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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전쟁 불가' 뒤집은 아베 …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일본인

김현기
도쿄 특파원
개인이라도 33년 만에 생각을 바꾸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일본이란 ‘국가’의 이름으로 33년간 안 된다고 하던 것을 총리가 “생각(해석)이 바뀌었다”는 말 하나로 뒤바꾼다는 것은 독선 그 자체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최대 책임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지난달 30일 밤 12시까지 도쿄 나가타초(永田町)의 일본 총리 관저 앞은 시위대로 가득 찼다. 눈 짐작으로 1만 명이 넘었다. 아베가 집단적 자위권 관련 헌법 해석 변경을 각의(국무회의) 결정한 1일에도 시위대가 몰렸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우리 아이들을 전쟁터로 보낼 수 없다’는 글이 쓰인 팻말을 든 50~60대 남성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지난 주말 분신자가 나온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선진국형 시위라고 하면 그걸로 그만이다. 하지만 기자 눈에는 뭔가 부족하다. 형식적 항의만 있지 실질적 변혁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비밀보호법 제정 시에도, 반원전 촉구 시위 때도 늘 느꼈던 아쉬움이다.

 한 달여 전 연립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를 한 모임에서 만났다. 그는 “집단적 자위권은 단연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런 공명당이 한 달 만에 꼬리를 내렸다. 이유는 한 가지. 연립여당의 이점을 버리기 싫기 때문이다.

 현 일본 정치에는 ‘총리의 뜻’만 있을 뿐 ‘국민의 뜻’은 자리 잡지 못한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만 뽑았을 뿐인데 그 국회의원들이 뽑은 총리가 ‘국민의 뜻’이라며 아무렇게나 칼을 휘두른다. 무기력한 일본 유권자들은 이에 저항은 하지만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니 거의 모든 여론조사 결과가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크게 반대하는 것으로 나와도 지도자는 이를 ‘거들떠보지 않아도 되는’ 특이 구조가 돼 버렸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일 정치부장 기명기사에서 “일본 사회가 톱(총리)의 사상·신념 때문에 국가의 근간이 변경되는 것까지는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애써 부인하고 있지만 일본의 지도자, 여야 정치권, 그리고 시민들 모두 그런 상황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건 아닐까.

김현기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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