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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예측, 지진보다 정치가 쉬운 이유

『신호와 소음』의 저자 네이트 실버(Nate Silver)는 통계학과 예측의 노하우를 활용해 2008년 대선에서 미 50개 주 중 49개 주, 2012년엔 50개 주의 결과를 맞춰 주목받았다. 실버는 “이론보다 관찰을 중시하는 사람이 미래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Randy Stewart 촬영. [사진 청어람미디어]


신호와 소음

미 대선 50개 주 승자 맞힌 실버
주식·포커·체스 등 성공·실패 다뤄
예측 능력 향상시킬 방법 제시
조사자의 편견·신념 덜어내야

네이트 실버 지음

이경식 옮김, 더퀘스트

764쪽, 2만8000원




‘통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누구나 몇 마디는 할 줄 알아야 하는 시대다. 빅 데이터 시대의 개막도 ‘통계 문맹자’들을 막연히 불안하게 한다. 통계를 쉽게 설명하는 책들은 이미 많다. 하지만 네이트 실버가 지은 『신호와 소음(The Signal and the Noise)』은 나오자마자 최고의 자리에 등극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15주 연속 한 자리를 차지했다. 장점이 많다. 고등학교 때 배운, 기억이 가물가물한 수학지식으로 이해할 수 있게 집필됐다.



 일단 저자의 권위가 독자들을 압도한다. 실버는 ‘예측의 신(神)’ ‘예측의 천재’라 불린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50개 주 중 49개 주의 승자를, 2012년에는 50개 주 승자 모두를 알아맞혔다. 오바마의 완승을 예측하며 박빙 승부나 미트 롬니의 승리를 예측한 동종 업계 사람들을 멋쩍게 만들었다. 큰 윤곽뿐만 아니라 세세한 부분까지 알아맞혔다.



 빅 데이터는 이론과 모델의 종말을 의미한다는 크리스 앤더슨의 주장에 대해서도 실버는 ‘권위 있게’ 반박했다. 아무리 방대한 데이터라도 모델이 없다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실버는 데이터가 많을수록 ‘쓸데 있는 신호’(signal)를 ‘쓸모 없는 소음’(noise)으로부터 추출해 내는 게 어렵다고 지적한다.



 『신호와 소음』은 예측의 현주소를 집약하는 책이다. 많은 경우 책의 제목과 부제는 책의 내용을 요약한다. 책의 미국판 부제는 ‘왜 그토록 많은 예측이 틀릴까. 또 왜 일부 예측은 맞는 걸까’이다. 영국판의 부제는 ‘예측의 기예(技藝)와 과학’이다.



 책의 첫 절반은 주식·농구·선거·포커·체스·전염병·허리케인·지진 등 분야에서 기록되고 있는 예측의 성공과 실패를 다루고 있다. 날씨·정치 예측은 잘 된다. 지진은 아니다. 지진은 예측할 수 없으며, 예측이 가능하다는 사람은 사기꾼이라고 실버는 주장한다. 대지진의 절반 정도는 별다른 사전 징후가 없다. 지진 활동이 증가하는 경우에도 대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책의 나머지 절반은 예측 능력을 향상시킬 방법을 제시한다.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해 보인다. 저자가 자신의 영업비밀을 다 펼쳐놓지 않았는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 정도다. 우선 예측가의 자세가 중요하다. 꼼꼼하고, 열린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 하며, 겸허해야 한다. 또 가혹하리만큼 엄격하게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검증해야 한다. 예측가로서 낙제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사람도 있다. 편견을 갖고 있거나 이념과 같은 거대 사고(big idea)에 집착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데이터를 자신들의 신념에 끼워 맞춘다.



 방대하고도 꼼꼼한 책이다. 영문판 534쪽, 한글판 763쪽 분량이다. 주석만 영문판 56쪽, 한글판 100쪽에 달한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프로 도박사, 기상예보관, 전염병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도 인터뷰했는데 럼스펠드는 9·11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죽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의 행동은 꽤 잘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죽는 게 행복한 사람들, 죽음을 특권으로 여기며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사람들은 아주 다르게 행동한다.”



 『신호와 소음』은 다른 모든 명저들과 마찬가지로 팩트와 팩트 사이의 오묘한 연결성을 드러낸다. 나토(NATO)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9·11테러 규모의 테러는 대략 80년에 한 번씩 발생한다. 남편의 서랍에서 외간 여자의 속옷이 발견됐을 때, 남편이 속옷의 주인과 바람을 피고 있을까 아닐까를 확률적으로 계산하는 게 가능하다. 별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이 두 가지는 모두 통계를 통한 미래 예측 방법론과 관련된 문제다.



 실버는 통계지상주의자는 아니다. 그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함을 인정하는 ‘겸손함’을 강조한다.



 히딩크의 ‘통계 축구’는 ‘의리 축구’보다 훨씬 큰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어떤 선수를 스카우트할 것인가’ 같은 문제처럼, 통계가 아니라 경험에 바탕을 둔 감(感)이 우월한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신호와 소음』은 통계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간하려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실버가 말하는 ‘선거 예측’의 비결



2000년 시카고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회계컨설팅 회사에 취업한 네이트 실버는 엉뚱한 일을 벌이기 시작한다. 따분한 업무를 피해 2002년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의 성적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2003년에는 포커판에 뛰어들어 6개월 만에 1만5000달러를 번 후 퇴사했다. 포커로 수십만 달러를 긁어 모은 실버는 2008년 초 선거 예측 방법을 개발하고 선거 예측 블로그인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com)을 개설했다. 538은 미국 선거인단 수다. 소문을 듣고 오바마 캠프에서 그의 고견을 구하기도 했다.



 실버는 회의와 호기심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실버처럼 ‘폼 나게’ 살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실버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도 생각해보지 못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어렵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은 더 어렵다. 좋은 아이디어는 곧 남들이 훔쳐간다.”



 실버는 또 경제 예측에 대해서는 “유명한 경제 전문가의 예측 하나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평균적 예측이나 종합적 예측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측 능력의 향상을 위해선 먼저 실버가 독자들에게 요구하는 다음 두 가지를 음미해볼만하다. 하나는 “ 우리 사고방식의 불완전함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아는 것’과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의 차이를 알게 되고 차이를 좁히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김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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