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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CEO의 건강 악화,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백혈병입니다.”

제너럴모터스(GM)의 해리 피어스 부회장에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당시 56세로 GM의 수장까지 탄탄대로를 걷던 그였다. 충격으로 쓰러진 몇 시간 후, 기력을 회복한 그는 GM의 CEO인 존 F 스미스 주니어에게 소식을 전했다. 이제 71세이며 건강을 회복한 피어스는 “진단을 받은 첫 날부터 나는 이사진에게 발병 사실을 공개하고 치료 경과를 밝힐 의무가 있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피어스뿐 아니다. 애플의 고(故) 스티브 잡스부터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인 워렌 버핏, 최근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앤컴퍼니 회장까지, 많은 기업 경영진들은 자신들의 건강 악화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를 두고 고심해왔다. 어느 선까지, 어느 시점에 공개를 해야 할 지의 문제는 개인 뿐 아니라 회사에 있어서도 민감한 문제이며, 엄격한 기준이 없다. 공개를 해야 할 법적 의무도 없다.

췌장암으로 2011년 세상을 떠난 잡스와 같은 이들은 비밀주의를 택했다. 다이먼 회장과 같은 이들은 자신의 병을 공개했다. 이는 이사진은 물론 직원들과 투자자들의 알 권리가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다이먼 회장은 지난 3일 후두암 발병 사실을 알리며 예후는 좋은 편이라고 했다. 최고경영진의 중병 발병 소식은 일반적인 생각보다 자주 이사회의 이슈가 된다. 최고경영진도 결국 사람이고, 다른 이들처럼 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암·심장마비·뇌졸중은 많은 기업의 얼굴격인 최고경영진과 그 기업에 타격을 입혔다.

지난 3일 후두암 발병 사실을 공개한 제이미 다이먼(58) JP모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뉴욕타임스]
잡스의 경우에도 그랬고, 그보단 덜 하지만 미국의 발군 금융인으로 꼽히는 다이먼 회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3일 다이먼 회장이 발병 사실을 알리면서 금융 시장은 그의 후계 구도의 안정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 시작했다. JP모건 측은 후임 후보군이 넓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소식이 공개된 다음 날인 4일, 뉴욕 파크애비뉴가의 JP모건 본사엔 불안감이 감돌았다. 주식 시장 전반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지만 JP모건의 주가는 1% 하락했다. 그러나 기업경영 전문가들은 JP모건이 월스트리트 금융가는 물론 미국 경제 전반에 갖는 영향력을 볼 때 다이먼 회장의 발병 사실 공개는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경영연구소인 GMI레이팅스사(社)의 게리 휴윗 연구부장은 “최고경영자의 프라이버시도 있지만 투자자의 알 권리도 있다”고 말했다.

경영진의 건강 정보를 기업들이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특정 규제는 현재 없다. 전문가들은 그런 규제가 현재 미국의 의료법에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2009년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최고경영진들은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할 때까지 발병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부는 경영진이 사망한 후에야 발병 사실을 공개한다. 이 연구를 진행한 워싱턴대 렉스 페리먼 교수는 “CEO들은 자신의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경영 안정성에 우려가 있을 경우 발병 사실 공개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먼 회장과 같이 미국뿐 아니라 해외의 기업 및 투자자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의 경영진이라면 발병 사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버핏은 2012년 초 전립선 암 발병 사실을 알린 바 있고 1996년엔 인텔 창업자 앤디 그로브는 포춘지(誌)에 직접 글을 써서 전립선암 발병을 밝혔다. 반면 잡스의 췌장암 발병과 관련해 비밀주의를 택했던 애플은 투자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 JP모건을 이끌어온 다이먼 회장에게 있어 발병 사실 공개는 고민거리가 아니었다는 게 그의 측근들의 설명이다. 현재 58세로 테니스를 즐기는 다이먼 회장이 건강상 이상 신호를 감지한 건 몇 주 전이라고 한다. 발병 사실 공개에 앞서 다이먼 회장은 다양한 검사를 통해 다수의 의사들로부터 확진을 받았다. 그 후 3일 저녁, 회사 임직원과 투자자·사외이사진에게 편지를 썼다. 약 8주간의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며 출장을 포함한 여행은 어려울 거라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회사에서 자신의 역할을 그대로 수행할 계획이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GM 피어스 전 부회장은 치료를 받으며 업무를 수행하는 건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4개월에 걸친 조직세포 이식 등의 치료 과정을 끝낸 후 피어스 부회장은 업무에 복귀했다. “나도 처음엔 치료 중에도 업무를 해내리라고 생각했다. 순진했다”는 게 피어스의 고백이다. 그는 2001년 사임했다. “회사 측은 내게 발병 이전 만큼의 보수를 줬지만 난 내가 그 전처럼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느꼈다”는 게 이유였다.



정리=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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