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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의 시시각각] 왜 관심병사일까?

양선희
논설위원
22사단 GOP 총격 사건을 보며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 입장에서 머리칼이 쭈뼛해진 것은 ‘관심병사 20%’라는 말이었다.

 관심과 배려를 받아야 할 정신적·심리적 문제를 가진 병사를 동료들이 전우애로 보듬는다면, 물론 아름다운 광경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상상이다. 20대를 살아본 사람은 안다. 몸과 머리만 커졌을 뿐,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 몰라 혼돈스럽던 시절. 자기 자신도 감당하기 벅찬 때에 남의 고통까지 포용하는 건 보통 청년에겐 어쩌면 능력 밖의 일이다.

 관심병사 문제는 또래 청춘에게만 감당하라고 할 문제가 아니다. 어른이 해결해 줘야 할 몫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한데 군 생활 34년째인 한 장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해결 불가. 이유를 물었다. 그는 긴 이야기를 했다.

 소대장부터 대대장으로 일했던 1980년대 초부터 90년대 중반까지 병사의 문제는 일정했다. 문제 사병은 응석받이거나 몸이 약하거나 폭력적이었고, 병영은 폭행·폭언 때문에 애를 먹었다. 하나 가난해도 ‘착하게 살라’는 교육을 받은 병사들은 말이 통했다. 방황하던 청춘들도 잘만 이끌면 무사히 사회의 양지로 돌아갔다.

 2005년 연대장으로 만난 병사들은 달라져 있었다. 신상명세서만으로도 30% 정도는 가정이 파탄 난 상태였다. 아버지의 실직과 음주·가족 폭행 등의 사례는 수두룩했고, 부모가 서로 죽고 죽이는 광경을 목격한 청년들도 심심찮게 있었다. 트라우마의 질이 달랐다.

 2011년 사단장 당시엔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정신질환자 같은 병사들이 100명 중 한두 명꼴로 보였다. 이들을 전역시키려면 보호자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보호자를 찾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휴가를 앞둔 병사가 갈 곳이 없어 찜질방비를 마련하려고 돈을 훔치다 잡히기도 했다. 이렇게 무방비로 버려진 병사들은 상상할 수 없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가 분석해 보니 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아버지의 실직이나 사업 실패의 그늘이 깊더라는 것이다. 외환위기라는 외부 충격으로 서민층 가정이 급격히 파탄 나며 충격을 입은 게 관심병사들의 정신적 문제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론적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이는 외환위기 당시 경제현장을 취재하며 느꼈던 불안감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거시적으로 빠르게 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그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들은 대책 없이 직장을 잃었고, 국가 경제 재건의 미명 아래 무너지는 서민의 삶은 관심 밖이었다. 당시 사람을 돌보지 못했던 부메랑이 지금 관심병사 문제를 키웠다는 그의 분석은 그래서 일견 귀 기울여졌다.

 그는 말했다. “군은 적과 싸워 이기는 병사를 길러 낼 임무가 있다. 일선 지휘관들이 늘어만 가는 관심병사들을 돌보는 일과 군인의 일까지 모두 할 수는 없다. 관심병사들 중엔 상담관들이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좋아지는 사례도 봤다. 상담관을 늘리고, 민간 자원봉사자들이라도 와서 병사의 얘기를 들어주면 좋겠다.”

 군의 책임 회피를 위한 핑계로 들린다고? 그래도 할 수 없다. 책임 추궁보다 급한 건 문제 해결책을 찾는 거다. 이에 전방 사단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한 한 정신과 전문의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은퇴 후 군 정신과 멘토를 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 병사들의 정신적 문제는 군에서 해결하기 어렵고,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군생활이 정신의학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 갑작스러운 큰 충격은 정신적 문제를 야기하지만 작은 고난을 많이 겪으면 큰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는데, 군이 규율과 작은 고난을 단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군은 문맹률이 높던 60년대엔 한글을 가르쳤고, 2000년대 초엔 정보화 교육을 시켰다. 이젠 정신적 토대를 단단히 하는 교육에 나설 차례가 아닌가 싶다. 이번엔 민간도 직접 도움을 줘야 할 것 같다.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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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