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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우리가 미·중 경제협력 강화 끌어내자

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경제학
KOTRA 외국인투자옴부즈만
동아시아와 환태평양 국가들 간에 합종연횡의 지역경제통합 움직임이 숨가쁘게 펼쳐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이 지역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미국과 중국의 보이지 않는 각축전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회귀정책의 일환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하고 있고, 이에 맞서 중국은 동아시아 지역포괄적동반자협정(RCEP)을 서두르고 있다. 두 협정은 각기 2015년 이전 타결을 목표로 마무리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RCEP에 참여하면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미국과는 이미 FTA를 체결한 데 이어 TPP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은 흡사 미·중 사이에 끼여 줄타기를 하는 형국이다.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기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결정을 미루고 미적거리다간 자칫 지역경제 구도에서 외톨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전략대화에서 그 해법의 중요한 실마리가 나왔다. 이 자리에서 미국 측 참석자들은 한국이 미·중의 경제협력 강화에 유용한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적어도 미국은 아시아에서 중국과 경제적 대립구도를 원치 않으며 한국이 미·중 간 대립구도를 깨고 오히려 협력구도로 바꾸는 핵심적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는 얘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TPP와 RCEP는 미·중 간 패권다툼이 아니라 지역경제통합을 위한 선의의 경쟁으로 볼 수 있고,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진실게임이 아니라 지역경제통합의 외연을 확대하는 유력한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여기다 한국이 TPP와 RCEP가 자연스럽게 통합되도록 매개역할을 한다면, 미·중 사이의 갈등에서 벗어나면서 지역경제통합에 기여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마침 이 같은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대변혁기에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한국을 국빈방문했다. 시 주석은 200여 명에 이르는 경제인까지 대동해 한·중 경제협력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한·중 양국 정상은 한·중 관계를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로 격상하고 2012년 시작한 한·중 FTA 타결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한·중 경제는 이제 투자와 교역 면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명실상부한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가 됐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한편 2009년부터 미국이 앞장선 TPP에는 캐나다·칠레·멕시코·페루·호주·뉴질랜드·일본·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브루나이 등 12개국이 합류했다. TPP 참여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8%, 세계교역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TPP를 통해 지적재산권, 환경, 노동, 표준, 국영기업, 환율 등에서 21세기형 신통상원칙을 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은 당초 미국의 TPP 참여 요청에 대해 중국을 의식하면서 TPP 주요 국가와 이미 양자 FTA를 맺어 실익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외면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TPP가 속도를 내자 뒤늦게 TPP에 관심을 표명하고 가입을 위한 국가별 예비접촉에 나섰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TPP에 참여해 우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이 그들과 FTA를 체결한 한국·중국·일본·인도·호주·뉴질랜드와 함께 2012년 11월에 시작한 RCEP는 또 다른 역내시장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RCEP 참여국의 경제규모도 세계 GDP의 29%와 세계교역의 28%를 차지하고 있어 TPP와 쌍벽을 이루고 있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TPP를 의식해 RCEP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중국이 TPP를 완전히 배척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자유무역체제의 최대 수혜국가로 G2의 반열에 올랐다. 중국은 매년 1000만 명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연 7% 이상의 경제성장과 함께 수출을 계속해서 늘려야 하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처음에 TPP를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견제장치라고 보았던 당초 시각을 바꿔 이제는 TPP에 동참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이제는 TPP와 RCEP를 더 이상 대립적인 관계로 볼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TPP에 조기 접목한 후 RCEP와 TPP가 자연스럽게 통합되도록 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중국과 높은 수준의 FTA를 타결함으로써 다른 나라에 앞서 대중국 교역 확대의 고속도로를 깔고 TPP와 RCEP의 누적원산지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면 국내 중소기업까지도 무역장벽 해소의 혜택을 누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우리의 대외경제전략 전환의 계기로 삼을 만하다.



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경제학·KOTRA 외국인투자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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