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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셔틀버스, 원래는 위법 … 왜 압구정만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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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서쪽 출입구 앞. 현대백화점 로고가 찍힌 20인승 버스 세 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 백화점 쇼핑백을 든 고객들이 잇따라 버스에 올라탔다. 현대백화점이 고객들을 위해 인근 구현대 아파트 단지와 신현대 아파트 단지, 그리고 청담동까지 각각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다. 백화점 셔틀버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에 따라 2001년 6월부터 금지됐다. 서울에서 백화점 셔틀버스는 이곳이 유일하다. 어떻게 된 것일까.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예외 조항을 이용한 것이다. 이 법에선 운수사업자가 아니면 ‘고객을 유치할 목적으로 노선을 정해 자가용자동차(셔틀)를 운행하여선 아니 된다’고 못박고 있다. 예외적으로 학교·학원·유치원·어린이집·호텔·병원·체육시설 등에만 허용하고 있다. 백화점은 허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백화점 셔틀버스로 인해 중소 규모 유통업체와 운수업계가 피해를 보면서 백화점 셔틀 조항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셔틀버스 정류장 모습.
 현대백화점이 다시 셔틀 허가를 받은 것은 운행이 법으로 금지된 지 5개월 뒤인 2001년 11월. 이때부터 2006년까지는 서울시가 허가를 내줬고, 그 이후로는 강남구가 매년 허가를 해주고 있다. 강남구청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에서 ‘대중교통수단이 없는 지역 등으로서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셔틀을 운행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강남구가 현대백화점 셔틀이 다니는 지역을 ‘대중교통수단이 없는 지역’으로 판단한다는 얘기다. 강남구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압구정동은 워낙 아파트 단지가 커서 단지 안쪽의 한강 가까이 사는 주민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한참을 걸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남구가 셔틀 허가를 해준 또 다른 이유로 교통 혼잡을 들며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않으면 백화점 고객들이 개인 차를 몰고와서 백화점 앞 교통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백화점 셔틀버스는 노선이 세 개나 된다. 백화점 셔틀이 전국적으로 금지된 지 다섯 달 뒤인 2001년 11월 신현대 아파트 노선(신현대~미성아파트)이 가장 먼저 생겼다. 이어 2003년 7월에 구현대 아파트 노선, 마지막으로 2008년 8월에 청담동 노선(청담 건영~압구정 한양아파트)이 추가됐다. 법 시행으로 전국의 모든 백화점이 셔틀을 없앴건만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은 셔틀 노선을 꾸준히 늘려온 것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며 주민들의 요구를 백화점이 수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압구정동은 아파트 상가가 있기는 하나 유통시설이 부족해 주민들이 인근 백화점을 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당초 백화점 셔틀을 금지한 목적인 ‘중소 유통업체 보호’와 어긋난다.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에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 이유와 관련해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의 자가용자동차 무상운송(셔틀버스 운행)으로 인하여 발생된 대규모 점포와 여객자동차운송업체 및 중소 유통업체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자가용자동차가 고객을 유치할 목적으로 노선을 정하여 운행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2000년 당시 국회(박광태 의원 외 86명)가 낸 개정 법률안에서도 개정 이유로 ‘중소유통업체 및 여객자동차운송사업체 등이 생존권 보호차원에서 집단민원을 제기하는 등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셔틀버스는 오히려 기존 중소 규모 상권을 관통하며 다닌다. 구현대 노선의 경우 중소형 마트와 정육·반찬·과일가게 같은 식료품점, 의류·인테리어·음식점·보석상·서점 등이 도로변에 형성돼 있는 신사동 상권을 경유한다.

 청담동 노선은 아예 마을버스를 대신해서 생겨나 ‘운송사업체 보호’라는 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셔틀 버스가 다니는 청담동 노선은 2007년 7월까지 마을버스가 다니던 노선이었다. 강남구 관계자는 “마을버스 승객이 하루 700명은 돼야 수지타산이 맞는데 400명밖에 안 돼 마을버스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멀쩡히 있던 마을버스가 없어져 불편해지자 압구정 한양아파트, 청담 현대3차 주민들이 마을버스를 다시 운행해달라고 강남구에 민원을 냈다. 그런데 이 민원을 강남구가 엉뚱하게도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 허가’로 해결한 것이다. 강남구는 청담동 노선 신설을 백화점과 구청 중 누가 먼저 요구했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구 관계자는 “강남구와 백화점 중에서 셔틀버스 운행을 누가 먼저 제안 했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며 “주민들 민원 때문에 대안을 찾은 것이지 절대 백화점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강남구와 현대백화점의 설명대로라면 여건이 비슷한 타 지역에서도 백화점 셔틀이 생겨날 법하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있는 송파구 잠실이 대표적이다.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들과 비슷한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들이 한강변에 늘어서 있다. 단지를 도는 마을버스가 없다는 점도 같다. 한강과 가장 가까운 아파트 동에서 시내버스가 다니는 도로까지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경우 직선거리로 600m이고 잠실 리센츠는 500m다. 리센츠 주민 이모(63)씨는 “셔틀버스 운행이 모두 금지된 줄 알았는데 압구정 현대백화점은 하고 있는 줄 몰랐다”며 “우리 지역의 롯데 잠실점도 운행을 해준다면 주민 입장에선 대찬성”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은 셔틀을 운행하지 않는다. 물론 법이 바뀌기 전까지 롯데백화점도 이 일대에 셔틀버스를 돌렸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법으로 백화점 셔틀이 금지된 터라 셔틀버스 운행을 허가해달라고 송파구청에 요청하는 일은 지금까지 아예 고려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청은 현대백화점 이외의 백화점이 셔틀버스 운행을 요청한다면 어떻게 할까. 구청 측은 "다른 백화점에 셔틀 운행을 허가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렇다 보니 백화점들 사이에선 현대백화점의 셔틀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본다. 백화점 이름을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한 백화점 관계자는 “다른 백화점들은 엄두도 못 내는 셔틀버스를 압구정 현대백화점만 운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다른 백화점들은 구청에 밉보일까봐 문제 제기를 공개적으로 못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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