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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 조서'로 성폭력 피해자 인권 되살린 여경

“드라마 ‘수사반장’을 보면서 경찰 꿈을 키웠습니다. 여경으로서 섬세한 치안 활동을 펼치고 싶어요.”

 1980년대 초, 소녀는 ‘수사반장’만 나오면 TV 앞을 떠날 줄 몰랐다. 소녀의 눈길이 머문 곳은 주인공 ‘최불암 아저씨’가 아니었다. 예쁜 얼굴에 멋진 제복을 입은 여경(女警) ‘김영애 아줌마’를 닮고 싶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92년. 소녀는 순경 공채에 합격해 ‘진짜’ 여경이 됐다. 그리고 여성·아동 등 사회적 약자 보호에 노력을 기울였다. 올해로 여경 인생 22년째. ‘수사반장’을 보며 경찰을 꿈꿨던 소녀는 전국 여경 8000여 명 가운데 가장 뛰어난 1인에게 주어지는 ‘으뜸여경’ 표창을 받았다.

 1일 제68주년 여경의 날을 맞아 으뜸여경으로 선정된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김수진(45·사진) 경감. 그는 으뜸여경 표창과 더불어 경위에서 경감으로 한 계급 특진도 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그는 먼저 고개를 숙였다.

 “묵묵히 일하는 후배들을 찾아 꽃을 피워주는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

 김 경감은 ‘가명조서’ 제도를 현실화한 공로가 인정됐다. 가명조서란 성폭력 피해자 등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사람들이 가명(假名)으로 조서를 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사실상 사문화됐던 이 제도는 지난해 김 경감이 성폭력 피해자 가명조서 382건을 작성해 검찰에 보내면서 실질적으로 활성화됐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당당하게 신고할 여건을 마련하고자 적극적으로 가명조서를 작성했습니다.”

 김 경감은 2012년 JTBC ‘우리는 형사다’에 출연해 성폭력 예방법 등을 전파하는 등 여성 치안에 오랜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여경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치안 활동에 매우 필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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