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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후보 못 지킨 보수 정권 … 국정운영 부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자진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4개월 만에 세 번째 총리 후보자의 낙마다. 앞서 김용준·안대희 전 후보자가 여론재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퇴했다. 안 후보자에 이어 문 후보자까지 총리 후보자가 두 번 연속 청문회 절차도 밟기 전에 자진사퇴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용준 전 후보자 역시 청문회 이전에 낙마해 한 정부에서 3명의 후보자가 청문회까지 못한 것도 처음이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장상·장대환 총리 후보자가 연달아 낙마했지만 두 사람은 청문회를 거친 뒤 인준표결에서 부결됐다.

 연이은 총리 낙마로 박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됐다. 장상·장대환 후보자의 낙마는 김대중 정부 말기에 벌어진 일이지만 이번 사태는 정권이 가장 힘있게 일을 추진한다는 집권 2년차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국정운영 동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연이은 총리 낙마는 장기간의 ‘총리 부재’ 사태를 초래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책임을 지고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표한 지 이날로 59일째다. 또 새 총리가 지명돼 인사청문회까지 통과하려면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한 3개월 이상의 국정 공백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의욕적으로 내세운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등 국가개조사업도 ‘선장’을 찾지 못해 당분간 추진이 어렵게 됐다.

 박 대통령에겐 문 후보자 사퇴 이후의 고민이 더 클 수 있다. 당장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를 놓고 야당의 공세가 만만치 않을 기세다. 안대희 후보자의 낙마 때는 그냥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당장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무성 의원이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두 번째 총리(후보자)가 낙마한 데 대해 (인사를) 담당한 분은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담당한 분’이란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 실장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인사 추천과 검증의 실무책임자인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때를 놓치지 마시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야당은 여세를 몰아 흐트러진 청와대와 여당 내 틈새를 파고들 태세다. 김명수 교육부 장관, 이병기 국정원장,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타깃을 이동해 공세를 강화할 참이다.

 이번 기회에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출신 일색인 민정라인이 검증을 맡고 청와대 인사로만 구성된 인사위원회에서 총리감을 고를 경우 인사 참사의 재연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평소 신뢰와 원칙을 강조해온 박 대통령이 여론에 밀려 ‘보수 논객’인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막지 못한 것은 장기적으로 보수 지지층으로부터 신뢰를 잃을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문 후보자가 일부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에 의해 ‘친일 논란’에 휩싸였지만 ▶MBC의 온누리교회 강연 동영상(43분 분량, 지난 20일) 공개 ▶국가보훈처의 문 후보자 조부 독립유공자 추정 사실 발표 등으로 인해 여론이 호전되는 상황이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문 후보자가 친일 논란과 상관없는 인사임이 드러났지만 결국 청문회도 거치지 못하고 낙마하게 한 것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야권과 여론의 공세에 밀린 결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벌써부터 보수성향의 인사들을 중심으로 비난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 나라는 원칙과 법적 절차가 무너진 야만국가”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추천한 쪽이 더 사퇴시키려 안달인 것 같다. 자신들에게 돌아올 책임이 커질까 봐…기가 찬다”고 적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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