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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이혼할 때 퇴직금도 재산분할 대상인가


남편이나 아내가 훗날 받게 될 퇴직금·퇴직연금도 이혼할 때 재산 분할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불붙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최근 이 문제에 관한 공개변론을 연 데 따른 것이다. 대법관들은 ‘퇴직일과 수령할 퇴직금이 확정되지 않을 경우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기존 판례의 입장을 유지할지 심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퇴직금 역시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룬 재산인 만큼 당연히 분할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법 규정도 없는 상황에서 재산 분할을 인정하면 당사자의 노후생활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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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은 부부의 공동 재산이다

양정숙
변호사
1990년 1월 민법 개정으로 재산 분할 제도가 도입됐다. 이혼할 때 부부 일방이 공동재산의 형성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재산 분할 청구권을 갖게 됨으로써 헌법상 양성 평등의 이념이 구체화되고, 이혼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퇴직금 청구권이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돼 재산 분할 제도의 도입 취지가 퇴색할 수밖에 없었다. 퇴직금 말고는 별다른 재산이 없는 경우 한쪽 당사자는 이혼 후 경제적 여유를 누리는 데 반해 다른 당사자는 궁핍한 생활을 면치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래의 퇴직금 청구권이라 하더라도 이혼 후에 적립되는 퇴직금에 대해서까지 분할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혼할 때까지 적립된 부분에 대해서만 재산 분할 대상으로 하자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갖는 재산의 유형 중 부동산 등 전통적 재산의 중요성이 점점 낮아지는 반면 연금·퇴직금·스톡옵션 등 근로관계에서 파생하는 비전통적 자산의 가치는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형태의 재산적 권리를 단지 전통적인 재산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이혼 당사자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며, 그 결과가 형평에 반하고 불합리하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이번에 대법원 공개 변론 대상이 된 사건의 경우 원고의 장래 퇴직급여는 본인 명의의 부동산 가격과 비슷한 금액으로 전 재산의 거의 50%를 차지한다.

 장래의 퇴직금이 재산 분할 대상이 된다는 몇몇 하급심 판결은 장래의 퇴직금이 무조건적으로 재산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 것은 아니다. 하급심과 기존 대법원 판례의 차이는 외형적으로는 장래의 퇴직금이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장래의 퇴직금이 이혼을 기준으로 한 시기에 확정되는지 여부에 있다. 물론 장래의 퇴직금은 앞으로의 계속 근로 여부 및 퇴직 시의 평균임금을 재산 분할 시점에 미리 예측할 수 없으므로 그 금액을 구체적으로 확정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퇴직금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는 실무상의 곤란함이 장래의 퇴직금과 재산 분할 제도의 기본적인 성격까지 좌우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부동산·주식과 각종 변액보험 등 금융상품도 일정 기간을 놓고 보았을 때는 변동한다. 금전채권은 부실채권이 될 수도 있는 등 항상 수령 시점에야 금액이 특정된다는 특수성이 있다. 그런데 다른 금전적 청구권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금액의 확정성을 유독 퇴직금 청구권에 대해서만 요구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퇴직금은 부부가 공동생활을 하는 동안 매일매일 근로의 대가로 누적돼 발생하는 것이므로 한순간에 당첨이 확정되는 로또와 같은 단순한 기대권 내지 불확정채권으로 볼 수 없다.

 특히 퇴직금은 1년 단위로 평가돼 적립되는 돈이다. 퇴직금은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시점에 확정되기는 하지만 그 이전의 계속 근로 기간에 따라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급 시기와 금액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부부 공동생활, 부부의 협력이 뒷받침된 일정 기간의 계속 근로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다는 점이 퇴직금 청구권의 특징이다. 부부의 일방이 아직 근로관계가 종료되지 않아 퇴직금 청구권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정이 퇴직금을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따라서 퇴직금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보는 것이 부부 공동생활에 의해 형성된 재산의 청산이라는 재산 분할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외국의 입법례와 판례는 퇴직금과 연금은 물론이고 영업권, 의사면허·변호사 자격 등 전문적인 면허, 영업 노하우·기술 등 무형재산으로까지 재산의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미 하급심에서도 장래의 퇴직급여를 재산 분할 대상으로 하는 판결이 속출하고 있는 만큼 장래의 퇴직급여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로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면 퇴직금은 상호 공동 노력의 대가다. 재산 분할 청구권에 의해 ‘잠재적 지분’을 공평하게 분할해 주는 것이 형평의 이념에 맞을 것이다.

양정숙 변호사

판사 재량에 맡겨선 안 된다

임채웅
변호사
부부가 이혼할 경우 장래에 받을 퇴직금이나 퇴직급여 등도 재산 분할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기존의 대법원 판례는 부정적 입장이었다. 하지만 기존 판례가 장래의 퇴직금 등을 무시해도 된다고 본 것은 아니다. 재산 분할을 정함에 있어 기타 사정의 하나로 고려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 표현의 모호함 때문에 예측 불가능하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재판 실무상으로는 어느 정도 정착돼 있는 룰로서 그렇게 불합리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러한 기존 판례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이 늘고, 최근 퇴직금 등을 직접적인 분할 대상으로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 잇따라 나오면서 대법원의 명확한 기준 제시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 이번 공개변론의 배경이라고 이해된다.

 외국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입법으로 해결하고 있다. 즉, 미국의 근로자퇴직평등법(Retirement Equity Act of 1984), 영국의 혼인사건법(Matrimonial Causes Act 1973), 독일의 연금청산에 관한 법률(Gesetz ueber den Versorgungsausgleich) 등이 그 예다. 미국의 경우 법에 따라 혼인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 이혼하더라도 전(前) 배우자로부터 연금의 50%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퇴직금 등의 수령 예상 시기가 5년 정도 남은 경우에는 분할을 명하고 그렇지 않은 때는 분할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었다.

 나도 퇴직금 등이 절대 분할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분할을 하려면 입법에 의해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혼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의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입법을 통한 해결을 주장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의 이혼 재판은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을 확정한 다음 남편과 아내의 기여도를 예를 들어 60% 대 40%라는 식으로 정한다. 그에 따라 보유해야 할 재산가액을 계산한 다음 어떤 재산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를 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법원의 재량이 지나치게 크다. 상당한 훈련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로서도 어느 한 쪽의 기여도가 과연 얼마나 인정될 것인지, 어떤 배우자가 어떤 재산을 계속 보유할 것인지 정확하게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때가 많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퇴직금 등이 유일한 노후 대책이라는 데 있다. 이러한 노후 대책 수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그만큼 예측 가능성이 높아야 한다. 재산 분할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에 따를 경우 분할 대상임을 선언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분할이 되면 어떻게 될지 전혀 알 수가 없게 된다. 이래서는 이혼 부부 개개인의 노후 대책은 엉망이 돼 버린다.

 나아가 장래의 연금을 분할할 수 있다고 하면 재판으로 이혼할 배우자가 수십 년 뒤 받을 연금을 그때부터 다시 수십 년간 나누어 받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퇴직금 등을 일시금으로 분할해 주라는 것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퇴직금 등이 유일한 재산인 사람에게 일시금으로 재산 분할을 해주라고 하는 것은 결국 빚을 얻어 돈을 주라는 말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결과가 보통사람들의 법 감정에 맞을까.

 이러한 문제점들 말고도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즉, 이혼 재판 실무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치닫고 있고,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재혼을 하게 되는 사람들 역시 급속도로 늘고 있다. 만약 주요한 노후 대책인 장래의 퇴직금 등에 불명확성이 가중된다면 재혼을 꺼리는 이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퇴직금 등이 분할 대상이 돼야 한다면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서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재산 분할 여부와 그 방법을 법관의 재량에 맡긴다면 부작용만 키우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혼 재판은 급속도로 변해가는 우리 사회의 실정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이번 공개변론을 계기로 퇴직금 문제뿐 아니라 이혼 소송 전반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임채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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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