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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 고금리 저축성 상품 발목 잡혀 고전

교보생명은 지난달 15년차 이상 직원 중 480명을 희망퇴직 시켰다. 당초 예상 인원(300명)보다 180명이 더 많은 숫자다. 이 회사 전체 직원(4700여 명)의 10%에 달하는 숫자다. 한화생명도 희망퇴직자 300명을 이미 내보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250여 명을 줄이고, 올 초 지점 95곳도 문을 닫았다. 외국계 보험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명의 직원을 줄인 알리안츠생명이 대표적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올 하반기에도 구조조정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돈 잘 버는 직종이던 보험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수입보험료(매출액)가 크게 줄고 보험 영업이익이 반 토막이 날 만큼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서다. 걱정은 생명보험사 쪽이 더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는 지난해(3~12월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9.3% 줄었다. 특히 보험 영업이익 감소 폭은 42.4%에 달한다. 그러나 생보사들은 위기를 뒤집을 만한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실적 부진은 국내 생보사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대표적인 게 ‘이자율(이차손) 역마진’이다. 2000년대 초반 집중적으로 팔았던 고금리 상품들이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자 생보사들의 목줄을 조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6.5% 이상 고금리 확정이율의 계약 비중이 전체의 27.2%(110조3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보험사 운용자산이익률은 4.4%대에 그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을 놓고 1990년대 일본 생명보험 시장을 연상케 한다는 전문가가 많다. 저금리와 저성장 등 환경 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일본 생보업계에선 97년 닛산생명을 시작으로 5년 동안 7개 생보사가 파산하는 아픔을 겪었다.

 저금리 기조에 국내 생보사들이 고전하고 있는 건 그간의 자산운용이 안정적인 채권을 중심으로 단조롭게 이뤄져 온 데서 비롯된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보험사 운용자산 중 66.7%가 채권(대출채권 포함)에 묶여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자율 변동만 바라보는 ‘천수답식’ 투자가 이뤄진 것이다. 보험사들도 운용 수익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는 있다. 인수 금융시장과 해외 부동산 투자에 활발히 나서는 이유다. 한화생명이 2012년 영국 런던 금융업무지구에 있는 국제법률회사 에버셰즈의 본사 건물을 2500억원에 사들인 일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신한은행이 참여한 6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전용펀드(PDF·Private Debt Fund)인 신한시니어론펀드에 신한생명과 교보생명 등 국내 13개 보험사가 참여했다.

 그나마 손해보험사는 생보사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보장성 보험 같은 장기 손해보험 상품이 꾸준히 팔린 데다 지난해 손보사 경영에 큰 짐이 됐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가장 많은 삼성화재의 경우 1분기 차보험 손해율이 79.4%로 지난해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현대해상은 1.5%포인트 떨어진 83.7%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대부분의 손보사가 85% 이상의 손해율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개선된 수치다. 손해율은 손보사가 차 보험 가입자로부터 받는 보험료 중 교통사고 등이 났을 때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손보업계에서는 적정 손해율을 77% 정도로 본다. 손해율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손보사 자체 역량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기보다 올해 초 외제 차량 등의 보험료가 인상된 덕을 본 것이다. 손보사들의 자금 운용 실력도 생보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예금보험공사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손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4.03%로 장기보험에 대해 보험사가 부담하는 보험료 적립금 평균 부담이율(4.07%)보다 0.04%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는 리스크 관리로 돈을 버는 업종이다. 리스크를 평가하고 이에 걸맞은 보험료를 매길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신상품 개발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국내 보험사는 본업인 리스크 관리보다는 손쉬운 사업비 차액에서 얻는 수입에 목을 매 왔다. 국내 보험상품의 보험료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험사도 실력을 키우는 데 소홀했지만 당국의 복잡한 사전 규제도 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돼 왔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에선 보험상품의 요율이나 수수료, 해약환급금 등은 보험사가 알아서 정하도록 하고 이를 담합하거나 하는 사후 위반행위는 엄하게 처벌한다”며 “사전 규제를 줄여야 실력의 차이가 드러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쟁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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