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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게으른 보수, 오만한 진보

김성탁
사회부문 차장
지난 서울교육감 선거엔 보수후보 3명, 진보후보 1명이 출마했다. 승리한 조희연 교육감이 진보단일후보였고, 문용린 전 서울교육감·고승덕 전 의원·이상면 전 서울대 교수가 보수로 분류됐다. 성향이 같으면 정책도 비슷할 것 같지만 본지가 쟁점에 대한 입장을 물었더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이 후보는 진보의 아이콘인 혁신학교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고 후보는 ‘현행 유지’ 입장이었고, 사실상 폐지하겠다는 이는 문 후보뿐이었다. 이 후보와 조 후보는 선거 이틀 전 ‘보수·진보가 함께 하는 역사 바로세우기 공동선언’까지 발표했다. 진보는 무조건 자율형 사립고 폐지를, 보수는 무조건 혁신학교 폐지를 외칠 거란 예상은 후보들의 다채로움을 가리는 선입견일 뿐이었다.

 17개 시·도교육청 교육감이 1일 일제히 취임했다. 이 중 13명이 진보교육감인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을 놓고 정부와 전교조가 맞서는 살얼음판이 이들 앞에 놓여 있다. 하지만 진보교육감 사이에서도 간극은 관찰된다. 이재정 경기교육감과 김승환 전북교육감 등은 대법원 판결 후까지 후속조치 유보를 불사할 기세다. 조희연 교육감과 김석준 부산교육감 등 상당수는 사법부 판결에 따른 정부의 조치를 대놓고 거부하진 않는 모양새다. 진보라고 모든 사안에 한목소리를 내는 무리수를 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념 성향만으로 교육을 편 가를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은 세월호 참사 이후 치러진 선거 표심에 담겨있었을 수 있다. 밤 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는 자녀처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이 바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광경을 보며 “이건 아니다”고 말하는 학부모가 많았다. 명문대를 목표로 내달리는 한국 교육에 염증을 느낀 학부모에게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무의미했을 수 있다.

 서울 한 사립대 교수는 “답답한 교육이 바뀌려면 현 교육 담당자들로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는 주변 아파트 전셋값을 올리는 혁신학교를 누를 만한 공교육 개혁의 비전을 선보이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진보의 어젠더를 선점한 것과 달리 게을렀던 것이다. 진보후보를 상대로 편 ‘색깔 공세’가 흘러간 라디오가 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렇다고 진보교육감들이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것도 아니다. 대부분 30%대 득표에 그쳤는데, 현 교육의 대안을 찾으라고 손을 들어줬을 뿐이다. 진영 논리로 뭉쳐 정부와 대립각만 세우는 오만함을 보이다가는 유권자의 지지가 눈 녹듯 사라질 수 있다.

 새누리당 출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전교조 해직교사였던 이석문 제주교육감과 만나 “남북 통일도 해야 하는데 진보교육감이 뭐가 문제냐”고 일갈했다. 이 교육감도 “교육은 정치가 아니다”고 화답했다. 전교조 조합원이든 한국교총 소속이든 학부모에겐 아이에게 친절한 교사가 고맙고, 근무시간 끝났다고 방과후 특강을 외면하는 교사가 서운할 뿐이다.

김성탁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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