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타투, 조폭 상징에서 청춘의 무늬가 되다

지난 12일 서울의 한 타투숍에서 성인(聖人) 베네딕토를 새기고 있는 체육교사 박모(24)씨. [최승식 기자]

 문신? 타투? 어떤 말이 더 익숙하신가요? ‘문신’이란 말이 입에 더 잘 붙는다면 당신은 요즘 젊은 세대와는 다소 거리가 먼 사람일 수 있습니다. 2030세대에겐 ‘문신(文身)’이라는 한자어보다 ‘타투(tattoo)’라는 영어가 더 친숙합니다. 문신이라면 조폭부터 떠올리던 세대와는 확실히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청춘리포트는 타투 문화를 즐기는 20, 30대를 만났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타투의 고백’을 재구성했습니다. ‘타투’를 1인칭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토리텔링 리포트입니다.

글=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
사진=최승식 기자

나는 범죄의 다른 이름이었다. ‘조폭’들은 위압감을 주기 위해 나를 몸에 새겼다. 사람들은 나를 못마땅해했다. 아니, 두려워했다고 말하는 게 옳겠다. 대중목욕탕에서 나를 마주치면 사람들은 슬금슬금 피했다. 나를 몸에 둘렀다는 이유만으로 삼청교육대에 끌려가던 시절도 있었다. 그 시절엔 ‘문신=범죄자’라는 등식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요즘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사뭇 달라졌다. 나를 부르는 이름도 ‘문신(文身)’에서 ‘타투(tattoo)’로 바뀌었다. 아예 나를 전문적으로 표현하는 직업도 생겼다. ‘타투이스트’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요즘은 특히 2030 세대가 나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자기 표현 욕구가 강한 청춘 세대는 나를 새기는 것으로 자신들의 개성을 표현한다.

타투 인구 100만 명 … 패션 아이템으로

 높아가는 인기만큼이나 내 형태는 다양하다. ▶검은색만으로 그려 넣는 블랙&그레이 ▶화려하고 선명한 색깔의 올드&뉴 스쿨 ▶원시 부족들의 주술적·기하학적 문양인 트라이벌 등으로 나뉜다. 사랑하는 이의 이름이나 인생의 문구 같은 것을 새기기도 하는데 이는 ‘레터링’이라고 한다. 레터링은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다.

 여름이 되면 나를 찾는 이들은 더욱 늘어난다. 저마다 나를 드러내놓고 뽐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나를 몸에 새긴 사람은 어느덧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한국타투인협회’의 추정이다. 12년 경력의 타투이스트이자 타투인협회장을 맡고 있는 장준혁씨는 이렇게 말한다.

 “12년 전에는 10명이 시술받으러 오면 10명 모두 조폭 같은 사람들이었어요. 지금은 완전 반대죠. 요즘 타투숍을 찾는 손님은 10명이면 10명이 일반인이거든요.”

 지난 12일 서울 한남동에 있는 한 타투숍의 풍경을 소개한다. 타투숍 한가운데에는 시술을 위한 침대 3개가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 엎드려 나를 새겨 넣는다. 벽에는 각종 도안과 사진이 빼곡하다. 쿵쿵 울리는 힙합음악도 귓가를 때린다. 이날 창업 준비 중인 강지만(30)씨는 기하학적 문양을 입힌 나를 오른 팔에 새기고 있었다. 자랑하듯 나를 내보이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 타투를 한 건 3년 전이었어요. 왼쪽 등에 영어로 아내와 아들 이름을 처음 새겼죠. 타투는 그저 문화이자 취미라고 생각해요.”

 강씨 옆에선 입시학원 체육 교사 박모(24)씨가 나를 새기는 중이었다. 성인(聖人) 베네딕토의 얼굴과 성경 문구를 A4용지 크기로 왼쪽 등에 담았다. “가톨릭 신자라서 세례명을 일종의 부적처럼 새겼다”며 그는 차분하게 말했다.

 요즘은 내가 패션 아이템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나를 액세서리처럼 그려 넣은 여성들의 이야기다.

 “팔목에 있는 화상이 신경 쓰여서 그 위에 타투를 입혔어요. ‘Serendipity(‘뜻밖의 재미’라는 뜻)’라고 조그맣게 새겼어요. 부모님 반응이 염려됐는데 막상 제 타투를 보고선 예쁘다고 하셨어요.”(26세 간호사 L씨)

 “저는 허리에 ‘Ghetto Superstar(‘역경을 딛고 성공한 사람’이라는 뜻)’라는 글귀를 새겼어요. 타투는 액세서리처럼 남들과 다르게 자신을 꾸미는 한 방법일 뿐이에요.”(30세 영상제작자 Y씨)

 범죄의 상징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나의 위상은 이렇게나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바로 ‘타투 합법화’다. 한국의 법은 나를 몸에 새기는 걸 의료행위로 규정한다. 의사면허를 가진 의사만이 시술할 수 있다는 얘기다. 타투 시술이 바늘을 피부조직에 찔러 넣어 이뤄지기 때문에 감염 등의 위험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타투인들은 “의료용 바늘도 아니고 피부 위 0.1~0.2㎜에 살짝 상처를 내는 수준이기 때문에 감염의 위험은 적다”고 반박한다.

 어쨌든 이런 현실 때문에 타투이스트들은 꽁꽁 숨어서 작업할 수밖에 없다. 장준혁 타투인협회장이 목소리를 높이며 했던 말을 옮긴다.

 “우리나라 타투이스트들은 손 기술이 좋아서 비보이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그런데 국내에선 불법 시술자 취급을 받죠. 합법화가 안 되니까 세금도 제대로 못 내고 음성적으로 영업을 하다 보니 문제 발생 소지도 많은 거예요.”

명품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도 잦아

왼쪽부터 격투기 선수 서두원은 인생의 좌우명을 라틴어로 가슴에 새겼다. ‘Quam Fortissimus(최대한 용감하게)’. 왼쪽 팔에는 자신의 별명인 ‘코리안핏불’을 그려 넣었다. ‘생사는 정해져 있고, 부와 명예는 하늘에 달렸다’는 문장을 한자로 새겨 넣은 데이비드 베컴. 패티김의 왼쪽 어깨에 새겨 진 앵무새 타투. 두 딸의 영원한 ‘엄마새(마마 버드)’를 표현했다. ?

 경찰은 비정기적으로 타투숍을 단속한다. 지난 7일이었을 게다. 서울 강서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행당동의 한 타투숍에 들이닥쳤다. 업주 이모(35)씨는 미성년자에게 나를 새겨넣는 시술을 했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붙잡혔다.

 한국의 보편적인 정서상 미성년자에게 나를 새겨 넣는 건 사실 문제가 있다. 하지만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타투까지 불법으로 규정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더 아이러니한 이야기를 해볼까. 요즘 패션·문화계에서는 나를 못 모셔서 안달이다. 내가 예술의 한 장르라나 뭐라나…. 요즘은 샤넬·MCM 같은 명품브랜드가 나를 활용한 컬래버레이션(협업)도 많이 한다. 그러니 장준혁 타투인협회장의 이런 푸념은 이해할 만한 것 아닐까.

 “같은 타투이스트인데도 컬래버를 할 때는 예술가, 단속에 걸리면 범죄자가 되는 게 지금 한국의 현실입니다.”

 다행히 나를 합법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김춘진(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전문 시술자의 타투 시술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문신사법(제정안)’을 3년 만에 재발의했다. 타투이스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색소와 종류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미성년자에겐 타투 시술을 못하게 하는 내용 등이 주요 골자다. 나를 다룰 수 있는 자격도 관련 학과를 졸업하거나 고등기술학교에서 1년간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사람에게 부여키로 했다. 김 의원의 설명이다.

 “문신을 의사만이 할 수 있도록 한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는 의사도 극히 드물어요. 하지만 자기 표현의 욕구가 높아지면서 문신 수요는 꾸준히 늘어납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불법 시술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폐단을 막고자 문신을 제도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게 됐습니다.”

 지금 무수한 2030 청춘들이 나를 몸에 새기고 있다. 나는 요즘 청춘 세대가 누리는 하나의 문화다. 타투이스트들은 말한다. “나는 새긴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수백 년 전에도 그랬듯 나 역시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누군가의 몸 위에서.

  채승기 기자

Q&A타투에 관한 오해와 진실

Q. 타투를 하면 정말 군대에 안 가나요?

A. 타투가 있어도 현역 판정을 받습니다. 다만 몸 전체를 타투로 두른 경우 사회복무요원(4급) 판정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병역면제를 목적으로 타투를 하게 되면 검찰에 고발조치당해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Q. 타투 가격은 얼마나 하나요?

A. 천차만별 입니다. 실력 있는 타투이스트일수록 가격은 올라가죠. 이 때문에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휴대전화 크기의 타투를 새기는 데 대략 20만~30만원 정도 든다고 보면 됩니다.

Q. 타투를 지울 수 있나요? 비용은 얼마인가요?

A. 거의 완벽하게 지울 수 있습니다. 다만 한 번에 지워지는 게 아니고 타투 크기나 모양에 따라 2~5회 정도 레이저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하네요. 이 역시 병원마다 시술가격이 다른데 레이저 치료 한 회당 20만~30만원이 든다고 합니다.


알려왔습니다  위 기사에서 ‘거의 완벽하게 문신을 지울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대한피부과의사회는 “문신을 제거하려면 고가의 레이저 시술을 여러 차례 받아야 하고 시술을 받더라도 문신이 깨끗이 제거되지 않을 수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또 “문신은 피부에 상처를 내고 색소를 주입해 표식을 남기는 시술인 만큼 무균 시술을 하지 않으면 혈액을 통해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이나 B형간염·매독 등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