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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회장 vs 낙하산 행장 … ‘믿는 구석’ 달라 서로 소 닭 보듯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금융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고 위험(리스크)을 줄이며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하겠다.” 2001년 4월 국내 첫 금융지주회사 우리금융지주를 필두로 신한·하나·KB국민 등 지주사들이 설립될 때마다 신임 회장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설립의 변’을 내놨다. 당시엔 지주사가 은행·보험·증권·카드·자산운용사를 한 우산 아래 두고 큰 그림을 그리면서 역할과 업무를 조율하면 금융 선진화가 금세 실현될 것처럼 보였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요즘, 금융가에서는 ‘지주사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시너지 효과는 없었고 리스크는 줄이지 못했으며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금융기업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회장과 은행장 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지주사들은 ‘옥상옥’이라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집안 싸움에 바쁜 금융지주사

 금융지주 체제는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전문가들은 첫째 원인으로 대부분 업종별 칸막이를 꼽는다. 지주사 체제가 효과를 보려면 업종 구분 없이 각 계열사의 상품을 서로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이상일 뿐 현실에서의 업종 간 칸막이는 견고하다. 현재 시중은행 창구에서 한 직원이 보험·증권 상품을 함께 팔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칸막이를 걷지 못하면 지주사의 존재 의미는 없어진다”며 “은행 직원 한 사람이 다양한 금융상품을 파는 미국 웰스파고 은행의 경영 방식을 배워야 지주회사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웰스파고는 미국 금리가 지난 6년간 거의 제로(0) 상태에서도 한 고객에게 여러 상품을 파는 교차 판매(cross selling)를 앞세워 세계 1위로 도약했다. 웰스파고 창구에선 고객 1인당 금융 상품을 평균 6개 판매하는데, 이는 미국 은행 평균(3개)의 두 배 수준이다.

 금융그룹 내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점도 문제다. 현재 국내 금융그룹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넘는다. 미국은 이 비율이 50% 안팎이다. 그룹 내 강력한 계열사의 존재는 지휘 체계에 혼선을 가져온다. 특히 회장과 행장이 각각 ‘낙하산’으로 내려와 있는 상황에서 회장의 영이 서기 어렵다. 익명을 원한 한 은행 임원은 “회장이 타고 온 줄과 행장이 타고 온 줄이 달라 시너지는커녕 서로 소 닭 보듯 한다. 각자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회장과 행장이 기싸움을 벌인 KB금융 사태, 출범하자마자 IT 기능 통합과 예산 배정을 두고 사사건건 마찰을 빚은 우리금융 사태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지주회장 직은 주로 ‘모피아(재경부 고위 공무원 출신)’와 ‘정피아(정치인 출신)’에게 번갈아 돌아갔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현대차가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동안 국내 금융업계에선 회장과 행장이 골목대장 자리를 놓고 다퉈오다 그룹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고 꼬집었다. 이 부분도 웰스파고와 대비된다. 웰스파고에선 기업 철학을 잘 이해하는 내부 승진자가 최고경영자(CEO)를 맡는 전통이 있다. 지난 15년간 회장을 맡은 딕 코바세비치와 존 스텀프가 대표적이다. 웰스파고의 내부 승진 전통은 전략의 일관성과 조직원의 충성도를 높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지주사 운영 구조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금융지주사가 자회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그에 상응하는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융지주회사와 임원이 자회사 경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손해를 끼치면 배상 책임을 지도록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며 “지주사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대주주나 임원진의 적격성 심사제도, 이들이 부당하게 얻은 이익에 대한 환수 조항 등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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