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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쌀은 이미 수입되고 있다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10년이 지났다.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로 거슬러가면 20년이다. 그런데 쌀 수입을 둘러싼 논란은 쳇바퀴다. 무엇보다 쌀 시장을 ‘개방’할지를 놓고 벌이는 논쟁 구도가 틀렸다.



 쌀 시장은 이미 열려 있다.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쌀은 58만t이다. 4500억원어치가 넘는다. 다만 이 쌀은 정부가 매입·관리·공급한다. 마음대로 수입하지 못할 뿐 쌀 수입업체가 버젓이 있다. 이미 먹고도 있다. 수입 쌀은 주로 떡·과자 등 가공용으로 쓰인다. 일부는 식당 등에서 밥 짓는 용도로 쓴다. 지난해 밥쌀 수입은 12만t이 넘는다. 이 수입 쌀은 국제적인 룰인 ‘자유 수입’을 제한한 대가로 한국이 무조건 사야 하는 의무수입물량(MMA)이다. 시늉만 할 수도 없다. 지난해 의무수입량이 38만t인데 실제 수입량이 58만t인 것은 2005년에 미처 수입하지 못한 쌀 일부까지 사와야 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정부는 ‘관세화 유예’라는 어려운 용어를 고집한다. 개방 또는 수입이란 말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UR 협상 때 정부는 “쌀은 한 톨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의무든 자율이든 쌀은 수입됐다. 그런데 정부는 “그래도 개방은 아니다”고 했다. 혼선의 시작이다. 반대쪽에서도 ‘개방이냐 아니냐’의 구조가 각을 세우기에 편하다. 이 점에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쓰는 ‘수입 허가제’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



 쌀 시장이 열려 있다는 전제가 인정되면 논점은 명확해진다. 양의 문제다. 양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10년 전과 완전히 다르다. 그때는 자유 수입을 미루고 의무 수입을 더 해도 견딜 만했다. 경제적으로 밑져도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그럴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소비량의 9%에 해당하는 쌀을 외국에서 사온다. 의무 수입 할당량은 매년 늘고, 쌀 소비는 감소하는 걸 감안하면 소비량의 20%까지 수입이 늘어나는 건 시간문제다. 요즘 수입차가 인기라지만, 지난해 국내 시장의 수입차 점유율은 13%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비교 측량의 데이터도 쌓였다. 일본은 99년 자유 수입으로 전환했다. 2012년 기준으로 쌀 시장이 닫혀 있다는 한국은 소비량의 7.5%, 시장이 열렸다는 일본은 소비량의 7.3%에 해당하는 쌀을 외국에서 사왔다. 한국은 여기에 의무 수입이 계속 늘고 있다. 일본은 의무 수입량이 99년 수준에 고정돼 있고, 지난해 자유 수입한 쌀은 504t에 불과하다. ‘수입량 최소화’가 목표라면 어디가 더 잘하고 있는 것인가.



 양의 문제를 정확히 짚은 곳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다. 농업의 중추인 영농 후계자 12만여 명이 가입한 농민단체다. 한농연의 시각은 이렇다. “쌀 소비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의무수입물량이 더 늘어나면 감당할 수 없다. 농업 대책 마련을 전제로 관세화(자유 수입)할 수밖에 없다.”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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