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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거물 쉬차이허후 몰락 … '돈세탁 신비녀'가 뇌관 됐다

2012년 12월 홍콩 금융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10여 개 은행 구좌를 통해 100억 홍콩 달러(약 1조3000억원)와 800만 위안(약 13억원)의 돈세탁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6개월의 조사 끝에 혐의자를 붙잡은 홍콩 사법 당국은 깜짝 놀랐다. 자오단나(趙丹娜)라는 중국 여성으로 당시 나이 22세의 무직자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듬해 12월 홍콩을 떠나지 않는 조건으로 보석 허가를 받았는데 당시 보석금이 무려 3000만 홍콩 달러에 달했다. 홍콩 언론은 이 여성을 ‘대륙의 신비녀(神秘女)’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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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공산 당적이 박탈된 쉬차이허우(徐才厚·71)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몰락은 이렇게 ‘신비녀’로부터 시작됐다. 자오가 세탁한 돈은 모두 쉬가 받은 뇌물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 주석 시절 쉬의 별명은 ‘비바람도 불러온다’는 ‘후펑환위(呼風喚雨)’였다. 후 주석의 권력을 넘는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인민해방군 총정치부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총정치부 주임과 군사위 부주석 등 핵심 요직을 거치며 10여 년간 군 인사를 좌우했다. 현재 군 핵심인사 절반 이상이 그의 사람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시진핑(習近平) 주석도 군과 당의 반발과 혼란을 막기 위해 쉬의 제거에 ‘속전속결’ 방식을 택했다.

 지난 1월 20일 중앙군사위는 베이징 지역 부대 원로 간부들을 초청해 만찬을 같이했다. 시 주석을 비롯한 군 최고 간부 대부분이 참석한 이 자리에 쉬 전 부주석도 모습을 드러내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뒤인 3월 15일 쉬는 방광암 치료를 위해 입원한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연금돼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3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당적 박탈까지 이어졌다. 정치국원 출신의 고위 간부는 통상 조사에서 당적 박탈까지 6개월~1년여에 걸린다.

 물론 군과 당내 지지세력의 반발을 막기 위한 조치도 이뤄졌다. 대표적인 게 왕치산(王岐山) 당 기율검사위 서기 실종 사건이다. 지난달 22일 베이징(北京)에서 있었던 왕원위안(王文元) 전 정치협상회의 부주석 장례식장. 이날 조문객의 눈길은 모두 한 사람, 왕 서기에게 모아졌다. 지난 5월19일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지 한 달이 지나서야 그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시 주석 취임 이후 일주일이 멀다 하고 공개석상에서 반부패를 독려하던 그가 한 달 동안 사라지자 온갖 소문이 돌았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법위 서기의 부패 혐의 발표 임박설에서 왕의 실각설까지 돌았다. 의문은 지난달 30일 쉬의 당적 박탈 소식이 알려지면서 풀렸다. 대공보(大公報) 등 홍콩 언론은 1일 왕이 그 동안 물밑에서 당과 군의 고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쉬에 대한 사법처리의 불가피성을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쉬의 몰락은 구쥔산(谷俊山) 전 인민해방군 총후근부 부부장과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와 무관하지 않다. 구는 군 보급을 관리하면서 받은 뇌물 중 3500만 위안(약 57억3000만원) 을 쉬에게 상납하며 각종 인사 청탁을 했다. 쉬는 뇌물로 받은 돈을 홍콩과 마카오로 보내 자오를 통해 돈 세탁을 했다. 쉬의 당적 박탈을 공산당 창당 93주년 기념일(1일)을 하루 앞두고 발표 한 것은 시 주석의 성역 없는 반부패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시 주석은 1일 “일체의 부정한 기풍에 대해 과감하게 칼을 뽑아야 한다”며 비리 척결을 강조했다.

 쉬는 보 전 충칭시 서기와는 각종 회의에 옆자리에 앉게 되면서 동지관계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 주석 시절 매년 전인대(全人大·국회 격)가 열리면 둘은 주석단 맨 앞 열 좌측에 나란히 앉아 친분을 과시했다. 이 때문에 보시라이 사건 발생 이후 쉬는 군내 보 지지세력의 몸통으로 알려졌었다.

 덩위원(鄧聿文) 중국 정치 평론가는 “쉬의 당적 박탈은 시 주석에게 ▶정치적으로는 당·군 장악력을 다지고 ▶성역 없는 반 부패 당위성을 확보하며 ▶저우융캉을 중심으로 한 정적을 제거하는 세 가지 의미를 가진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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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