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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유급 출산휴가 없는 선진국, 미국 뿐"


대란대치(大亂大治)란 말이 있다. 크게 어지럽혀야 크게 다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지도자가 대형 이슈를 제기해 국민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통치하는 걸 말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바로 그런 스타일이다. 야당인 공화당이 반발하고 전국을 떠들썩하게 할 이슈를 수시로 꺼낸다. 집권 5년간 논쟁을 부른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가 그랬고, 아직도 의회에서 논쟁 중인 이민개혁법 등이 그랬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새로운 논쟁거리를 미국 사회에 던졌다. 유급 출산 휴가제 전면 시행과 탄력근로시간제, 아동 돌봄 제도 도입 등이었다.

백악관과 노동부 주최로 워싱턴 시내 한 호텔에서 하루 종일 연 ‘제1회 일하는 가족 회의’ 행사를 통해서다. 이 행사에는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와 조 바이든 부통령을 비롯해 토머스 페레스 노동부 장관 등 주요 장관들이 총출동해 마치 출정식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제트블루·구글 등의 최고경영자(CEO)도 초대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은 유급 출산휴가를 인정하지 않는 유일한 선진국”이라며 “이제는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가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출산휴가, 아동 돌봄, 탄력 근로 등은 가외 이슈가 아니라 최소한의 기본”이라며 “미국의 일터를 가족친화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어린 시절 자신의 홀어머니가 싱글맘으로서 겪었던 직장 내에서의 애환을 예로 들며 “의회는 하루빨리 ‘임신한 여성근로자 형평에 관한 법’을 통과시키라”고 요구했다. 그는 행사에 초대받은 기업들을 거론하며 “구글은 유급 출산휴가를 5개월로 늘리고 제트블루는 고객서비스파트에 재택근무 및 탄력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직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도 했다.

 언론들로부터 ‘오바마의 누나’로 불리는 발레리 자렛 백악관 선임고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안에 대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유급 출산휴가 카드를 꺼낸 ‘제1회 일하는 가족 회의’ 행사를 연초부터 야심 차게 기획해왔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백악관 여성 직원들에게 6주 동안의 유급 출산휴가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의 반응은 차가웠다.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연방하원 의장의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거듭된 정책 실패로 미국의 중산층은 일자리를 잃고 있다”며 “일자리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도 꼬집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열거한 정책을 시행하려면 결과적으로 세금이 늘어나야 해 근로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야 한다고도 반박했다.

 공화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당분간 이날 발표한 정책들을 밀어붙일 태세다. 그는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하거나 여성 표를 겨냥해 꺼낸 정책이 아니다”며 “미국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의회(공화당이 장악한 연방하원을 지칭)가 일할 때까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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