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신장섭의 시대공감] 다시 봐야 할 ‘아베노믹스’

한국경제가 저성장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수출은 계속 신기록을 깨뜨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상반기 수출액이 2836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작년에도 한국은 무역 부문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수출,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흑자, 그리고 대중국 수출 1위 국가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관심은 내수로 쏠린다. “수출은 잘 되는데 내수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문제 의식이 나오게 된다. 더 나아가 “수출 기업 위주의 정책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내수 부문이 소외됐다. 이것을 바로잡아야 한국경제가 산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내수부진과 수출의 관계에 대해 흔히 나오는 얘기들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따라서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만드는 데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험을 보자. 일본은 지난 20년 동안 수출 호조 속의 내수 부진과 저성장이라는 한국경제가 지금 당면한 거시경제 부조화를 먼저 겪었다. 일본의 수출부문이 ‘배려’를 받은 것은 없었다. 오히려 불이익을 봤다. 그동안 엔고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수출 엔진은 돌아갔다.

그러면 일본의 내수는 왜 부진했는가? 첫째, 버블 붕괴 이후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 진행되면서 기업과 가계가 투자하거나 소비할 여력이 없었다. 둘째, 기업들이 엔고를 이겨내기 위해 그마나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해외로 많이 돌렸다. 세째, 고령화가 급진전되면서 소비 여력이 있던 중년층조차 돈을 쓰는 데 주저했다.

일본은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려 하는가? 일본의 디레버리징은 2005년 경에 완료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를 계기로 투자와 소비가 회복되려고 하는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 후 다시 ‘레버리징’을 해야 하는데 지난 20여년의 ‘트라우마’ 때문에 잘 진행되지 않았다. 아베 신조 총리가 추진하는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이 문제를 ‘임금 충격(wage surprise)’을 통해 해결하자는 것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 고용을 확대할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에 따라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내수도 따라서 늘어난다는 논리다. 국내에서는 아베노믹스가 마치 엔화가치 하락을 유도해서 일본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지금의 엔저는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통화량을 적극 늘리면서 벌어진 결과일 뿐이다.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는 물론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그렇지만 거시경제 부조화를 해결하는 핵심은 제대로 짚은 것 같다. 임금소득이 늘어나야 내수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임금소득이 늘어나려면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늘려야 한다.

한국의 상황이 물론 일본과 똑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일본처럼 버블 붕괴를 겪지는 않았지만 가계부채로 인해 ‘디레버리징’ 압박이 있다. ‘원고(高)’는 없었지만 기업투자가 해외로 많이 나간다. 수출은 잘 되고 있지만 ‘낙수(落水) 효과’는 잘 보이지 않는다. 고령화는 일본보다도 빨리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내수부진 타개책도 일본이 지금 노력하는 방향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상황을 파악할 때 수출기업들을 탓하는 것은 본말을 전도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 내몰려 있다.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할 수 있도록 끌어들이는 것은 해당 정부의 책임이다. 내국 기업이건 외국 기업이건 국내에서 투자를 하고, 투자를 고도화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필요하면 인센티브도 제공해야 한다.

내수 확대를 위해 원고를 유도하는 것도 잘못된 방향인 것 같다.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나 서방 언론에서는 한국의 경상흑자가 크기 때문에 원화가치를 절상하고 내수를 북돋워야 한다는 ‘충고’가 종종 등장한다. 그러나 원고를 유도해 수입품 가격이 조금 싸진다 한들 기본적으로 구매력이 제한돼 있는 상태에서는 내수가 늘어나기 어렵다. 일본은 내수를 키우기 위해 통화 공급을 늘리고 이에 따라 엔저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이 정말 내수를 확대하겠다면 일본식 대응이 바람직하다.

자칫 환율을 잘못 건드리면 국가경제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과거 원고가 급격히 진행되는 과정에서 금융위기를 겪었다. 1990년대 중반 원고 이후 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폭풍을 만났다. 환율이 급변하면 투기꾼만 돈을 번다. 실물경제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경상수지 흑자는 환율을 건드리기보다 투자 확대에 따라 수입이 늘어나 자연히 줄어들도록 하는 것이 백번 낫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