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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만족도 평균 80점 급식, 현실과 이상 사이

테이블보를 씌워둔 깔끔한 식탁에서 예쁜 그릇에 좋아하는 메뉴를 담아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음미하며 먹는 점심…. 학생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급식을 CJ프레시웨이 메뉴엔지니어링팀 김혜경·윤미현·임윤수씨가 준비했다. KISTI 컴퓨터지능연구실에서 빅데이터 분석으로 학생 선호도가 높은 메뉴를 찾아내 구성한 식단을 참고했다. 사진=장진영 기자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王者以民爲天而民以食爲天)’

중국의 역사서 『사기』에 나오는 말이지요. 밥이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학교 급식이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것도 밥이 그만큼 중요해서일 겁니다.

전국 1만1575개 초·중·고교가 100% 학교 급식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학교가 마음의 양식만이 아니라 몸의 양식도 주는 것이죠. 학생들에게 학교 밥은 어떤 의미일까요.

2014년 학교 급식 문화를 추적해봤습니다.

급식에서 교육의 힘은 중요하다. 현미밥, 저염식이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라는 교육을 받은 서울 이수초 아이들은 백미에 길들여진 어른 입에는 거칠게 느껴지는 저염식 현미 급식도 맛있게 먹는다. 용인 C중 1학년 생인 K양은 “초등학교 땐 급식이 맛있었는데 중학교에 오니 맛이 없어졌다. 맛없는 급식으로 유명한 학교라 선입견 때문에 더 맛없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 가급적 맛있다고 생각하며 먹으려 한다”고 말했다.

급식이 맛있어야 공부도 잘 돼

“급식이 얼마나 중요하냐고요? 급식이 맛이 없으면 힘이 안 나요. 만약 급식이 없다면 저는 학교에 다니지 않을 거예요.” 김윤성(서울 학동초 5) 학생의 말이다. 김미경(서울 삼각산초 5)양도 “급식이 맛있어야 공부도 잘 된다”고 주장했다. 소년중앙의 취재에 응한 초·중학생 26명 가운데 25명은 이렇게 급식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단 1명만 “엄마 밥을 더 많이 먹기 때문에 급식이 별로 중요치 않다”고 답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양일선 교수팀에 의뢰해 만든 ‘2013 학교 급식 만족도 보고서’(이하 ‘급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학생들의 급식 만족도는 80.5점이었다. 5명 중 4명은 급식에 만족한다는 뜻이다.

‘급식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68.2점이었던 학생의 급식 만족도는 2009년 78점으로 훌쩍 뛰었고, 2011년부터 80~81점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초등학생(86.4점), 중학생(80.8점), 고교생(74.4점)으로 학령이 높아질수록 급식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학교 급식을 먹는 교직원(만족도 91.3점)에 비해 학생들이 점수를 짜게 주는 현상도 눈에 띄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양교사로 재직중인 A씨는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강해 설문 주간에 싫어하는 메뉴가 나오면 점수를 박하게 주는 경향이 있다. 모든 아이들에게 ‘매우 만족’이란 점수를 받고 싶지만 쉽지 않다. 학교 자체 급식 평가를 할 땐 점수가 박한 5·6학년을 설문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위의 보고서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실제로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어도 급식에 대한 평가는 서로 극명하게 갈렸다. 모범 급식 사례로 유명한 경기도 B초등학교에 다니는 우모양은 “다른 학교는 1주일에 한 번만 잔반 없는 날인데, 우리 학교는 매일이다. 빈 그릇 운동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성모양은 “우리 학교는 빈 그릇 운동으로 절약한 비용을 급식에 투자해 질이 좋다. 세 번이나 전학을 다녀서 아는데, 우리 학교 급식은 맛있는 편이다. 맛 없다는 아이들이 이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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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메뉴 직접 선정’이 학생회장 공약

김영현(대구 학정초 5)군은 “그날 급식 메뉴에 따라 아이들의 기분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급식 메뉴를 확인하는 건 학생들에겐 중요한 일과다. 전국 초·중·고등학교 급식 메뉴를 알려주는 스마트폰 어플인 김급식·장급식·최급식도 인기다.

‘급식 보고서’에 따르면 급식에 학생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불만스럽다는 응답률이 32.5%에 달한다. 하지만 서울 고척중에선 재료 구입 단계부터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된다. 1학년 김미림양은 “이번에 뽑힌 학생회장의 공약이 급식 메뉴를 학생이 직접 정한다는 것이었다. 급식회의에 학생회장이 참여하고 나서부터 학생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의 C중학교도 급식 소위원회에 학생들이 참여하고부터 만족도가 높아진 경우다. 이 학교 영양사 D씨는 “아이들이 원하는 메뉴를 만들면 교사들이 싫어하고, 교사가 원하는 걸 만들면 아이들은 밥을 남긴다. 중간에서 조율하기 힘들었는데, 교사들이 학생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급식은 학생에게 맞추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중학교 영양사는 대부분 비정규직이라 교직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닭갈비가 인기 메뉴 1등, 단무지 꼴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컴퓨터지능연구실은 지난 1~4월 트위터에 올라온 학교 급식 관련 내용을 분석해 129개 메뉴별 만족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닭갈비·소시지·갈비·치킨 등 육류의 만족도(64.5%)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육류 중에서도 곱창·육개장·순대는 부정적으로 표현돼 선호하지 않는 품목으로 조사됐다. 학생들이 싫어하는 메뉴로는 단무지·시금치·미역·떡국 등이 꼽혔다. 황명권 선임연구원은 “SNS 문장의 감정을 분석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급식 메뉴를 짜면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실은 실제로 이번 조사 결과에 기반해 메뉴를 구성한 1주일치 식단을 제시했다.

학교 급식은 영양의 균형을 맞춰야 하므로 학생들이 원하는 메뉴만 내놓기란 쉽지 않다. 취재에 응한 학생들은 좋아하는 급식 메뉴로 스파게티·햄버거·떡볶이·스테이크·우동·핫도그 등 서양식·분식과 케이크·아이스크림 등 열량이 높은 후식을 꼽았다.

바람직한 식단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의 격차가 크다 보니 학교에서는 학생 선호 메뉴를 ‘당근’으로 쓰기도 한다. 김미림양은 “우리 학교에선 매달 1일 케이크가 급식으로 나온다. 그 달에 생일을 맞은 학생을 축하하기 위해서인데, 모두 그날을 기다린다. 또 잔반을 적게 남기는 학급에 한해 한 달에 한번 구슬아이스크림을 주는데,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노혜진(성남 송림중 3)양도 “얼마 전 급식을 다 먹으면 아이스크림을 주는 이벤트가 열렸다. 평소 안 먹던 반찬까지 남김없이 먹고 아이스크림도 받아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급식실 원해

친절한 배식원이 학생들의 급식 만족도를 높인다.
부모 세대가 도시락을 까 먹던 추억을 떠올리듯, 지금의 아이들에게 학교 급식은 친구와 정을 돈독하게 하는 장이다. 사춘기 아이들에겐 친구 관계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학부모 최윤선(45·서울 상계동)씨는 “아이가 이전 학교에선 자기 자리에 앉아 밥을 먹었는데, 전학을 간 학교에선 마음 맞는 친구와 밥을 먹어야 해 급식실 왕따가 되지 않으려면 전보다 더 열심히 사귀어야 한다더라”고 말했다. 김미림양은 “여학생들은 밥 먹는 친구가 정해져 있고, 남학생들은 다 같이 어울려 먹는다. 지금은 혼자 밥 먹는 친구가 없지만 지난해엔 있었다. 먼저 다가가기가 어렵다. 그럴 땐 남자아이들의 문화가 부럽다”고 말했다. 반면 노경서(충주 탄금중 3)양은 “다른 반 친구들과도 자유롭게 섞여 먹지만 혼자서 밥 먹는 친구는 아직 못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와 교사의 재량에 따라 반별로 번호 순서대로 앉아서 먹거나, 급식 모둠을 따로 지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김영현군은 “우리 학교에선 키 순서대로 먹기 때문에 친한 친구와 밥 먹을 기회는 현장학습 나갈 때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중은 학생 독자 26명에게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급식’에 대해 들어봤다. “고기♥”(김다은·용인 초당중 1) “일주일에 한번쯤은 세계 여러 나라 전통음식이나 대표 음식이 급식으로 나오면 좋겠다”(임교원·서울 신길초 5)와 같이 메뉴에 대한 바람도 있었지만 “식판 대신 개인 도시락으로 급식을 나눠 주면 좋겠다. 학교에선 설거지 걱정을 덜 수 있고, 학생들은 매일 소풍 가는 기분이 들 것 같다”(조예인·부산 해원초 5)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급식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박지원·성남 판교초 6)처럼 급식실의 분위기에 대한 언급도 많았다.

‘급식 보고서’에서 식사 장소에 대한 불만이 있는 학생 비율이 64.5%에 달한 것과 연결되는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은 자리 부족(14.5%), 소란스러움(12.7%), 긴 대기 시간(11.4%) 등을 불만의 이유로 꼽았다. CJ프레시웨이 메뉴엔지니어링팀 김혜경 셰프는 “우아하고 깨끗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제공받으면 존중 받는 느낌이 든다. 학교에서도 존중 받고 싶다는 학생들의 무의식이 반영된 결과 같다”고 말했다.

글=이경희 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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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