 여성의 불감증이나 성(性) 기피를 마법처럼 바꿔놓을 수 있는 약을 처방해달라는 남성들의 문의가 꽤 있다.

얼마 전에도 여성용 비아그라가 곧 나올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사실 이런 소식이 처음 전해진 것은 10년이 넘었다. 1998년 발기유발제인 비아그라가 출현한 이후 의학의 관심은 여성용 비아그라에 집중됐다.

‘핑크 비아그라’로 불릴 만한 약은 몇 개가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난 10년간 번번히 FDA(미국 식품의약국)의 시판 허가를 받는 데 실패했다. 최근 화제가 된 ‘핑크 비아그라’ 후보약인 플리반세린은 올해 하반기에 FDA의 승인 여부가 결정 날 것으로 예상된다. 플리반세린은 가임기 여성에서의 성욕 저하증 개선을 위한 비(非)호르몬 약이다. 원래는 독일의 제약회사인 베링거 인겔하임사(社)에서 개발되다가 중단됐는데, 미국 회사가 이어받아 개발 중이다.

일러스트 강일구
“여성용 비아그라가 나왔다는데, 아내에게 좀 먹여야겠습니다.”


플리반세린은 전(前) 킨제이 연구소장이던 영국의 밴크로프트 박사의 성 기능의 이중조절 모델(dual control model)에 그 이론적 근거를 두고 있다. 성욕을 억제하는 세로토닌과 성욕을 자극하는 도파민·노에피네프린의 수용체에 적절히 작용, 성욕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기본 원리다. 2009년 임상시험에선 결과가 신통하지 않았다. 플리반세린을 복용한 성욕 저하증 여성의 성욕 개선 효과가 위약(僞藥, placebo)을 먹은 대조군과 비해 통계적으로 특별히 낫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따라 2010년 FDA 승인이 불발되고 개발도 중단됐다.

플리반세린 외에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영국에서 개발 중인 ‘오르리비드’, 네덜란드에서 개발 중인 ‘리브리도’ 등 ‘핑크 비아그라’ 후보들이 있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이미 약 이름을 통해 성욕을 의미하는 ‘리비도’와 관련된 약들이란 사실을 간파했을 것이다. 두 약은 각각 멜라닌 생산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MSH(Melanocyte Stimulating Hormone)와 신체적 성 충동과 직결되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 영향을 미쳐 약효를 발휘한다.

학계와 제약업계에선 여성용 성기능장애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필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핑크 비아그라’가 등장하기도 전에 김새는 소리가 될 수 있지만 남성의 발기부전에 대해 ‘비아그라’가 보인 것과 같은 극적(劇的)인 효과를 여성용 성기능 장애 개선제에 기대하기엔 무리다. 사실 남성의 발기부전에도 비아그라류(類)의 발기유발제가 일시적 발기 보조의 효과는 있을지언정 원인 자체가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여성의 성욕·흥분 등 성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워낙 다양하다. 한 가지 요소만 개선한다고 하여 모든 여성의 성 기능 문제를 다 해결할 수가 없다. 여성의 성욕은 세로토닌이나 도파민·테스토스테론·멜라닌의 농도만으로 다 조절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에 대한 애정과 애착관계, 본인의 신체상태, 피로·스트레스·감정 상태 등 다양한 요인들이 여성의 성욕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복잡한 상황을 약 하나로 조절한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핑크 비아그라’는 약이 아니라, 상대의 관심·친밀감· 유대감 그 자체다.


강동우·백혜경 의학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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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