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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600년 서울 '마음의 고향' 복원 꿈꾸다

서울 서촌 탐방의 사랑방 ‘이상의 집’ 앞에 선 김종규·조정래·김원·김초혜씨(왼쪽부터). [사진 김진형 문화유산국민신탁 연구원]
서울 통인동 154-10번지 ‘이상의 집’에 낯익은 얼굴들이 모였다. 골목길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던 사람들이 먼저 알아보고 “선생님 같이 사진 찍어주세요”라며 몰려들었다. 『태백산맥』과 『정글만리』의 소설가 조정래(71) 와 시인 김초혜(71)씨 부부가 김종규(75)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건축가 김원(71)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와 주말 서촌(西村) 나들이에 나섰다. 지난 3월 보수공사를 마치고 서촌 탐방의 사랑방으로 거듭난 시인 이상(1910~37)의 집터를 보러 나선 길이었다.

 “5~6월 마지막 토요일에 진행한 문학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려 노력중이죠. 우리 문화유산국민신탁 회원 수가 6000명을 넘어서니 더 기운이 나요. 1만 명 회원 배가 운동을 해야겠어요. 그분들이 십시일반 도와주시는 힘으로 앞으로 제2, 제3의 ‘이상의 집’을 만들 겁니다.”(김종규)

 재단법인 아름지기(이사장 신연균)와 협력해 ‘이상의 집’을 시민의 문화공간으로 지킨 김 이사장은 “앞으로 서촌이 서울 600년을 증언하는 고향 같은 지역으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역을 문화벨트로 가꾸는 데 힘을 보태온 김원 대표는 “서촌은 서울이 역사도시라는 걸 보여주는 대표 동네”라고 강조했다. 옥인동 낡은 아파트를 헐어내니 인왕산이 한눈에 보이고 수성동 계곡에는 겸재 정선의 그림에 나타났던 돌다리가 제 모습을 드러냈다. 네 사람은 전문 기술인이었던 중인(中人) 계급의 높은 취향을 엿볼 수 있는 문화 중심지로 부활시켜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한옥마을 조성 등으로 연간 80만 명 이상이 찾는 북촌은 소음과 각종 공해로 주민들이 힘들어하고 있어요. 서촌은 북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되죠. 문화 복원이 먼저죠. 9번 마을버스길이 옛 물길이었는데 살려 서울의 몽마르트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김원)

 “젊은이들이 꾸민 작은 갤러리들과 아기자기한 디자인 숍 등이 둘러볼 만 합니다. 남정 박노수 선생이 사시던 집을 개조한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에 들어서니 남정 선생 살아계실 때 이 집에서 뵀던 기억이 나네요.”(조정래)

 동양화가 박노수(1927~2013)를 기억하며 추억에 젖던 김초혜 시인은 “그 분 체취가 남은 집을 둘러보니 미소년 같은 얼굴이 절로 떠올랐다”며 “역사가 차곡차곡 내려앉는 느낌이라 더 정겨운 동네”라고 말했다.

 느릿느릿 서촌 탐방을 마친 네 사람은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문화가 살아있는 동네 가꾸기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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