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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기자는 고은맘] 전격 수면교육! 고은맘은 모진맘








모진 엄마, 비정한 엄마, 냉혈한 엄마, 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모든 게 고은양 때문입니다. 고은양이 이렇게까지 나오지만 않았어도.

여러 번 한 얘기이지만, 고은양은 ‘잘 자기’ 지진아입니다. 갓 100일 된 친구 아들은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논스톱으로 잔다는데, 고은양은 밤새 열두 번도 더 깹니다.

깨기만 하면 말도 안 합니다. 잠에서 깨 칭얼대는 고은양은 안아줘야 다시 잠에 듭니다. 잠에 들었나 싶어 내려놓으면 바로 ‘으앙’ 거리고 웁니다. 내려놓으려고 몸을 낮추며 고도만 약간 달라져도 눈치를 채고 울어버립니다. 우는 소리는 어찌나 큰지...옆집 아랫집에 죄송할 따름입니다. 어쩔 수 없이 고은양을 안고 거실로 나와 소파에 기대 앉습니다. 그렇게 고은양을 배 위에 올리고 잠이 듭니다. 묵직한 고은양이 가슴과 배를 눌러대는 탓에 한 시간 지났을까 잠에서 깨면 그제야 고은양을 데리고 침실로 갑니다. 침대에 내려놓고 30분은 지났을까. 울음을 터트립니다. 다시 고은양을 안아 달래고 배 위에서 재웁니다. 그렇게 서너번 반복하다 보면 아침이 옵니다.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왔습니다. ‘고은양 없는 곳에서 자고 싶다’는 게 소원이 될 정도가 됐습니다.

지난 주말은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토요일 밀린 치과 치료를 하고 집안 청소를 하고. 사실상 하루 종일 집에 있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일요일엔 여기저기 고은양을 데리고 놀러갈 곳을 알아보았죠. 그러나, 그날 밤. 고은양은 주말인데도 자기를 놀러가지 않은 엄마 아빠에게 복수라도 하듯 밤새 울었습니다. 밤 11시부터 잠에서 깨어 울기 시작하더니 안아 달래줘도 쉬이 울음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전에는 안고 소파에 앉아도 괜찮았는데 이날은 안고 서 있어야만 고은양이 울음을 그치고 잠에 들었습니다. 잠은 오는데 팔은 아프고. 밤새 고생하고 나니 나들이고 뭐고 남편과 번갈아 자면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느라 바빴습니다. 그래도 피곤은 가시지 않더군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수면교육을 하기로 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고은양 즈음한 아기들의 적정 수면 시간은 밤잠은 11시간, 낮잠은 약 3시간쯤 됩니다. 고은양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잠이 부족하면 신체 성장과 뇌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니 걱정입니다. 수면교육은 100일 전에 하는 게 좋다는데 고은양은 너무 늦었습니다.

수면교육이라는 게 별 게 아닙니다. 바닥에 등을 붙이고 눕혀 잠들게 하는 것. 그걸 위해서 자기 전에 노래를 불러 주거나 ‘쉬닥(쉬~쉬~ 하면서 토탁이는 것)’을 해 주는 것. 잠에서 깨면 무조건 안아 올리지 않고 눕힌 채로 달래 다시 재우는 것. 말은 쉬운데 쉽지는 않습니다. 안으면 금방 울음을 그치는데 놔두면 아파트 떠나갈 듯 울어대거든요(남편은 수면교육을 시키는 건 좋은데 이웃에 민폐 아니냐”며 고은양을 박스에 가두자는 얘기까지 꺼냈습니다. 아동학대 수준이라며 그 자리에서 ‘킬’ 했습니다).

혹자는 아이를 안아주는 시절이 얼마나 되느냐, 지나고 나면 잠깐이다, 안아줄 수 있을 때 많이 안아줘라…, 라고니 말합니다. 저도 내년엔 출근을 해야 하는지라 그 말이 가슴에 콕 박혔습니다. 수면교육이다 뭐다 그냥 패스한 이유죠.
그런데 인터넷 서핑을 하다 발견한 이 말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안아주는 건 좋은데, 그렇게 해서 밤새 엄마가 피곤하면 낮에 아기와 잘 놀아줄 수 없다. 몸이 힘드니 짜증만 내고. 차라리 얼마간 고생하더라도 수면교육 해서 엄마의 밤이 편해지면 낮에 아이와의 교감을 더 높일 수 있다.’
정말 그랬습니다. 몸이 힘드니 고은양에게 짜증을 자주 부립니다. 고은양에게 소리친 적도 있고요. 그럼 고은양이 더 놀래 울거나, 나중엔 제 눈치를 슬슬 보는 것 같습니다. 눈치보는 고은양을 보면 너무 미안합니다.

그래서 모진 엄마 소리를 듣더라도 수면교육을 하기로 했습니다.
낮잠 타임. 고은양이 졸려 하네요. 전에 같으면 고은양에게 쭈쭈를 먹이면서 재우든가 어깨띠로 안고 재웠을 텐데 이번엔 그냥 바닥에 눕혔습니다. 눕히려고 자세를 바꾸니 각도와 고도 센서가 작동했는지 벌써 웁니다. 옆에 누워 토닥이는데 저를 보면서 눈물을 글썽입니다. ‘왜 안 안아 주는 거야. 엄마 이러기야.’ 음성지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웃집 사람들 좀 들어보세요, 이러면서 목소리를 높입니다. 숨이 넘어갈 듯 우는데, 못 참고 고은양을 안고야 말았습니다. 바로 진정이 되더군요. 이제 됐다 싶어 내려 놓으니 이번엔 더 큰 소리로 웁니다. 그렇게 한참을 숨이 넘어갈 듯 울다가 갑자기 조용해 졌습니다. 어느 순간 눈을 감고 손가락을 빨고 있더군요. 손 빠는 버릇은 정말… 손을 빼니 눈을 번쩍 뜨고 자지러질 듯 웁니다. 한 번에 두 가지 버릇을 고치기는 불가능하네요. 일단 수면교육 먼저. 손 빠는 버릇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러곤 30분을 울어 제낍니다. 얼마나 우나 싶어 시간을 쟀거든요. 정말 30분이 넘도록 울었습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엄마를 쳐다보는데 저는 그저 ‘쉬닥’ 하고만 있으니…. 고은양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낄 법합니다. 울다 지쳤는지 눈을 감고 다시 손을 빨면서 잠이 들었습니다. 자면서도 계속 흑~ 흑~ 거리면서 울음을 삼키고 있네요. 왜 아이들이 울다가 울음을 그치면 훌쩍이는 거 있잖아요. 계속 그러고 한참을 흑흑 거렸습니다.

한 시간이 지났을까. 고은양 울음소리에 침실에 가니 고은양의 수북한 머리가 땀에 젖었습니다. 베개는 빨았나 싶을 정도로 흥건하게 젖었고요. 모진 엄마 탓에 악몽을 꿨나 봅니다.

저녁 8시. 수유를 끝내니 고은양이 잠들었습니다. 이날 밤에는 제가 옆에 누웠습니다. 깰 때마다 안아 들어올려 달래는 게 아니라 그저 토닥이기만 했습니다. 옆집ㆍ아랫집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다행히 고은양은 길어야 5분 정도 울다가 힘든지 다시 잠들었습니다(고은양이 뒤척일 때마다 토닥이느라 저는 선잠을 잔 반면, 남편은 제 수면교육 덕분에 꿀잠을 잤습니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나아지겠죠. 오늘도 모진 엄마가 돼서 고은양을 재워야겠습니다.

ps. 다행스럽게도, 고은양이 뒤끝은 없습니다. 언제 엄마를 원망하면서 숨이 넘어갈 듯 울었느냐며, 자고 일어난 고은양은 천사 미소를 던져줍니다.

[사진]
1) 뒤끝 없는 고은양. 그렇게 엄마 원망하며 울다가도 미소 투척.
2) 조리원 동기 만난 고은양. 좀처럼 웃지 않는 시크의 정석.
3) 남편 왈 “공주로 키우고 싶었는데 무수리 됐네”. 개구쟁이 고은양.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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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