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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섬' GP·GOP … 출구 없는 긴장·수면부족 시달려

8월 초 입대를 앞둔 아들을 둔 최연숙(45·여·강남구 일원동)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최씨는 “지난 2005년에도 김 일병 총기 난사사건이 벌어지더니 이번에 또 이런 사건이 났다”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GP나 GOP 근무는 피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GP나 GOP에서는 총기사고로 17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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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P(General Out Post, 일반 전초)와 GP(Guard Post, 감시 초소)는 모두 최전방에 있는 경계 초소다. 이곳에서 복무했거나 복무 중인 장병들을 대상으로 물어보니 고립감·수면부족·긴장감 등을 꼽으며 “임 병장은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심지어 장교도 한번쯤은 일탈행동을 고려할 만큼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답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중위로 복무했던 김모(31)씨는 “일단 GP나 GOP에 들어갈 때 느끼는 것은 고립감”이라며 “매일매일 지하벙커와 경계소초에서 똑같은 얼굴들만 바라보고 같은 일을 반복하니 외부 세계와 단절됐다는 생각에 우울증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비무장지대에 점 단위로 배치된 GP에는 1개 소대가 3개월씩 배치된다. 외부와 연결된 길은 GOP와의 보급로뿐. 경기도 연천의 한 GP에서 복무했던 연성민(35)씨는 “성군기 사고가 벌어져도 최소 3개월은 외부에 하소연도 못한다. 상급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죽고 싶다는 극단적 생각에 사로잡히기 쉽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남방한계선 철책선을 따라 위치한 GOP는 한결 나은 편이다. 임모(30) 대위는 “GOP는 휴가나 면회도 제한적으로 되지만 GP는 3~4개월 동안 면회나 휴가가 일절 차단된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곳이 없으니 사기도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 4월 개봉된 영화 ‘GP 506’은 GP에서 병사들이 겪는 고립감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로 개봉 첫 주 만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영화사 측은 군필자들의 공감을 흥행 이유로 꼽았다.

 임 대위는 “GP나 GOP는 훈련이 없다. 바로 실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항상 북한군과 대치하고 있다는 긴장감을 몇 달간 유지하다 보니 심신이 쉽게 지치곤 한다. 연씨는 “GP는 보급로와 작전로를 제외하면 주변이 모두 지뢰밭이다.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에서 주인공(이병헌 분)이 지뢰를 밟은 것 같은 상황이 얼마든지 벌어진다. 실제로 사고가 난적도 있다. 그러니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GOP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강원도 고성에서 근무했던 최기영(41·회사원)씨는 “‘노크귀순’처럼 철책선을 자르고 북한군이 들어올 때도 있다. 내가 근무할 때는 이 틈으로 들어온 북한군이 경계근무하던 병사를 죽이고 돌아갔다는 소문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있었다”고 말했다.

 철원의 GOP에서 복무했던 이모(28)씨는 피곤함을 꼽았다. 경계근무는 주간, 전반야간, 후반야간조가 3주기로 교대된다. 이 병장은 “후반야간조의 경우 자정부터 일출 30분 전까지 근무하는데, 오전에 짧게 수면한 뒤 오후에는 다시 기상해 철책 등 시설 유지보수에 동원되고 저녁에 또 근무를 서게 된다”며 “모두가 수면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들 모두 스트레스가 더 심한 곳으로 GP를 꼽았다. 군 당국도 이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GP의 교대 주기를 3~4개월로 정했다. GOP의 3분의 1 수준이다. 국방부는 한때 GOP와 GP에 투입되는 장병에게 복무기간을 단축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 백지화하기도 했다. 연씨는 “스트레스는 가장 심각한 곳인데 외부로부터 어떤 도움도 기대할 수 없으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유성운·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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