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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호킹' 이상묵 교수, 이번엔 해양지각 탐사

목 아래를 쓰지 못하는 이상묵 서울대 교수가 19일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서태평양의 심해시추선 탐사팀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 19일 오전 9시30분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고 불리는 이상묵(52) 서울대 교수의 자택인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 안방에서 인공위성을 통한 화상회의가 시작됐다.

 1000㎞ 떨어진 서태평양 바다 위의 심해시추선 ‘조이데스 레절루션(Joides Resolution)’호가 대상이었다. 1만8600t 규모의 이 심해시추선은 국제해저지각시추사업(IODP) 사무국이 운영한다. ‘팟’하는 소리와 함께 노트북과 연결된 대형 TV 화면이 켜지더니 현미경으로 가득 찬 연구실 전경이 나타났다. IODP의 탐사 목적 351번째 출항에 참여한 세계적 지진학자 마이클 거니스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 교수가 이 교수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휠체어에 탄 이 교수는 TV 화면에서 2m 정도 떨어져 영어로 대화를 했다.

 “마이크, 제 이야기 들려요?”

 “네. 오늘 좋아보이네요. 여기선 네 번째 시추가 거의 끝나가요. 메일로 자료 보낼게요.”

 거니스 교수는 아이패드 카메라로 연구실 여기저기와 다른 연구원들을 비춰가며 작업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어제 수심 4800m 아래 있는 해저 900m까지 굴착이 진행됐다”고 말하며 숫자들로 빼곡한 화이트보드를 비췄다. 이 교수의 눈이 반짝였다. 그가 관심을 두고 있는 네 번째 시추 구멍의 상황판이다. 이 교수는 휠체어 위에서 입김으로 불어서 작동하는 특수마우스로 자료를 주고 받았다. 일부 수치를 더 확대해 자세히 보여달라고 하기도 했다.

 탐사팀은 지난달 31일 일본 요코하마항을 출항해 서태평양의 이주보닌(Izu-Bonin) 해구에서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탐사 첫날부터 이 교수는 탐사선에 탑승한 연구원들과 매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IODP는 미국·일본 등 20여 개 국가가 공동으로 투자해 해양지각을 시추하는 지구과학 최대 규모 프로젝트다. 시추선 하루 사용료만 5억원이다. 이 교수가 탐사팀에 합류한 건 지난해 4월 일본 학술회의에서 지구과학 탐사에 대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기한 게 계기가 됐다. 일본·한국 등에 큰 지진·화산 등을 일으키는 필리핀판은 5000만 년 동안 90도 회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자기(磁氣)를 측정해 회전 정도를 파악하는 시추방식으로 계산하자는 게 이 교수 아이디어의 핵심이었다. 거니스 교수는 “지금껏 정황상으로만 밝혀졌던 필리핀판의 지각 운동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IODP 탐사 프로젝트 참여 연구원들은 두 달 동안 탐사선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거였다. 이 교수는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 탐사 도중 교통사고를 당해 목 아래 전신이 마비돼 움직이기 어렵다. 이에 IODP 측에서 이 교수를 위해 모든 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하고,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배려를 해줬다. IODP 최초의 일이다.

 앞서 이 교수는 미국 MIT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교수로 임용되기 전 해양연구원에서 7년간 근무했다. 당시 해양탐사선 온누리호를 타고 나가길 좋아했던 필드형 과학자였다. 사고 이후엔 도전하지 못했다. 그는 이번 탐사 프로젝트 실현을 위해 지난해 미국·독일·영국·일본 등에 8번이나 갈 정도로 열정을 쏟고 있다. “아파트 안방에서도 1000㎞ 밖 탐사를 할 수 있는 시대예요. 정보통신기술(ICT)은 신이 장애인에게 내린 선물이죠. 장애인이라고 과학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희망을 어린 장애인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이 교수의 바람이다.

글=이상화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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