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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4억 냈는데 옆집은 3억 입주 … 할인분양에 분신도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의 H아파트 단지에 걸린 할인 분양 반대 현수막. 1365가구 중 1000여 가구가 미분양인 H아파트는 지난 5월부터 22~30% 할인 분양을 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지난달 17일 오후 1시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 H아파트 후문. 할인 분양 반대를 위해 아파트 주민 30여 명과 함께 시위를 하던 영종하늘도시 총연합회 회장 정모(55)씨가 갑자기 몸에 휘발유를 끼얹었다. 경찰이 이를 말리려 덮쳤지만 정씨 몸에 불이 붙었다. 정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5일 만인 22일 숨졌다. 주민들은 “건설사의 말을 믿고 힘들여 마련한 보금자리가 엉망이 됐는데 책임지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분양 당시 내걸었던 교통·지원 시설이 안 갖춰지자 4년여간 건설사를 상대로 소송을 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입주를 하고 난 뒤부터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5월 7일 건설사가 주민 협의 없이 분양가보다 22~30% 할인 분양을 시작하면서 불만이 폭발했다. 건설사가 당초 분양가 4억1000만원(126㎡)이던 아파트를 3억원에 파는 것을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17일 집회는 할인 분양가로 입주하는 세대가 이사오자 이를 막기 위해 열린 것이었다. 대형 평수가 많은 이 아파트는 2012년 입주를 시작했지만 1365가구 중 1000여 가구가 미분양이었다.

 아파트 할인 분양을 둘러싼 갈등이 격렬해지고 있다. 할인 분양을 받은 입주자들과 분양가를 다 지불한 입주자들이 갈려 공동체까지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김포 한강신도시 A아파트에 입주한 김모(44·여)씨는 “왜 여기로 이사를 왔을까”라고 후회한다. 할인 분양 반대 시위를 벌였던 김씨는 “할인 분양 반대 시위를 하는 나보고 (할인 분양 입주자들이) 미쳤다는 말을 할 정도로 아파트 분위기가 험악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입주한 지 1년 만에 ‘시위꾼’이 됐다고 했다. 그는 세 아이와 함께 부모를 모시고 살기 위해 아파트(172㎡)를 5억5900만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막상 입주를 하고 나니 단지에 들어온다는 경전철은커녕 버스도 제대로 다니지 않았다. 게다가 건설사가 분양가를 25~30% 할인 분양해 같은 동 8층 집을 1억1000만원 더 싸게 팔았다. 꼬박꼬박 중도금과 잔금을 치른 자신이 바보가 된 것 같았다고 한다. 평생 경찰서 한 번 안 가봤던 김씨는 ‘기존 입주자 무시하는 할인 분양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붙였다. 건설사 앞까지 찾아가 시위를 했다.

 반면 할인 분양을 받은 입주민들은 합법적으로 분양대금을 다 치르고도 욕을 먹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경기도 고양시의 B아파트에 1억원 정도를 할인받아 입주한 한 40대 주부는 “집값이 대부분 떨어졌는데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잘 지내다가도 할인 분양 얘기만 나오면 이웃끼리 서로 얼굴을 붉히게 돼 불편하다”고 했다.

 건설사 측은 “미분양을 방치했다 회사가 망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항변한다. 실제 경기도 고양시 B아파트 단지는 건설사 부도로 지난 1월 공용 전기가 일주일간 끊겼다. 지금도 단전·단수 통지서가 매달 아파트로 날아오고 있다. 건설사가 내야 할 월 2억원 정도의 전기세가 지난해 10월부터 체납됐기 때문이다. 미분양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조폭’이 아파트를 차지한 사건도 벌어졌다. 지난해 6월 경기도 용인의 A아파트에서는 반년간 주민으로 지내왔던 조직폭력배들이 검거됐다. 이들은 아파트가 미분양되자 분양을 취소하려는 주민들에게 분양대금을 대신 받아주겠다고 접근해 2000세대 아파트 중 131세대를 점거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5573세대에 이른다. 특히 인프라가 분양 당시 계획대로 갖춰지지 않은 수도권 신도시에서 미분양 사태가 심각하다. 김포 한강신도시에는 16개 아파트 단지 중 최소 10개 단지가 할인 분양을 했다. 파주 운정신도시는 23개 중 9개 단지가, 영종하늘도시에는 8개 단지 중 1개 단지가 할인 분양을 실시했다. 김포 한강신도시 부동산 중개사는 “우회적으로 할인 분양을 하는 경우까지 합치면 미분양 주택 절반 정도는 할인 분양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최근 5년간 할인 분양 등으로 인한 주민 소송이 100건 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김대성 한국주택협회 팀장은 “입주할 때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고 따로 돈을 더 내지 않는 것처럼 할인 분양을 하더라도 먼저 분양을 받은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기는 법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파트: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사회』를 쓴 박철수(건축학)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분양 사태 때 민간 건설업체를 지원하듯 입주자들에 대한 차액 보상 등 공공 개입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이상화·이서준·구혜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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