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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희생, 땀으로 갚을 것" 필리핀 노병에게 경례

아라우부대 장병들이 24일 레이테주 타클로반시에서 복구작업을 하기 전 한국전 참전용사인 도밍고 아가스를 찾아가 보은의 경례를 하며 예를 갖추고 있다. [필리핀 레이테주=김상선 기자]

6·25 전쟁 직후 “기브 미 쪼꼬레뜨”를 외치며 미군들을 따라다녔던 대한민국이 “기브 미 캔디”를 듣는 경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퍼 태풍 하이옌으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필리핀 레이테주 타클로반시에 파병된 아라우(필리핀어로 희망이라는 뜻)부대 대원들이다. 현지인들의 희망으로 자리 잡고 있는 아라우부대가 24일 6·25 전쟁 상기행사를 가졌다. “피의 희생을 땀으로 보답한다”를 구호로 하고 있는 부대가 필리핀군의 6·25전쟁 참전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부대의 재건활동을 소개하면서 친선행사를 마련한 것. 필리핀은 64년 전 6·25전쟁 발발 직후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초로 파병한 혈맹국이다. 부대는 이날 이 지역에 살고 있는 6·25전쟁 참전용사 후손 8가족(4명은 생존)에게 각각 대학교 1학기 등록금(1만 페소·25만원)과 노트북 컴퓨터를 지원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철원(대령) 부대장은 “아라우부대는 우리가 전쟁의 절망과 고통 속에 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큰 힘을 줬던 필리핀과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며 “필리핀 참전용사들이 흘린 피의 희생을 땀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태풍 피해 주민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는 재해복구 활동에 열정과 헌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베라르미노(소장·별 둘) 필리핀 8사단장은 “필리핀은 6·25전쟁 때 필리핀 한국탐사대(Philippine Expeditionary Forces to Korea)라는 이름으로 7500여 명의 병력을 파병했다”며 “당시 파병됐던 부대 가운데 8사단 소속 3개 대대가 참전해 한국을 지키기 위해 전투를 했는데 필리핀 재건을 위한 한국의 진실된 대응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답했다.

24일 필리핀 레이테주 타클로반시에서 아라우 부대원들이 태풍 하이옌으로 피해를 입은 한 양로원를 복구하기 위해 필리핀 군장병과 함께 폐자재를 나르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지난 23일 아라우부대 방문을 위해 레이테주 인근 상공에 진입했을 때 항공기 창 너머로 보이는 푸른 숲과 길게 뻗은 도로 등에선 역사상 최악의 태풍 피해를 입은 흔적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러나 아라우부대 교대 병력을 실은 항공기가 공항에 접근하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해안의 방파제는 이곳저곳 부서졌고, 군데군데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엉켜 있었다. 활주로 길이가 짧아 보잉 737 전세기는 바퀴가 땅에 닿자마자 급정거하듯 속도를 줄여 활주로 끝에 겨우 멈춰 섰다.

 공항 주변에는 집을 잃은 사람들이 움막을 연상케 하는 집들을 지어 살고 있었고, 유엔에서 지원한 텐트촌이 도로 양쪽으로 이어졌다. 아라우부대 관계자는 “처음 도착했을 때는 도시 전체가 폭풍을 맞은 듯 폐허와 쓰레기 더미로 뒤덮여 이동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현재는 건물들은 망가졌지만 전기나 수도, 도로 등 도시기능의 70%가량은 회복된 상태”라고 말했다. 현지 주민들은 도시 정상화의 일등공신으로 아라우부대를 꼽는다. 저스티아노 클라오(52)는 “아라우 부대가 경찰서와 소방서 등을 다시 지어줘 치안유지에 도움을 줬다”며 “우리(필리핀)의 아픔을 치유해 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실제 아라우부대는 도착 직후 도로 정리를 비롯해 학교와 병원, 경찰서, 법원 등을 평균 1주일에 한 곳꼴로 재건하고 있다.

 아라우부대는 건물 재건 공사와 함께 직업학교를 만들어 중장비 등 기술 전수, 무료 급식, 영화상영, 한글학교 운영, 무료 진료 활동도 펼치고 있다. 어린아이들은 한국군을 따라다니며 “기브 미 캔디(give me candy)”를 외치며 친근함을 표시하기도 한다. 우리 군은 이동할 때 일부 자동차에 사탕과 초코파이, 초코바 등을 비치해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베니그노 아키노 3세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2월 부대를 방문해 격려했고, 필리핀 국방부 장관은 지난 10일 아라우부대 장병 전원에게 표창장을 주기도 했다.

타클로반=정용수 기자, 국방부 공동취재단
사진=김상선·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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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