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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심장박동 ··· 빗방울로 전기 에너지 만든다

한순간 세상이 암흑이 된다. 휴대전화는 꺼지고 병원은 문을 닫는다. 도시는 마비되고 사람들은 수렵생활로 돌아간다. 모든 것이 단절된 공포 속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가 시작된다. 어느 날 갑자기 전기가 사라진 지구를 배경으로 한 미국 드라마 ‘레볼루션’ 얘기다. 에너지는 인류 문명의 핵심이다. 그렇지만 자원은 한정돼 있고 필요한 에너지는 늘어만 간다. 환경오염 걱정과 고갈될 염려가 없는 에너지원을 찾는 것은 인류의 숙제다. 버려지는 에너지를 모아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에너지하베스팅’. 과연 하베스팅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키워드가 될것인가.
 

버려지는 에너지 수확 ‘하베스팅 기술’

편의성·안전성 높인 그린에너지
쓸모없이 버려지던 에너지를 거둬 저장하고, 유용한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활용하는 기술이 에너지하베스팅이다. 기술은 크게 기계적인 에너지를 이용한 압전발전, 열을 이용한 열전발전이 있다. 태양광을 이용한 태양발전도 에너지 하베스팅의 일종이다. 이 중 주목받는 것은 다양한 진동·압력·충격 형태의 기계 에너지를 활용하는 압전 발전이다. 다른 발전방법에 비해 에너지 수확의 효율이 높고, 기후에 관계없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수확할 수 있는 자원은 무궁무진하다. 태양열·바람·빗방울 같은 자연에너지뿐 아니라 수도관의 진동, 도로가 받는 자동차 무게, 전파 등 인공 에너지도 주요 자원이다. 다양한 데서 발생한 기계에너지를 모으는 압전재료에 전달하고, 장치를 이용해 전기에너지로 변환한다. 변환된 에너지는 전기 회로를 통해 저장한다.
 에너지하베스팅은 늘어나는 소형·무선 전자기기의 전원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인하대 신소재공학과 정대용 교수는 “외국에서는 야외용 버너에서 발생하는 열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상품이 나왔다”며 “캠핑에서 휴대전화 배터리 충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기술이 발달하면 작은 태양전지판을 핸드백에 부착하거나 팔다리를 움직일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활용해 다양한 기기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성균관대 신소재공학과 김상우 교수는 “머지않아 소형 전자기기의 주 전력원으로 에너지하베스팅 기술이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주변에 늘 존재하는 에너지원을 이용하므로 언제 어디서든 안정적으로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 분야에서도 에너지하베스팅은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윤병동 교수는 “긴급 상황에서 전력공급이 끊기거나 배터리가 닳아 위험에 처하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압의 송전탑 같은 위험한 장소나 손이 닿기 힘든 위치에 있어 배터리 교체가 번거로운 무선 센서의 전력도 에너지하베스팅으로 공급할 수 있다. 정대용 교수는 “인공심장 같은 의료용 장치의 보조전원으로 심장박동과 체온을 이용할 수 있다면 주기적으로 수술해 배터리를 교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nergy harvesting] 주변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확(harvest)해 사용할 수 있는 전기에너지로 변환하고 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에너지하베스팅의 주요 에너지원은 진동ㆍ사람의 움직임ㆍ빛ㆍ열ㆍ전자기파 등이다. 서로 다른 금속 접합으로 이뤄진 폐쇄회로에서 접점의 온도가 다르면 전류가 흐른다는 제베크 효과, 반대로 회로에 전류를 흘려주면 접점의 한 쪽에서는 열을 내고 다른 한 쪽은 열을 흡수한다는 펠티에 효과 등을 통칭하는 ‘열전효과’, 압력을 가하면 전기가 발생하는 ‘압전효과’를 이용한 기술이다.
음파·진동으로 휴대전화 충전도
에너지하베스팅은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가 선정한 10대 유망기술, 미국의 과학잡지 Popular Science가 선정한 세계를 뒤흔들 45가지 혁신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 각국에서는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발전 마루가 개발됐는데 사람이나 차가 통과할 때 도로가 받는 압력·진동에너지를 수확한다. 수집·저장된 전기는 교통신호등·가로등에 쓰인다.
 미국 조지아텍 연구팀은 에너지를 수확할 수 있는 물질의 표면적을 증가시켜 수백 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를 켜는 고출력 장치를 제작했다. 국내에서는 옷감을 이용해 웨어러블 컴퓨터를 구동한다거나 차세대 신소재인 ‘그래핀’으로 정전기 에너지를 수확해 활용하는 기술이 나왔다. 자체충전이 가능한 터치스크린이나 작은 바람에도 충전되는 디스플레이어를 만들 수 있다.
 윤병동 교수팀은 에어컨 실외기 표면 진동을 수확할 수 있는 ‘EH스킨’(왼쪽 사진)을 개발했는데 LED 전구와 온도 센서를 부착해 불을 밝히고, 원격으로 실시간 온도를 확인할 수 있다. 윤 교수는 “KTX나 비행기 날개 등에서는 더 많은 전기를 얻을 수 있다. 무선 센서의 배터리 교체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고, 전원 문제 때문에 센서를 달지 못했던 곳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우 교수팀은 소리에서 발생하는 음파·진동으로 마찰을 일으켜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구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하베스팅 연구는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리서치업체 IDTechEx에 따르면 압전에너지하베스팅 시장은 2018년까지 1억4500만 달러, 2022년 6억6700만 달러까지 형성될 것으로 추산된다. 큰 규모의 발전장치부터 소형 나노기계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의료용장치의 보조전원이나 자동차의 2차 발전장치, 웨어러블 전자제품,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의 에너지원, 인공심장 등의 차세대 전자장치 전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곳곳에서 진행된다.
 한국기계연구원 함영복 박사는 “에너지하베스팅은 적용 가능성이 무한한 분야라며 학계와 연구계는 고효율의 소재기술과 구조·회로 설계기술을 고민하고, 산업계는 적용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우 교수는 저탄소 그린에너지 시장의 확대뿐 아니라 휴대용 기기를 사용자가 자가 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발전시스템(UCP·USER CREATED POWER) 같은 새로운 에너지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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