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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흔들리는 대통령 … 국정의 위기

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여러 중요한 의문을 던진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는 대통령이 이렇게 비정상적인 일을 할 만큼 급한 사정이 있는지, 그런 사정이 다른 분야엔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그런 사정이 없다면 대통령은 무슨 심리로 이렇게 결정했는지, ‘식물총리’였다가 유임된 총리가 국정의 동력을 살려낼 수 있을지··· 의문이 한둘이 아니다.



 정 총리의 사의 표명과 유임은 시종 무질서하게 진행됐다. 세월호 참사는 지난 4월 16일 발생했고 정 총리는 11일 후에 사의를 표했다. 사고 수습을 책임진 총리가 수습이 한창일 때 사의를 표하는 건 명분이나 업무 효율에서 잘못된 것이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사의를 수용하고 수습이 끝나면 국가개조 작업을 이끌 새 총리와 내각을 인선할 것을 약속했다. 이후 정 총리는 총리직은 유지했지만 이미 국정을 지휘할 힘은 상실한 상태였다. 공직사회는 새 총리와 내각만을 기다렸다. 그를 상대로 한 국회 대정부 질문은 생동감을 잃었다. 국가는 국정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을 새 팀을 대망(待望)했다.



 대통령은 자신도 그걸 잘 알아 후보를 냈는데 두 명이나 낙마하지 않았느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낙마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안대희 후보는 청와대가 검증을 부실하게 한 경우다. 문창극 후보는 원칙에 따라 대통령이 국회에 청문회와 임명동의 표결을 요청했어야 했다. 부결되는 한이 있더라도 대통령이 소신 있게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게 국정 운영의 동력을 되살릴 수 있는 길이었다. 부결되어 총리를 다시 고르는 데 시간이 걸려도 ‘원칙의 확인’이라는 가치는 단기간의 국정 공백을 뛰어넘는 것이다. 갈 수 있는, 가야만 하는 길을 놔두고 대통령은 문 후보를 포기했다. 자신이 그렇게 해놓고는 국회와 사회에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까지 보였다.



 대통령은 다시 총리 후보를 고르는 게 정도(正道)였다. 인선난이라고 하지만 회자되는 후보 중에는 청문회를 통과할 만한 이들도 적잖이 있었다. 능력과 도덕성이 검증된 전임 정권의 총리를 기용하는 것도 고를 수 있는 카드였다. 청와대는 국정 공백을 걱정했다고 하는데 시간이 걸려도 새롭거나 검증된 이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게 훨씬 중요한 일이었다. 이런 사정들은 명확한 것이었는데 대통령이 정 총리를 유임시킨 건 정치권과 사회에 대한 일종의 시위로 보여진다. 국가개조의 중요성, 정권의 새로운 기운, 원칙의 실천, 인재발탁 능력의 입증은 중요하다. 대통령이 이런 것들을 미뤄놓고 항변과 시위에 매달리면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런 비정상적인 결정이 내려질 정도로 정권 핵심부는 중심을 잃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치인 시절엔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거의 없다. 친박계가 공천 학살을 당하거나 자신이 커터칼 테러를 당해도 정치인 박근혜는 중심을 지켰다. 그런데 취임 이래 계속된 인사 참사와 세월호 사태에 충격을 받자 대통령은 절제와 판단력을 상실하고 있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포함한 공식·비공식 참모진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데 무능을 드러내고 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이들의 부적절한 보필이 대통령을 오도(誤導)하고 있는 것도 있다. 대통령은 이들을 계속 신임하기로 했지만 이들로 상징되는 정권의 폐쇄성과 정체성은 국정 운영의 동력을 적잖이 갉아먹고 있다. 현재의 진용에서 활력과 개혁의 기운을 발견하는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정권의 정체에 책임이 있는 비서실장과 식물총리에서 살아 돌아온 총리가 국가개조의 엔진에 불을 붙일 수 있을까.



 대통령은 속히 중심을 잡아야 한다. 정권 내부의 병목 현상이 어디서 발생하는지를 간파하고 과감한 인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 논란이 많은 비공식 라인과 이른바 ‘문고리 권력’을 뛰어넘어 정권 내부를 지휘할 수 있는 새로운 피를 수혈 받아야 한다.



 대통령이 정 총리를 유임시킨 것이 반대세력의 ‘후보 헐뜯기’ 공세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는 여론도 상당할 것이다. 대통령 결정의 정당성과 별도로 이런 시각은 꽤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청문제도를 악용해 과도한 공세로 후보를 낙마시키는 작금의 풍토는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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