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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쥐잡듯, 지역민에겐 무릎 … 종잡을 수 없는 인물”

강서구 3000억원대 재력가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오른쪽)이 3일 오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똑똑하고 싹싹했죠. 일도 잘하고. 내가 알던 김형식 맞나 싶어 완전 ‘멘붕’이에요.”(서울시의회 김태희 전 의원)

“공무원은 김형식의 ‘밥’이었죠. 쥐잡듯 공격해요. 반대로 지역 내려와 주민 대할 때는 180도 달라져요. 무릎까지 꿇어가며 술 따르곤 했어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에요.”(강서구의회 H의원)

강서구 3000억원대 자산가 송모(67)씨를 청부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44) 서울시의원. 그는 과연 누구일까. 평상시 어땠기에 정치인이 이런 끔찍한 일에 관여된 것일까. 중앙SUNDAY는 ‘인간 김형식’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일주일간 주변 인물 30여 명을 접촉했다. 동료 서울시의원, 강서구 지역 주민, 동년배 보좌관, 대학 동창 등이었다. 대부분 큰 충격에 당황했고, 혹시나 사건에 연루될까 봐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하지만 행간에서 김 의원의 행적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새정련 단독공천 받아 서울시의원 재선
김 의원은 한신대 철학과 90학번으로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1992년 11월 23일자 ‘한신학보’는 그의 총학생회장 당선을 전하면서 “김형식 후보는 ‘(92년 12월 대선에서) 범민주단일후보로는 결코 민주대개혁을 실현할 수 없으며 민중대통령 백기완 선생만이 이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전형적인 학생운동권 출신인 셈이다. 하지만 그의 대학 동창은 “(형식이는) 총학생회장을 했음에도 동문회 모임엔 얼굴을 잘 내비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97년 대학을 졸업했고, 이듬해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신기남(62·강서갑·4선) 의원 보좌관으로 여의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다. 신 의원과는 올해로 16년째 인연이다. 2005년 신 의원이 열린우리당 당권에 도전할 때는 경선전략을 짜는 참모를 맡아 ‘신기남의 장자방(한나라 고조 유방의 공신으로 책사의 대명사)’으로 언론(내일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현재 강서구 유력 정치인 상당수는 ‘신기남 라인’이라 할 수 있다. 김 의원 이외에 노현송(60) 강서구청장, 이창섭(52) 서울시의원(강서 1선거구)도 신 의원 보좌관을 지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김 의원은 강서 2선거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단독 공천을 받아 당내 경선 없이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 올랐다. 서울시 96개 선거구 중 새정치민주연합이 단독 공천을 낸 지역은 10개 미만이다. 새정치연합 서울시당은 “김형식 의원이 다른 경쟁자 없이 단수 후보로 추천돼 당선됐다는 점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진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야권 인사는 “강서지역 공천 심사에 신 의원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있다. 신 의원 최측근이 출마하는데 누가 감히 대항하겠는가. 알아서 포기했다는 의혹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 의원 측 관계자는 “18대 총선에서 신 의원이 낙선한 뒤 두 사람 관계가 소원해졌다. 전혀 개입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신 의원에게 “김 의원 단독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설이 있는데”라고 물었더니 그는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가”라며 부인했다.

시의회 알짜 위원회 4년 내내 맡아
김 의원은 서울시의회 상임위 중 최고 인기 상임위인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소속이다. 또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위원이기도 했다. 서울시 도계위는 재건축·재개발, 토지 용도변경 등을 최종 결정하는 곳이다. 서울시 행정2부시장, 도시계획국장 등 공무원과 서울시의원 5명, 외부 민간 전문가 등 총 28명으로 구성된다.

도계위 위원 임기는 2년이다. 부동산 개발 이권과 관련된 민감한 결정을 내리는 곳이라 연임하지 않고 자리를 넘겨주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초선 서울시의원 김형식은 연임해서 4년(2010∼2014년)간 도계위 위원을 지냈다. 8대 서울시의원(106명) 중 4년간 도계위 위원을 한 건 그가 유일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20여 년을 돌아봐도 극히 이례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연임을 하기 위해선 해당 상임위원장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 2년 전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장이었던 장환진 전 의원에게 이유를 질문했더니 “할 말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 의원 이외 하반기 도계위에 참여한 시의원은 강희용·박진형·최조웅(이상 새정치연합) 의원과 김현기(새누리당) 의원이었다. 특히 강희용·박진형 의원은 김 의원(70년생)과 비슷한 연배(71년생)인 데다 같은 당의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라는 점도 같아 ‘3인방’으로 불렸다고 한다. 두 의원에게 김 의원과 관련해 질문을 던졌지만 “어떤 얘기를 해도 오해를 살 것 같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도계위 외부 전문가인 S대의 한 교수는 “김 의원이 장난을 많이 치는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사람은 청탁받은 냄새를 풍겼지만, 김 의원은 단수가 달랐다. 명분을 강조해 전체적으로 동의를 얻어낸 뒤 구체적 지역을 자연스럽게 밀어넣었다. 노련한 선수”라고 전했다. 서울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도 “김 의원은 긴급 체포되기 직전 회의에서도 강서구 등촌동 단독주택 재건축 문제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미 현장을 탐방한 도계위 위원들이 ‘건물 노후도가 재건축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음에도 지역 현안을 집요하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똑똑하다” “이중적이다” 평판 엇갈려
살해당한 송모씨는 서울 강서구에 웨딩숍·스포츠센터 등 여러 채의 건물을 가진 재력가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차례 소송에 휘말리고 법정 구속되는 등 재산 형성 과정은 평탄치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송씨는 주로 경매로 건물을 싸게 낙찰받은 뒤, 해당 물건 토지의 형질 변경과 증축 등을 통해 자산을 늘리는 방식을 취하곤 했다. 자연히 서울시 조례나 시행령 변경이 필수적이었기에 그와 관련된 정·관계 인사를 관리하는 데 공을 들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송씨는 1000원 단위까지 일일이 따지는 구두쇠 기질인 탓에 지역에서 인심을 얻지 못한 듯했다. 반면 김 의원에 대한 평판은 엇갈렸다. 화곡동 50대 주부 윤모씨는 “김 의원이 선선한 인상에다 붙임성도 좋아 지역구 아주머니들 사이에 인기가 좋았다”고 했다. 내발산동에 사는 한 지역 주민은 “인사할 때 무릎까지 고개를 숙이더라. 너무 저자세라 솔직히 불편했다. 진정성이 없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평상시 원고를 보지 않고 시의회 단상에 올라가 의견을 발표하고 시정질문을 했다. 그만큼 즉흥적인 대중 연설에 강점을 보였다는 얘기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선 박원순 후보의 싱크탱크로서 부동산 공약 등에서 정책 보좌 역할을 맡기도 했다. 서울시의회 L의원은 “김 의원은 학생운동을 했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본인이 무조건 옳다는 선민의식이 강했다”고 전했다. J의원은 “상대방을 마구 공격하다 잠시 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인사를 청하곤 했다. 극단적인 두 얼굴에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최민우·백일현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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